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삶 바꿔놓은 ‘태양광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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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삶 바꿔놓은 ‘태양광 에너지’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5.07.0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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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으로 두부 만들고 고추 빻고…바이오연료로 경운기 운행
에너지 자립마을 향해 천천히 전진하는 전북 임실군 ‘중금마을’

정부는 그동안 이런 저런 마을만들기사업을 추진했고, 해당 사업지역에 많게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농촌마을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이곳저곳에 체험마을이 조성됐고, 전통테마마을을 비롯해 정보화마을, 생태마을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됐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중앙부처별로 많은 사업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사업이었다. 마을주민들도 바꾸려고 노려하기 보다는 ‘예산 따먹기’에 급급했다. 하드웨어는 들어섰지만 이를 운용할 소프트웨어는 빈약했다. 이번 호에서는 중금마을을 소개한다. 에너지자립마을을 목표로 현재진행형인 전북 임실군 중금마을을 취재하며 해법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들었다.<편집자 주>

▲ 임실 중금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특히 어린 학생들은 이곳에서 자연친화적으로 사는 방법을 배운다. 사진은 매일 마을 교육장에서 열리는 방과후 학교.

중금마을은 치즈마을과 연접한 작은 마을이다. 31가구가 모여 사는 중금마을은 에너지자립마을을 꿈꾼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전기요금도 줄이고, 자신들의 생업인 농업의 미래를 위해 환경을 조금 생각했을 뿐이다. 그 결과 현재는 11가구가 태양광 발전을 하고, 농촌마을답지(?)않은 재활용 분리수거가 이 마을의 상징이 됐다.

시작은 여느 마을만들기사업과 다르지 않았다. 2010년 정부의 ‘그린 빌리지 사업’에 참여해 보조금을 받아 태양광 발전 시설을 갖췄다. 참여한 가구에는 3㎾짜리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다.

▲ 에너지자립마을에 도전하고 있는 임실 중금마을.

세상에서 가장 바꾸기 어려운 일

태양광 발전기 보조금은 월 전력 사용량이 350kwh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가족 수가 많고 경제적 능력을 갖춘 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자부담은 100만원으로 정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집이 발전설비를 갖춰야 발전기 설치비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 결과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 11가구에서 전체 마을 전력 사용량의 70%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은 에너지 빈곤층이다. 경제력이 약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1인가구들이다. 대부분 노인들이라 이들을 위해서는 마을회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마을 방앗간도 운영한다. 마을주민들이 친환경 농장에서 재배한 콩을 이용해 두부를 생산한다. 물론 기계를 돌리는 전력원은 태양광이다. 고추나 쌀을 빻을 때도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니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중금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달 30일에도 인근 초등학교 학생 전원이 김정흠 위원장이 진행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 마을을 방문했다. 전국 유일이라는 마을 방문 방과후 수업이다. 이론수업은 물론 ‘바이오 연료로 움직이는 경운기 타기’ 등 친환경 체험학습이 진행된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전기의 생산과 소비, 신재생에너지와 지구 환경의 상관관계를 익히게 된다. 김 위원장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렵다. 반대로 습관을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어린 시절부터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된다면 어렵다는 습관을 바꾸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관주도의 사업은 건물을 짓고 시설을 지원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태양광으로 아낀 전기요금만큼 전기 사용량을 늘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사용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절약에서 시작하는데 이 같은 취지가 훼손되는 것이다.

▲ 태양광 발전으로 돌아가는 마을 방앗간.

농촌마을, 근본은 ‘농업’

그의 노력으로 중금마을 주민들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쓰레기 배출을 줄여야만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결국 이런 노력들이 생명을 지키고 건강하게 만들며, 지금보다 나은 농업환경을 만들 것이라 주민들은 믿는다. 그래서 중금마을은 이런저런 정부의 지원사업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기본에 충실했다. 김 위원장은 “행위가 곧 물질적 보상으로 이어지면 보상이 끊겼을 때 더 이상 그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럼 다른 마을처럼 중금마을도 실패한 마을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느리더라도 제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중금마을은 관광산업이 주 소득원인 마을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은 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농업녹색성장이 이들의 궁극적 지향점이다. 식량자급을 증대하고 다품목 소량생산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 모두를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을 받아 차별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농기계는 바이오연료를 사용하고, 가공과정은 태양과 전기를 사용한다. 이런 노력등리 결국 주민의 복지와 문화공동체로 나아가는 길이란 믿음이 오늘도 마을주민들을 한 마음으로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다.
 

“분리수거 정착에만 4년 걸렸다”
중금마을 친환경 전도사 김정흠 위원장

“마을을 둘러보면 아시겠지만 별 거 없다. 요란스러운 시설도 없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천해가는 것이다.” 마을에 신재생에너지를 전도한 김정흠 위원장의 설명이다.

2007년 낙향해 중금마을에 안착한 김 위원장은 2009년 우연히 환경과 기후변화에 관한 교육을 접하고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방인인 그에게 중금마을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특히 한평생 살아온 시골마을 어르신들의 습관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김 위원장은 “먹을 음식, 비누 하나라도 물질적 보상이 있어야 참석하신다. 또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집으로 돌아 가신다”고 설명했다.

분리수거시설을 만들고 수개월이 지나서야 첫 참여가 있었다. 그리고 하나둘 참여하기 시작했고, 4년이 지나서야 분리수거가 정착됐다. 이후로는 공터에서 쓰레기를 태우거나 길거리에 버리는 행위가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불편해졌다. 이제는 분리수거를 가장 쉬운 쓰레기 처리방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분리수거는 부수입도 발생시켰다. 폐품을 팔아 거둬들인 수입은 마을공동기금으로 사용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세월을 통해 배운 것은 변화의 시작이 교육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덜 배출하고, 전기를 아껴 쓰고 하는 일련의 일들이 문화이고, 삶으로 정착된다면 친환경 마을이면서 100% 에너지 자립마을로 가는 길도 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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