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청사에서 그림보고, 책보고,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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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청사에서 그림보고, 책보고, 논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5.08.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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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사 대표적···‘시민청’에서 토론회·강좌·콘서트·전시회 모두 가능
광주광역시 올 여름 무더위 때 캠핑·영화상영·문화콘서트 열어 ‘큰 인기’
▲ 서울시청 신관 지하에 있는 시민청. 시민들은 여기서 토론, 공연, 담소, 그림감상 등을 즐긴다.

과거 지자체 청사는 공무원들만의 사무공간 이었다. 시민들을 위한 배려라고 해야 민원실에 의자 몇 개 놓는 게 전부. 충북도청과 청주시청 모두 외부인들이 사람을 기다리거나 앉아 일을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신축하는 청사에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설치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청사. 지난 7월 31일 서울시청을 다녀왔다.
 

청주시는 오는 11월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청사건립방향을 결정키로 했다. 중요한 것은 향후 신축, 리모델링, 혹은 신축+리모델링 중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더라도 새 청사가 시민 모두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공무원들만의 청사는 이제 의미가 없다. 시민과 함께 쓰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청사는 리모델링+신축 방식으로 지난 2012년 10월 건립됐다. 1926년 경성부 청사로 시작된 구청사 본관을 허물지 않고 서울도서관으로 리모델링했고, 그 뒤에 한국 전통가옥의 처마를 재해석한 유리건물을 신축했다. 청사 앞에는 서울광장이 있다. 구청사는 올해로 90세의 나이가 다 될 정도가 됐다. 2003년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근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 서울시청 신관 1층 로비에 있는 수직정원. 1층~7층 외벽을 식물로 덮었다.

서울시청사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서울도서관과 신청사 지하의 시민청, 8층의 하늘광장 갤러리, 9층의 하늘광장이다. 서울시 측은 “신청사는 직원들의 사무공간이 55,708㎡(62%), 시민 문화공간이 35,080㎡(38%)”라고 말했다. 서울도서관에는 일반자료실과 옛 청사 흔적자료실, 세계자료실, 옛 시장실, 기록문화관 등이 있다.

시청사 로비는 하나의 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전수천 작가의 ‘메타서사-서벌’이라는 웅장한 작품과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수직정원을 볼 수 있다. 수직정원은 1516m 면적에서 아이비, 스킨답서스 등 14종의 식물이 자라는 공간인데 로비에서 7층까지 이어져 있다.

재미있는 곳은 신청사 지하 1~2층의 시민청. 서울시 측은 “시민청의 ‘청’은 관청 청(廳)자가 아닌 들을 청(聽)자 이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청의 로고도 사람의 귀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시는 입구에 안내데스크를 설치하고 시민들의 각종 요구를 해결해주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청은 시민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이 주인되는 곳이다. 콘서트, 살림장, 결혼식 등의 각종 이벤트부터 토론회, 강좌, 워크숍 등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참여해 각자 창의성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시청 신관 9층에 마련된 하늘광장.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눈다.

서울시민들의 놀이터 ‘시민청’

시민청은 신청사 건립 공사중 발굴된 유구와 유물을 전시하는 군기시유적전시실, 청년창업기업·사회적기업·장애인기업 등 사회적 배려대상 기업의 우수제품을 전시·판매하는 다누리,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활짝라운지, 청계광장에서 하던 ‘할말있어요’를 옮겨온 시민발언대, 다양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지구마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 7월 31일 이 곳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북적였다. 한 쪽에서는‘서울, 규방전’ ‘내가 만난 아프리카전’이 열리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한 그림그리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커피와 음료 등을 즐겼고, ‘다누리’코너에서는 옷·가방·악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바로 앞 작은 서점은 책을 사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9층 하늘광장으로 올라가면 휴게공간이 있다. 장애인단체가 운영하는 ‘행복플러스가게’에서는 커피와 음료, 빵, 과자 등을 판매한다. 시청사를 둘러보는 ‘서울시청사 통통투어’에 참석하는 시민들이 여기서 요기를 하곤 한다.

 

▲ 서울시청 전경. 왼쪽 건물은 옛 청사를 리모델링해 도서관으로 쓰고 있다.

한편 광주광역시는 올 여름 무더위 때 청사 내외부 공간을 재미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큰 인기를 끌었다. ‘열대夜 친구야 같이 놀자’라는 주제로 캠핑·영화상영·어린이자전거 대여·문화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 “캠핑은 접수 5분만에 100가족 신청이 마감됐다”는 게 광주시 설명.

그리고 경기 군포시의회는 올해 1~2층 로비를 전시장으로 꾸며 시민들의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고, 경북 달성군은 지난 2014년 차 한잔과 함께 예술작품을 볼 수 있도록 청사에 ‘참꽃갤러리’를 개관하고 틈틈이 전시를 열고 있다. 경북 칠곡군도 지난 2014년 청사를 리모델링하면서 갤러리를 설치했다.

 

▲ 올 여름 광주광역시는 시청 잔디밭을 시민 캠프장으로 활용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광주광역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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