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bady Knows’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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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bady Knows’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5.06.0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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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방송이 보여준 저항 <볼륨을 높여라>

씨네 오독?오독!/ 김선구 씨네오딧세이

▲ 김선구 씨네오딧세이

수많은 사건의 진실을 꼭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그간에 벌어졌던 일들은 적어도 보지 않아도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침묵으로 일관한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살아가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침묵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실 속에 불현 듯 이 영화를 떠올린다.

매일 밤 10시가 되면 노래와 함께 해적방송이 시작된다. 그 누구와 어울리지 않고 조용한 학생처럼 사람들을 피해 학교생활을 하는 ‘마크’는 밤마다 DJ 해리가 되어 성적농담이 가득하지만, 부당함이 자행되는 학교와 엉터리 같은 세상 속 어른들에게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면서, 점점 학생 청취자들의 화제대상이 된다. 학교당국과 학부모들은 통제되지 못하는 학생들의 원인을 해적방송이라 결론내고, 방송을 막으려 하기에 이른다.

현실은 질환이다

▲ 볼륨을 높여라Pump Up The Volume , 1990
감독 앨런 모일
출연 크리스찬 슬레이터, 사만다 마티스, 애니 로스, 앤디 로마노

당신의 영혼에 파문을 일으키는 나는 오늘밤 심각합니다. 1990년에 개봉한 알란 모일 감독의 <볼륨을 높여라 Pump Up The Volume>는 미국과 세상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되는 진지한 멘트로 영화를 둘러싼 환경인 해적방송이 진행되는 공간과 주인공이 다니는 고등학교, 그 속의 학생, 학부모와 선생님들을 비춘다.

그리곤 해적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인 <Everybady knows>가 흘러나온다.

이 영화의 본격적인 오프닝이자 주인공 마크가 진행하는 해적방송의 시그널음악인 레너드 코헨의 <Everybady knows>은 우리는 세상에 문제와 부조리함이 즐비한 것을 모두 알면서도 그저 방관하고 있다는 시적 가사로 담아냈는데, 빈곤의 심화로 야기된 사회불안으로 혼란스런 당시 미국 정서와 세상과 어른세대를 향한 거친 질타를 드러내고 동시에 영화 속 공간에 드리운 사람들의 전반적 의식을 담아낸다.

영화 속에서 그려내는 10대 학생의 현실은 병들어 있었다. 부모의 바람으로 망가지고, 삶에 대한 분안과 외로움에 놓여있으며, 학교에서는 결과를 위해 학생을 통제하고 희생을 강요당했다.

DJ해리는 고뇌하는 청춘들에게 병들어 버린 현실을 사실로 받아들이라 말한다. 억지로 거부할 필요도 없다 “So be it 될대로 되라”. 대신에 그들에게도 병들어 버린 진실을 통해 사실을 보라 말한다. 학교의 현실상황을 믿으려 하지 않는 부모와 부당한 통제를 자행하는 학교당국. 학업성적이 성공의 척도로 생각하는 교장. 모두 진실을 회피하거나, 보려고도 말하려하지 않는다.

힘내서 말하자

마크가 보여주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이나, 해적방송 DJ라는 가려진 정체 숨기는 현실은 어른세대가 보여주는 태도와도 마치 흡사하다. 결국 주인공 마크는 양쪽의 위치 사이에 놓인 인물이고, 마크가 내리는 결단이 소통단절이라는 문제의 해결점으로 표현된다.

결말에서 정체를 드러내고 외치는 말들이 비로소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말을 전달 되기에 이른다. 힘내서 말해요!라고.

영화 속 학생들은 학교문제의 원인을 인물로 대상화하여 지칭하지 않고, 단지 “Stay Hard 저항하고” “Talk hard 소리높여 이야기하자” 라고만 외칠 뿐이다. 이 모습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본인 ‘정의에 눈감아 버린 이 시대에 대한 경각과 자성에 대한 외침’으로 확장된 듯하다.

본래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겠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진실의 반대말은 “진실을 말하지 않고, 감추는 것”같은 생각이 드는 이유가 뭘까.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의 목소리를 회피하고 눈감아 버린 영화 속 어른의 모습과 이 사회가 같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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