연극 ‘염쟁이 유씨’를 넘어 영화 ‘명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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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염쟁이 유씨’를 넘어 영화 ‘명량’까지
  • 오혜자 객원기자
  • 승인 2014.08.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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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순웅 맹활약…‘명량’에 ‘김노인’으로 등장하자 청주관객들 ‘깜짝’

최근 영화 ‘명량’을 보다가 낯익은 배우가 있어 깜짝 놀랐다는 대화가 청주사람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오가고 있다. 최민식처럼 유명 영화배우는 아니지만 충북의 연극인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순웅 씨가 화제의 인물이다.

‘명량’이 현재 세우고 있는 관람객 1500만명 돌파의 기록은 한동안 ‘명량’만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의 영화에 거북선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낯설음에 위안을 주는 인물이 유순웅 씨가 역할을 맡은 김노인이다.

   

대학시절 연극 시작

김노인은 거북선을 제작한 선박장인으로 등장했다. ‘명량’의 후속작으로 거론되고 있는 한산대첩 암시 인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배우 유 씨를 어느 네티즌이 최민식 다음으로 인상적인 배우로 꼽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맡은 역에 몰입하는 장면은 이미 충북인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모습이 그래 보여선지 노인 역할을 자꾸 하게 된다. 연기 변신이 필요하다.” 진심이 섞인 농담을 건네며 유 씨가 모자를 벗어보였다. 장난스럽고 소탈한 성격이 드러나는 얼굴이다. 흰머리가 배역에 영향을 주었다기보다 연륜이 담긴 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다. 그는 ‘명량’ 출연 이후 청천면의 집에서 농사에 매달리고 있다며 근황을 알렸다.

유 씨는 1인극 ‘염쟁이 유씨’로 잘 알려진 연극배우다. 2004년 청주에서 시작된 공연이 10년간 이어져 3000회를 앞두고 있다. ‘염쟁이 유씨’는 연극배우 故 추송웅의 1인극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이 1000회를 기록한 이후 가장 주목받는 1인극에 꼽힌다. 특히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에 기반해 죽음의 문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유 씨는 “1인극을 이어오는 동안 영혼이 고갈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초심을 떠올리며 이겨나갈 수 있었다”며 연극배우로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염쟁이 유씨’는 2010년 이후 두 명의 배우가 합류해 장기 공연의 부담을 다소 덜었다. “개인에 의한 공연보다 관객의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가 배우를 선언한 것은 ‘염쟁이 유씨’ 공연이 시작되면서 였지만, 연극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 탈춤패 동아리활동이었다. 이후 청주의 놀이패 ‘열림터’가 주 활동공간이 됐고, 유 씨는 마당극 광대와 민족극 기획자를 넘나들며 80년대 청주 문화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자신이 배우로 성장한 배경에 항상 가족 같은 지역문화예술인들이 있었다며 “당시 꿈꿨던 문화공동체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 청주 출신이라는 과거형이 아니라, 청주의 연극배우라는 현재형으로 불리기를 바란다”고 지역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지방 배우’와 그를 사랑하는 관객

유 씨는 배우로 더 성장하고 싶은 욕망이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연기가 연극배우의 연기와 스크린 연기의 차이를 충분히 넘나들 만큼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보다 미세한 감정표현을 잘 드러내야 하는 영화나 드라마 연기에도 좀 더 도전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손글씨를 들었을 때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무게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본격 배우에 도전하는 자신의 모습이 지역의 후배들에게도 힘이 되고 의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같이 전했다.

김인경 작가는 배우 유순웅에게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염쟁이 유씨’대본이 쓰여지고 무대에 오르는 과정에서 많은 대화가 있었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이후의 작품으로 계속 이어졌다. 작년에 무대에 올린 ‘만두와 깔창’도 김 작가의 작품이다. 서로 은인이라 생각한다는 작가와 배우의 오랜 인연은 관객에게나 연극계에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유 씨는 ‘만두와 깔창’을 연출한 배우 김명곤 씨에 대한 존경의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김명곤이라는 배우가 갖는 비중이 분명하지만 ‘명량’에서 적군 중 한명의 역할을 맡아 열연하는 모습에서 배움을 얻었다”는 것이다. 또 ‘염쟁이 유씨’ 연극이 끝나면 꼭 손을 잡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하는 관객들이 있었다며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소중한 인연들이라고 말했다.

연극에 살고 연극에 죽는, 무대 위에서 삶을 마칠 수 있기를 바라는 철학이 있는 배우. 자칭 지방 배우 유순웅을 오래도록 사랑하고 지켜볼 수 있기를 바라는 지방 관객들의 마음이 그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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