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도 막지 못한 ‘사랑의 행복밥집’
상태바
메르스도 막지 못한 ‘사랑의 행복밥집’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5.06.24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년째, 매주 수요일 어르신께 점심 대접하는 연규순 씨
 

메르스도 막지 못했다. 하지만 메르스는 봉사의 방식을 바꿔놓았다. 지난 18일 용담·명암·산성동 주민센터에서는 227번째 사랑의 행복밥집이 문을 열었다.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사랑의 행복밥집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이다. 하지만 3주 전부터 밥과 국 대신 우유와 떡·과자 꾸러미로 대체됐다. 이마저도 단골손님(?)들 집집에 배달을 가야하는 형편이다.

이날은 운호고등학교 총동문회 봉사단이 일손을 도왔다. 김성수 총동문회장은 “원래 계획은 맛있는 밥을 지어 대접하려고 했는데 메르스때문에 어쩔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워하면서도 “혼자 적적하게 사시는 어르신들은 오히려 방문하는 것을 더 좋아하셨다. 이것대로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르스도 막지 못한 ‘사랑의 행복밥집’이 어느새 6년째를 맞았다. 처음에는 30여명에게 대접했던 식사는 소문이 나 200명 이상이 찾아오기도 한다.

사랑의 행복밥집이 용담·명암·산성동 주민센터에서 연중행사로 자리 잡기 것은 온전히 연규순(60·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씨의 공이다. 보험설계사인 연 씨는 한때 청주 최고 실적을 기록하던 능력이 있는 설계사였고, 매달 들어오는 수입 중 일부를 다른 사람을 위해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어려운 이웃에게 생필품을 전달해 주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좀 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 급식을 선택하게 됐다.

그렇게 2010년 10월 6일 밥집을 열었다. 연 씨는 “처음에는 열 평 남짓한 주민센터 동아리방을 빌려 시작했다.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오시게 되면서 주민센터에서 식당을 마련해 주었고, 내가 몸담고 있는 삼성생명을 비롯해 한화이글스 등 여러 단체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작할 때만하더라도 돈도 잘 벌고, 수입 가운데 일부면 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봉사활동에 이틀을 쏟아붓다보니 실적이 떨어져 수입은 곤두박질쳤고, 밥이 맛있는 탓(?)에 밥집을 찾는 어르신들은 점점 늘었다. 돈은 없고 쓸데는 많으니 형편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지사, 결국 회사에 구조요청을 했고 그의 뜻을 높이 산 삼성생명이 지원을 결정했다.

지원을 받게 되면서 돈 걱정은 조금 덜었지만 개인적인 형편은 크게 나아진 게 없다. 하지만 연 씨의 삶은 행복하다. 그는 “밥집이 회를 거듭할수록 내 행복도 쌓여간다. 더 많은 분들을 모시고 수요일뿐만 아니라 화요일, 형편이 된다면 목요일 금요일도 밥집을 열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