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1년, 어떻게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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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1년, 어떻게 보십니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5.07.02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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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청원 통합 1년+미래 100년
통합 1년, 어떻게 보십니까

청주시민들은 통합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이제 1년밖에 지나지 않아 만족할 만한 변화를 체감하지는 못할 것이다. 청주와 청원을 구분했던 행정구역 선을 없애고 다함께 손을 잡았으나 이제 시작이므로. 시민, 민간단체장, 공무원노조 지부장을 만나 각자 위치에서 느끼는 통합1년에 대해 들어봤다.

“시내버스 들어와 편리… 횟수 늘어나면 더 좋지”
황진녀 청주시 현도면 죽암2리 주민

청원군민들에게 청주·청원통합의 가시적인 효과라면 시내버스 요금 인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통합 전 군민들이 시내버스를 타고 청주-청원을 오고 갈 때는 행정구역이 달라 교통비가 많이 들어갔다. 그러나 통합되면서 1150원으로 통일됐다. 교통카드가 있으면 1050원. 그래서 과거에는 낭성면-청주시내 왕복요금이 6100원이 들어갔지만, 지금은 2300원이면 된다. 교통카드가 있으면 2100원에 30분 이내 무료환승도 가능하다.

청원군 현도면 죽암2리는 청주·청원통합의 상징적인 마을이다. 지난 2012년 5월 21일 통합 주민투표를 한 달여 앞두고 경사가 생겼다. 1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조용한 시골마을에 역사상 처음으로 시내버스가 들어온 것이다. 청주에서 승용차로 30여분 걸리는 이 마을에는 그동안 시내버스가 들어오지 않아 큰길까지 10리길을 걸어가서 버스를 타야 했다. 이 날 마을회관 앞에서는 시내버스 노선 개통식이 열렸다. ‘축 개통’이라는 글씨를 달고 꽃으로 장식된 버스가 들어오고, 마을 주민들은 춤을 추었다.

1년여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이 마을을 찾았다. 농번기여서 마을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황진녀(71·사진)씨가 버스에서 내렸다. 이 버스는 문의-신탄진을 하루 3회 오가는 공용버스다. 청주시 관계자는 “공용버스는 청신운수 등 6개 회사가 번갈아 운행하고 요금은 편도만 500원이다. 이용객이 많지 않아 아직 청주시내까지 나오는 노선은 없고 문의-신탄진을 왕복 운행한다. 1일부터 환승제가 도입됐다”고 말했다.

황 씨는 “병원·시장·마트가 있는 신탄진에 가서 볼일을 많이 본다. 청주시내 갈 때는 큰길에 나가서 버스를 탄다. 시내로 나가는 노선이 생기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버스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황송하다”고 말했다. 다만 “버스 횟수가 늘어나면 볼 일 보고 들어오는데 여유가 생겨 더 좋을텐데”라고 덧붙였다. 통합을 계기로 시내버스 요금이 대폭 내려가자 청주 육거리시장은 문의·낭성·가덕면 주민은 물론이고 미원면 주민들까지 이용해 전보다 더 활성화됐다. 과거 청주·청원 경계지역은 면 주민들의 왕래로 상권이 활성화 됐다는 얘기들이 있다.
 

“민간단체 중 가장 먼저 통합… 공동체의식 생겨 좋아”
박종춘 청주시주민자치협의회장

민간사회단체 자율통합은 통합 전 청주·청원이 만든 상생발전합의사항에 들어있는 사항이다. 총 45개 단체 중 23개는 통합 전, 나머지 22개는 통합 후 살림을 합쳤다. 민간사회단체들은 지난 12일 통합을 선언한 청주·청원 문화원 외 큰 어려움없이 통합했다.

청주문화원은 통합 의사를 밝힌 반면 청원문화원은 ‘독립적 운영’을 외쳐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다. 그러자 청주시는 청주문화회관을 무상 사용해온 청원문화원에 연 1800여만원의 임대료를 부과하고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패널티까지 적용했다. 다만 통합에 동의한 청주문화원 측에는 보조금만 중단했다. 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해 양 쪽의 문화원장도 물러났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뒤 문화원은 통합을 결정했고, 현재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단일조직 출범을 논의하고 있다.

청주·청원 주민자치협의회는 지난 2013년 10월 통합됐다. 민간사회단체 중 가장 먼저 살림을 합쳤다. 청원군 주민자치협의회장 이었던 박종춘(58·사진) 회장은 통합 후 청주시주민자치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여기에 충북주민자치연합회장도 맡고 있다. 청주시주민자치협의회는 43개 읍·면·동 회원 1100명으로 구성된 거대 조직이다. 민간사회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박 회장은 “주민자치협의회는 어려운 사람이 있을 때 돕고, 행사 있을 때 앞장서 일하고,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봉사단체다. 단체 통합에도 솔선수범하자는 의미에서 가장 먼저 했다”며 “통합이후 큰 갈등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 후 좋은 점은 상생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양 지역이 이웃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이다. 힘도 더 커졌다. 옛 청원군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청주시내에서 팔아주는 것은 서로에게 이익이다. 같은 지역이라는 공동체의식외에 서로 도와주는 마음까지 생기니 여간 좋은가”라고 말했다. 실제 ‘주민자치위원 없이는 행사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행사나 축제 때 이들의 활동은 눈부시다.

“부정적 의견 더 많아… 공정한 인사·내부 화합 희망”
지헌성 공무원노조청주시지부장

청주·청원통합은 공직사회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현 청주시 공무원은 정규직·비정규직 합쳐 총 3300명에 이른다. 충북도청보다 많고 웬만한 기업체보다도 많은 숫자이다. 지헌성(사진) 공무원노조청주시지부장은 공무원노조청원군지부장 출신으로 통합 후 청주시지부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청주시 공무원들이 통합1년을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에서 내부 전산망을 통해 설문조사를 했다. 노조원들은 공정한 인사와 내부화합을 원하고 있었다. 또 상생발전합의사항은 지켜져야 한다, 씨앗모양 CI는 부적합 하다고 답변했다.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이승훈 시장이 의욕적이라고 생각했으나 현안문제 해결과 위기관리 대처능력면에서 점점 실망하게 된다. 그리고 참모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고 일을 맡겨야 하나 모든 행정이 시장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장은 만능이 아닌데 어떻게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할 수 있겠는가. 일을 해도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 지부장은 또 “이 시장은 여러 단체들과는 소통하려고 애쓰지만, 내부 직원들과는 소통하지 않는다. 이게 불만이다. 내부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행부가 조직개편 같은 중요한 일을 하면서도 노조와 대화 한 번 하지 않는 태도도 꼬집었다.

통합이후 공무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인사문제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양 지역이 합쳐지다보니 인사철마다 총성없는 승진경쟁이 일어나고 ‘카더라’통신이 난무하고 있다. 아직까지 어느 지역 출신인가를 먼저 따지는 게 관행처럼 돼버렸다. 지역차별 없는 공정한 인사시스템 구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승진에만 몰두하는 공직자들의 자세가 가십거리로 등장하기도 한다. 지 지부장은 “앞으로 직원들간 직렬별 토론회 등을 열고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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