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장편서사시 ‘금강’ 전문 한 자 한 자 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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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장편서사시 ‘금강’ 전문 한 자 한 자 살리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5.08.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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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박수훈 씨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서 초대전…길이만 110m
 

‘돌담’ 박수훈(59) 서예가 하면 신동엽 시인의 시 ‘금강’이 생각난다. 충북발전연구원 옆 식당 ‘오리골’의 주인인 그는 식당 벽에 ‘금강’을 써서 붙였다. 이 집에 가는 사람치고 이것을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를 한 자 한 자 써서 방 세 칸을 둘러친 그의 글씨는 ‘오리골’의 청국장과 함께 명물이 됐다.

이번에는 박수훈 씨가 시 ‘금강’ 전문을 다 보여준다. 길이만 110m. ‘오리골’에서 본 것은 일부분이고 이게 진짜다. 이 시는 총 30장 4800여 행의 장편시로 실존인물인 전봉준과 가공인물인 신하늬로 대표되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동학혁명을 형상화하고 있다.

▲ 김옥중 시 ‘빈 그릇’

청주민예총 서예위원회는 12~16일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김득신 서예전’을 연다. 한 쪽에서는 회원전, 한쪽에서는 박수훈 초대전을 한다. 초대전의 제목은 ‘소요(逍遙)의 방’. 소요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말이다. 아무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이리저리 자유롭게 노닌다는 뜻. 술·친구·여행을 좋아하는 평소 박 씨와 닮은 점이 있다.

그는 “글씨는 쓸수록 어렵고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 한 글자라도 잘 쓰면 기분이 좋을 정도로 어렵다. 그럼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풍류로 여기고 하고 있다. 장자에 나오는 ‘소요’와 일맥상통 한다고 할까”라며 “이번에 33개 작품을 선보인다. 한자의 전·예·해·행·초서와 현대적인 한글작품까지 보여준다. 작년 1월부터 시작해 대작은 겨울까지 끝냈고, 나머지는 올 봄·여름에 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동엽 시 ‘금강’은 역사를 담고 있는 서사시라서 좋아한다. 이 시를 보자마자 쓰고 싶어졌다. 이 시에는 청주·옥천·영동·보은 등 우리지역 지명이 많이 나온다. 민초들의 아픔을 통해 역사를 볼 수 있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틈틈이 글씨를 쓰다보니 이 시 전문을 쓰는데 족히 1개월은 걸렸다. 하루에 몇 시간씩 늦은 밤까지 쓰곤 했다. 나를 잊어버리고 싶을 때 글씨를 쓴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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