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규 제천시장 ‘전과자’ 발언 ‘파문’
상태바
이근규 제천시장 ‘전과자’ 발언 ‘파문’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5.09.03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주민자치위원장 “특정인 겨냥한 명예훼손” 반발… 법정 싸움 비화 조짐
▲ 8월 25일 주민자치위원회 워크숍에 참석한 이근규 제천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오이 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맨 것인가? 이근규 제천시장의 공식석상 발언이 명예훼손 논란으로 확산되며 자칫 법적 다툼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8월 25일 열린 주민자치위원 역량 강화 워크숍에 참석해 “지역 사회단체 대표를 맡는 사람이 파렴치한 전과를 가지고 있다”며 축사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훈계성 발언을 시작했다.

“이·통장, 주민자치위원, 바르게살기, 자유총연맹, 새마을, 자원봉사센터 등 시와 함께 가시는 분 가운데 파렴치 전과를 가진 분들은 자제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이 시장은 “사기, 횡령, 성범죄, 폭력 전과를 가진 분들은 스스로 지역사회에서 봉사자로 남을지……”라며 “남 앞에 서서 지역의 행정이나 많은 정책들을 감 놔라, 팥 놔라 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것이 시의 방침” 이라는 취지의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참석자들은 이 시장의 언급이 전과를 가진 행정 유관단체 일부 관계자를 겨냥한 듯한 뉘앙스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시장의 발언은 누구라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언급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를 두고 시비를 벌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 주민자치위원들 워크숍을 격려하기 위해 참석한 시장의 ‘축사’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참석자 A씨는 “당시 이 시장의 ‘전과자’ 발언을 들으며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행사를 축하하기 위한 취지보다는 주민자치위원들을 훈계하고 나무라는 듯한 인상이었다”며 “마치 결혼식에 참석한 주례자가 축복과 덕담은 뒷전으로 한 채 부부싸움과 이혼 얘기만 늘어놓는 것처럼 부적절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이날 발언이 특정인을 겨냥한 ‘정치인 이근규’의 의도된 경고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로 문제의 발언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이 시장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한 사람도 있다. 올 초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으나 시의 압박 속에 지난달 사퇴한 B씨는 “이 시장이 축사를 통해 지역사회단체 대표를 맡는 사람이 파렴치 전과를 가지고 행정이나 정책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등의 발언으로 내 명예를 훼손했다”며 즉각 반박했다.

문제의 발언이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채 원론 차원의 일반 화법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설령 고소가 이뤄진다 해도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공식행사 축사 자리에서 언급할 만한 발언인가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큰 것만은 사실이다.

이미 지난 1월 주민자치위원장 위촉 과정에서 전과가 있는 B씨의 재임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 시장이 시 담당 공무원들을 질책한 일에 비추어 볼 때, 워크숍 관계자들이 이 시장의 발언을 B씨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B씨는 “내가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은 것을 이 시장이 마뜩치 않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대승적 차원에서 중도에 사퇴했다”며 “그럼에도 이 시장이 공식석상에서 망신주기에 나선 데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분개했다.

한편 이 시장은 자신의 워크숍 축사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언론 등을 통해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 워크숍 개회식 축사에서 시정을 이끌어가는 리더인 주민자치위원회의 화합과 소통을 강조했으며 특히 각종 직능단체와 함께 부정부패가 없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의미를 담아 시의 방침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