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 거 많은 공교육, 변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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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는 거 많은 공교육, 변화가 필요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5.05.06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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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초 이상님 교사 혁신학교 이야기 책으로 펴내
학원에 가지 않아도 행복한 아이들의 생생한 기록

문의면 화당리에 있는 동화초는 올해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혁신학교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동화초는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았다. 연중 학교 입학문의가 오는 작은 학교. 폐교위기의 학교는 어느 덧 가장 보내고 싶은 학교가 됐다. 동화초에 보내는 학부모는 전체 50세대가 안 되는 데 10세대가 이 학교를 다니기 위해 이사를 왔다. 동화초는 전학생을 받지 않는다. 인근 지역 아이가 1순위이고, 형제자매가 다니고 있으면 2순위다. 청주지역 학부모들은 통학버스에 아이들을 태워 보내고 있다.

동화초가 혁신이라는 텃밭을 일군 데는 많은 요소가 있었다. 준비된 교사와 학부모, 학교 관리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면서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했다.

4년 전 동화초로 온 이상님 교사(52)는 이번에 혁신학교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다섯빛깔 교육이야기>는 교사이자 동화작가인 그가 동화초 아이들과 보낸 생생한 기록이다. 수업의 차수별로 진행했던 내용,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수업을 받고 작성한 글들이 눈에 띈다. “책은 교육과정, 수업설계, 수업시간 반응, 아이들의 글로 구성돼 있어요. 아이들은 수업에 대해 항상 말과 글로 생각을 표현해요.”

처음에 이러한 글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부모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게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의 모습이다. “글을 올리니까 반응이 바로 왔어요. 이 글들을 보고 다른 교사들이 그냥 묵히기엔 너무 아깝다고 그러더라고요. 우연찮게 ‘맘에 드림’출판사를 지난해 말 알게 됐고, 3개월의 퇴고를 거쳐 올해 4월 책이 나왔어요. 출판기념회도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진행했어요. 책에 글이 나온 아이들이 직접 낭독하기도 했죠.”

이 책은 혁신학교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이다. 또한 충북에 있는 교사가 수업방식을 주제로 쓴 첫 책이기도 하다. “교사들이 에세이 같은 책은 냈지만 이런 방식은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부담도 됐지만,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오랫동안 ‘학교 밖’교사였다

 

이 교사는 보통의 교사들보다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충북대 지리교육과 84학번이다. 결혼을 하고 발령을 기다리던 중 그해 제도가 바꿔 교사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학교 밖 교사로 살았다. 학습지 교사, 복지관 방과 후 교사, 공부방 교사 등을 하면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이후 청주 YWCA가 벌인 ‘삶을 가꾸는 글쓰기’ 모임을 알게 됐고, 동화작가의 꿈을 꾸게 된다. 그는 2002년 월간 어린이동산에 중편동화 <자전거 면허증>으로 등단한다.

학교에 오게 된 건 법원에서 당시 미발령 교사들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44세에 청주교대 3학년에 편입했고, 46세에 사천초에서 첫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저는 공교육과 사교육 모두 경험한 사람이죠. 공교육에 들어와 보니 전 자꾸만 딴지를 거는 사람이 돼있어요. 고정된 틀과 형식을 좀 지우고 싶었죠. 왜 이건 안 되는 거냐고 계속 묻게 돼요.”

▲ 동화초 아이들을 수업이 끝나도 학교를 떠나지 않고 운동장에서 놀았다.

동화초에 온 것은 2012년이다. 당시 동화초에는 신은희, 박종원, 이상님 교사 3명이 모였고, 이들은 학교에 대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멀리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리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어 했던 청주지역 학부모들의 지지도 받았다. 모두 힘을 보탰다. 교사들끼리 먼저 협의한 후 학교 관리자들과 의논했다. 아이들도 어떠한 문제에 대해 협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다모임’을 통해서는 이름 그대로 모두가 다 모여 학교 문제를 결정했다.

현재 동화초는 전교생이 79명이다. 1학년이 21명으로 제일 많고, 다른 학년들은 10명 내외다. 취재를 하러 간 날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이 교사는 “도시의 학교는 운동장에 아이들이 없어요. 모두 학원으로 갔거나, 아예 운동을 하려고 하지 않죠. 동화초는 오후 4시까지 방과 후 수업이 진행돼요. 학원을 가는 아이들은 거의 없고요”라고 말했다. 동화초에는 기초학력 부진아이가 없단다. 아무래도 학생 수가 적으니까 한 아이를 봐주는 시간이 길고, 서로 협동을 통해 아이들은 배워간다.

 

동화초에는 6남매가 있다

 

동화초에는 ‘6남매’가 운영되고 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서로 학교 안에서 형제자매를 맺어주는 것이다. 형, 누나들은 신입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고민상담도 해준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욕도 많이 하고, 학교 폭력도 존재하죠. 카카오톡으로 서로 왕따를 시키기도 해요. 동화초 아이들은 그런 게 없어요. 욕을 하면 다들 놀라면서 그러지 말라고 서로 얘기해줘요. 학교 생활 규칙도 모두 함께 정해요. 교사들, 학부모, 아이들 각자 '3無'를 정했어요. 포스트잇으로 각자 의견을 제출해 투표를 했죠. 모두가 발언할 수 있도록 ‘토크스틱’을 줘요. 회의진행도 돌아가면서 하고요.”

이 교사는 수업시간에 스티커를 사용하지 않는다. “처음 학교에 갔을 때 그린마일리지라고 해서 스티커로 상벌제를 운영하는 걸 보고 많이 당황했어요. 아이들에게 스티커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얘기해요. 그 대신 함께 잘해보자고 부탁했죠.”

동화초 체육대회는 이벤트 업체를 부르지 않는다. 오전에는 운동장에 오방천을 달고, 오후에는 전래놀이를 한다. 1,2교시를 통합 수업해 쉬는 시간 30분 동안 아이들이 마음껏 놀게 해준다. 동화초에서 가장 큰 벌은 쉬는 시간 놀지 못하고 교실에 있는 거라고.

“과학의 날에는 교실마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에 대해 체험할 수 있는 교실을 따로 만들었어요. 수업에 대한 내용을 놓고 교사들이 매일 수요일마다 모여요. 교육과정위원회는 4분기 마다 교사와 학부모 대표가 만나서 의논하죠. 다모임은 교직원, 어린이, 교사들이 학기가 끝날 때 모이죠.”

이 교사는 늘 아이들을 보면서 질문을 던진다. “이게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지 아닌지 고민해요. 그게 교육의 본질인 것 같아요. 어쩌면 전 교육계의 영원한 이방인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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