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 명백한 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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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 명백한 편법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5.01.2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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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호남 연일 반대···혹시 정치적으로 결정할라 예의 주시
“수도권언론 지역갈등으로 보도 불만, 목적과 원칙 상기해야”
▲ KTX 호남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노선문제가 불거졌다. 충북은 오송역이 분기역 역할을 극대화 해야 한다며 서대전역 경유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오송역.

충북·호남권에서 KTX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 방안에 대해 연일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1단계 구간 개통이 3월로 바짝 다가왔으나 노선문제가 터져 지역간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1단계 개통은 서울 용산역~광주 송정리역, 2단계 개통은 광주 송정리역~목포역이다.

그런데 벌써 몇 년전부터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대전권에서 서대전역 경유를 주장하고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6·4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때 이를 공약으로 내놓아 당시 충북·호남권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대전권은 호남선 이용객의 30%가 대전권 시민이기 때문에 일부 노선을 서대전역 경유로 해달라는 것이다. 대전시는 호남선 운행횟수의 50%를 서대전역을 경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고, 코레일은 호남고속철도 운행계획 변경안에 서대전역 경유 계획을 총 82편 가운데 18편(22%)을 포함하는 것으로 역시 국토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충남은 계룡대와 3군본부가 있어 군인이 많이 이용하는 논산역과 계룡역 경유를 요구하고 있다. 코레일은 수익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방안을 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자 광주·전남·전북 시·도지사를 비롯한 호남권은 지난 19일 “KTX의 상당 편수를 서대전역으로 우회 운행하는 방안이 수도권과 지방을 신속하게 연결하기 위한 호남고속철도 건설목적과 부합되지 않는다. 고속철도는 고속철도답게 운영하는 게 원칙이다. KTX 운행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도 호남고속철도 건설목적에 역행하는 서대전역 경유와 관련된 모든 논의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는 충북지역 민·관·정이 참여하는 공동대책회의를 개최해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고속철이 아니라 저속철 만드나?
 
이에 충북도와 청주시, 청주시의회도 입장을 밝혔다. 충북도는 “서대전역 경유는 KTX 본연의 고속기능을 훼손하고 오송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할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며 오송역이 분기역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현재보다 증회해 정차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청주시는 “서대전역 경유는 통행시간 증가로 국가적 손실이 크고 대의를 상실한 편협한 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 지사는 “오송역은 철도망의 기능으로 볼 때 심장과 같은 곳이며 위치로 볼 때는 허리에 해당된다. 오송분기역 의미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면서 “현안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해 적극 대응하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반면 충북도의회는 27일 임시회에서야 결의안을 채택해 늑장대응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호남고속철도 1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오송~광주는 55분 걸리지만,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107분이 걸린다. 당초보다 52분이나 더 걸린다. 오송~서대전~계룡~논산~익산은 고속철도가 설치되지 않아 기존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서대전역 경유는 당초 원칙을 벗어난 편법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는 여론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무슨 일을 하든 그 때마다 편법이 등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수도권 언론들은 대전권과 충북·호남권이 노선을 서로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기 위해 싸우는 것처럼 보도하나 당초 고속철도의 목적과 원칙이 무엇이었는지 상기해 보도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 요즘 항간에는 이완구 총리 내정자가 충남 출신이라 혹시 서대전역 경유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정치가 원칙을 훼손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돼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코레일 최연혜 사장 때문에 뿔난 충북·호남
2012년 대전 서구을 총선 낙선, 호남에서는 최사장 해임촉구까지

최연혜(59) 코레일 사장은 한국철도대 교수를 시작으로 철도청 차장, 코레일 초대 부사장, 한국철도대 총장, 한국교통대 교통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철도전문가 여성1호로 참여정부 때 승승장구 해왔다는 후문이다. 지난 2013년 10월부터는 임기 3년의 코레일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 사장은 충북 영동이 고향이나 대전여중·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2년 총선 때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고 대전 서구을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굳이 따지자면 충북에서 태어났으나 어릴 때 대전으로 이주해 정치적 기반은 대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철도노조가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며 대구모 파업을 벌인 뒤 징계가 진행되는 도중 최 사장이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정치하고 싶으니 나의 지역구 잘 돌봐달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게 일었다. 최 사장은 코레일 사장을 맡기 직전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이후 2016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 논란은 코레일이 국토부에 제출한 운영방식에서 비롯됐다. 보도에 따르면 코레일 측에서는 “운영계획은 계속 해오던 것이었고, 기존 호남선 분기역 이용객이 많기 때문에 그쪽으로 일부를 경유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낸 것”이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최 사장은 최근 국토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 때 “결정은 국토부에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제출한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 아니다”며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과 호남이 거세게 반대하자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호남을 지역구로 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8명은 지난 21일 최 사장 해임안까지 들고나왔다. 이들은 “호남고속철 개통 전인 지금도 서울~익산 1시간56분, 서울~광주송정을 2시간 43분 사이에 오가고 있다. 그런데 서대전을 경유하면 각각 1시간51분, 2시간18분으로 겨우 5분, 25분 단축된다. 153만 대전시민, 그중에서도 서대전역을 이용해서 광주나 목포로 가는 일부 시민들 때문에 이렇게 하겠다는 건 천부당만부당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역대 정부의 철도와 도로 등 국가기간 SOC가 경부측 중심으로 개발돼 호남은 오랫동안 희생당해 왔고, 대전은 국토의 중심에서 반사이익을 십분 누려왔다는 게 이들 말이다.

특히 호남권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오랜기간 국민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정한 노선을 변경해 서대전 경유 계획을 내놓은 최연혜 사장을 해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도 높게 말했다. 코레일 본사가 대전시 동구에 있고, 향후 최 사장이 대전을 근거지로 정치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는 게 정치권 시각이라는 게 모 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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