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교실의 ‘조용한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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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교실의 ‘조용한 혁명’
  • 충북인뉴스
  • 승인 2014.12.2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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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욱 수곡중학교 교사
   
얼마 전 청주 교대에서는 충청권 4개 교육청 소속 교직원 천 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북, 충남, 세종, 대전 교육청이 공동으로 주최한 배움의공동체 사또마나부 교수의 특강이 열렸다. 여기서 사또마나부 교수는 일제식, 강의식 수업은 유럽의 학교에서는 이미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유물이 되었다고 말하면서, 교실 수업은 대화에 기반한 활동적이고 협력적인 배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1세기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에서 ‘배우는 전문가’로 거듭나야 하며 특히 교사들이 공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동료교사와 협력하면서 교실을 열고 서로의 수업을 공개하고 학생들의 배움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하는 ‘전문가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천 여 명의 교사들은 전 세계 국가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수업의 변화를 ‘조용한 혁명’이라고 부르는 사또교수의 강의에 진지하게 몰입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대한 논의가 출발하면서부터 줄곧 ‘주입식 교육-암기식 학습-일제식 평가’로 이어지는 학교 교육의 오래된 틀은 이제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운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되어 왔지만 실제 학교 현장은 별반 변화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속에서 자신의 초·중·고 시절 자연스럽게 습득한 가르침의 오래된 방식인 ‘지식의 전달자’, ‘학생의 통솔자’로서 교사라는 자기 규정은 이제 교사로서의 생존의 방식을 위협해가고 있다.

즉, 점차 기존의 방식으로는 아이들과 수업하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안에서 이러한 수업의 문제를 동료와 나누기 어렵다. 아이들과 수업하기 어렵다는 말은 ‘나는 무능한 교사에요’라는 고백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학교마다 수업과 생활지도에 대한 이러한 어려움이 산재해 있는데도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설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해도 이것이 학교 운영 전반에 반영되고 개선되리라는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대체로 푸념과 뒷 담화에 그칠 뿐이었다. 결국 개별교사의 능력이 학교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지 못했던 것이다.

연수도 개인이 받고, 수업연구도 혼자 한다. 이러다 보니 수업과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있어도 공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친분이 있는 교사들 정도만 소통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겪고 있는 문제인데도 말이다.

교육의 변화, 학교의 변화는 교실의 변화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는 이루어 질 수 없다. 일상의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을 바꾸는 문화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이것이 하나의 교실을 넘어 학교 전체의 문화가 되어야만 진정한 학교의 변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수업의 문제와 학생지도의 어려움을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학교가 공동체가 될 때 아이들이 배움에서 살아날 수 있다는 사또마나부 교수의 이야기에 많은 교사들이 공감한 것은 그의 주장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교육문제 해결의 본질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일본,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에서 ‘배움의 주권자’ 를 기르고 ‘배움의 공화국’을 만들고 있는 노력들을 접하면서 오늘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힘을 길러가고 있는지 반성해보았다.

이번 강연에 참가한 교사들과 충북에서 새로 시작하는 행복씨앗학교에서 이러한 고민들을 풀어가는 단초를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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