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창고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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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창고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5.03.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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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창고 34展> 11명의 예술가들은 무엇을 읽어냈나

‘동부창고 34展’이 3월 26일까지 동부창고에서 열린다. 전시 공간이자 전시 제목이 된 동부창고 34동은 옛 연초제조창의 담뱃잎 보관 창고였다. 이후 2000년 전후 가구공장의 창고로도 쓰였다가 빈 공간으로 남겨졌다. 이곳을 11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공간을 재해석하고 오래되고 방치된 시간들을 재조합하는 전시회를 연 것이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청주시,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주관하는 ‘2014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예술로 공간 재창조’사업의 일환으로 열렸다.

▲ 고정원 작가는 동부창고에서 수집한 사물을 이용해 ‘동부창고’간판을 달았다.

▲ 전시장의 작품들은 공간이 갖고 있는 재생의 의미를 되짚었다.

전시 기획을 맡은 이종현 씨(653예술상회 대표)는 “작가들이 ‘민들레’처럼 제 스스로 씨를 뿌리고 연착륙하든지 착생하기를 바란다. 문화예술계와 문화예술인들이 민들레 씨처럼 자생하고 홀씨로 남았으면 한다. 동부창고는 사람들이 만든 자본의 논리에 따라 급격하게 변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동부창고가 갖고 있는 가치가 파괴되지 않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7개동 창고건물의 운명은

 

동부창고에 현재 7개의 건물이 있다. 이곳은 한 때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제작한 프로덕션이 이곳을 임대해 드라마 세트장 및 제빵 체험 행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현재 청주시는 연초제조창 활성화계획을 통해 동부창고 7개동 가운데 2개동을 철거하고 나머지 5개 동을 현재의 주차장 자리(첨단문화산업단지 방향)로 옮긴 후 이 일대에 행복주택(임대주택)을 짓는 안을 내놓고 있다.

동부창고의 앞으로 운명은 알 수가 없다. 철거일지, 이동할지 그마저도 아니면 보존일지. 이에 예술가들은 “공간이 갖고 있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이동하는 것 자체가 장소성을 잃게 된다. 그 자체로 재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에는 동부창고를 배경으로 전국의 예술가들이 ‘도큐멘타 2012’전시를 기획해 공간의 힘을 주목했다. 이후 3년이 지나 다시 한번 전시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고정원, 김기성, 민병동, 복기형, 성정원, 여상희, 이도, 유현민, 이소, 이자연, 정유진 등이 참여했다.

복기형 씨는 동부창고 공간을 부유하고 있는 공기를 채집하고 정화시키는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이도 작가는 공간에서 다시 공간의 거리와 시간을 해석하는 작업을 설치했고 민병동 작가는 공간의 현장감을 살리는 대형 거미줄을 전시했다. 이자연 작가는 폴리로 만든 비둘기를 천정의 트러스트에 설치해 트러스트가 갖는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 여상희 작가는 비둘기들에게 말을 건넸다.
▲ 이자연 작가는 나무 트러스트에 새 400마리를 설치했다.
▲ 민병동 작가는 대형 거미줄을 설치했다.

이소 작가는 방치된 사물에 쌓여있는 먼지를 모으고 사물을 재배치시켰고 여상희 작가는 버섯의 종균이 발아하는 형상과 짱돌을 이용해서 공간을 확장시켰다. 여상희 작가는 동부창고를 집 삼아 살았던 비둘기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기도 했다. 비둘기들에게 쌀 모이를 주고 얼마만큼 먹었는지 체크했다. 그리고 문자를 남겼다. “비둘기야 미안해. 집 비워죠….”

유현민 작가의 사진작업은 과거를 역으로 유추하는 기록적인 성향을 띄고, 김기성 작가는 문자가 시대적으로 어떻게 읽혔는지를 영상작업으로 보여준다. 정유진 작가는 동부창고 공간이 가진 한을 풀어내는 비디오 작업을, 성정원 작가는 창고에 서식하는 비둘기에 대한 단상을 그려냈다.

그리고 고정원 작가는 동부창고에서 수집한 사물을 이용해 ‘동부창고’간판을 달았다. 전시장 주 출입구 처마 밑에 설치됐다.

이종현 기획자는 “동부창고는 외관이 강하면서도 내부가 부드러운 공간이다. 안과 밖의 소통이 필요한 공간이다. 그래서 작가들의 공간연출은 감초와 같이 성질이 강한 것과 약한 것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공간 연출에 있어 거친 동부창고의 외관과 고요한 내부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작가들의 작품을 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변화의 키워드는 시민예술촌이다”

동부창고 2개동 국비받아 사업 전개…올 상반기 공간 오픈

 

동부창고 2개동은 현재 문화부 지원을 받아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34동은 20억원(국비 10억, 시비 10억)을 들여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이 전개되고 있고 35동 또한 국비와 시비를 투입해 공연예술종합 연습장으로 변신 중이다. 2014공연예술종합연습공간 조성 사업비’로 국비 15억원을 확보했다. 공사가 완료되는 올 상반기에 시민들에게 개관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34동과 35동은 시민예술촌을 키워드로 판을 짠다. 35동이 공연예술공간으로 확정해 공간구성을 하고 있다면 34동은 과정형 사업으로 시민 공동체를 활성화시킨 후 옮겨온다는 전략이다.

이번 동부창고 34전을 통해 공간의 활용방안을 모색한 데 이어 바로 4월부터는 6개의 문화예술프로그램과 동아리 지원 사업인 커뮤니티 아트 프랙티스(cop)사업이 전개된다. 캘리그래피, 통기타, 드럼, 사진, 요가 강좌가 진행되는 데 이는 홈페이지 ‘동부창고 34 (http://www.dongbuchangko34.com)를 통해 수강생을 받는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동부창고 34동이 리모델링 하는 기간 내내 진행된다.

오는 8월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이곳에 본격적으로 커뮤니티 플랫폼 사업이 펼쳐진다. 커뮤니티 플랫폼에서는 아트마켓, 청년 공동체 목공예 공방, 재활용 목공, 다이닝 프로그램 등이 전개된다.

조송주 동부창고 문화재생사업 팀장은 “아트마켓은 4월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재활용 목공은 도시 사회에서 버려지는 나무를 갖고 새로운 용도를 찾아보는 것이다. 다이닝 프로그램은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공동체의 결합을 보여주는 것이다. 파티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부창고는 나무 트러스트가 주는 아우라가 크다. 최대한 구조물을 살리면서 이곳의 새로운 쓰임에 대해 고민해볼 것이다. 일상적인 예술공간으로 바꿔 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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