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지구, 구석기~조선시대 복합유적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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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지구, 구석기~조선시대 복합유적 발굴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4.09.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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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고분·고려 통성·조선 기왓가마 등 대규모 확인
충주시 호암동 택지개발지구에서 구석기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대규모 복합유적이 발굴됐다. 이에 따라 이 지구 조성사업이 문화재 발굴로 발목이 잡히면서 공사기간이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충주 호암동 택지개발사업부지 내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를 하고 있는 (재)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지난달 29일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 충주시 호암동 택지개발지구에서 구석기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대규모 복합유적이 발굴됨에 따라 지구 조성사업의 공사기간이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고려시대 토성 유적.

   
▲ 6호 기왓가마.

문화재연구원은 이 일대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삼국시대 고분과 고려~조선시대 분묘, 고려시대 토성, 조선시대 기왓가마 등을 확인했다. 또 약 7만 5000년 전인 중기 구석기 유적에서는 찍개, 몸돌, 격지 등이 출토됐고, 6세기 중엽에서 7세기 중엽에 축조된 50여기의 삼국시대 고분이 발굴됐다.

앞트기식 돌방무덤(횡구식 석실묘)의 추가장(追加葬)으로 확인된 고분들은 진흥왕 시기 이후 신라가 북쪽으로 진출하면서 충주지역이 신라에 복속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고려~조선시대 분묘는 총 1300여 기가 발굴됐으며, 청동거울(銅鏡)과 인장(印章), 그릇, 숟가락, 젓가락, 도자기 등이 발견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특히 인장 3점에 장식된 사자 등 동물 문양은 해학적이고 특이하며 글자는 ‘鳳(봉)’ 등으로 해석되는 것 외에는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팔사자문경.
총 28점이 출토된 거울은 최대 지름이 23㎝인 쌍룡운문대경(雙龍雲文大鏡·두 마리 용과 구름 문양)과 팔사자문경(八獅子文鏡·여덟사자 문양) 등이 있다. 아름다운 문양을 새긴 거울을 통해 고려시대의 뛰어난 미적·공예적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고려시대 토성은 4m 폭으로 석렬(石列)을 1단으로 배치하고 그 위에 흙을 쌓아 올렸다. 성벽에 일정한 간격(50~70m)으로 치성(雉城)을 갖췄다. 성벽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기와 조각에는 ‘龍山寺(용산사)’, ‘官(관)’ 자가 새겨져 있어 토성의 축조시기인 13세기를 전후해 주변에 용산사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 전기에 만든 기왓가마 6기 중 한 가마에서는 수키와, 암키와, 벽돌 등 551점이 차곡차곡 쌓인 상태 그대로 노출됐다. 기와를 굽다가 천장이 무너지면서 폐기된 채 유지된 것으로 가마 내 기와의 재임방법을 파악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로 평가된다.

국립중원문화연구소와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앞으로 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호암지구 발굴유물 특별전’과 학술 심포지엄 등을 공동 개최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호암동 유적의 중요 구간을 정비한 뒤 유적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LH 충북지역본부는 호암지구 조성사업에 2015년까지 2248억 원을 투입해 기반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주택건설은 5407가구다. 이중 공동주택은 5250가구로 국민임대주택 1340가구, 10년 임대주택 741가구다. 단독주택은 157가구며, 주택건설이 마무리되면 1만 4000여명이 거주할 수 있는 정주여건이 조성된다.

   
▲ 청동 인장 유물.

공사기간 연장 불가피

당초 2008년 8월 착공해 2013년 말 준공 예정이었던 호암택지개발 사업은 부동산경기 침체와 LH의 전반적인 경영난으로 한때 중단 위기에 놓였다.

주민들도 재산권 행사 제약 및 보상비 등을 둘러싸고 반발했고, 결국 주민들의 제척요구가 높은 일부지역을 제외하면서 103만㎡에서 73만㎡로 축소됐다.

이후 택지개발지구는 순항을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5월 임대주택이 지어질 ‘B7 구역’과 ‘A6 구역’에 통일신라시대~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350m 토성이 발견되면서 조성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문화재연구원은 지난 1월부터 토성을 본격 발굴조사해 6월 이후 현장보존 또는 기록보존을 결정해 문화재청과 학계에 보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3월까지 본격적인 발굴은 시작도 안 돼 2015년까지 지구 조성 완료는 요원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여기에 이번에 대규모 복합유적이 발굴되면서 호암지구 조성사업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9월 현재 호암지구 조성사업 공정률은 27%로 지난 2월 22.8%와 비교해 크게 진척되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최종 결정까지 공사기간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목표했던 2015년까지 호암지구 완공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용어 설명
횡구식 고분(橫口式 古墳) : 먼저 세 벽을 구축하고 천장돌을 덮은 다음 한쪽으로 주검을 넣고 밖에서 벽을 막아 만든 무덤
석실묘(石室墓) : 돌로 널을 안치하는 방을 만들고 그 위에 흙을 쌓아 올려 봉토를 만든 무덤
추가장(追加葬) : 돌방무덤(石室墓) 단계에 이르러 앞트기(橫口式) 또는 굴식(橫穴式) 출입시설을 갖추면서 추가로 여러 번 장례가 이루어지는 것
치성(雉城) : 성벽에 접근하는 적에 대한 관찰과 방어를 위해 성벽의 바깥으로 돌출되게 덧붙여 쌓은 성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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