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좋아하는 셈법 ‘유발효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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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좋아하는 셈법 ‘유발효과’란?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5.09.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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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치, 각종 정책 및 지역행사에 경제유발효과·간접고용효과 남발
한국은행이 정한 계수가 기준… 2005년 작성, 현재 환경 반영 못해
▲ 기업의 투자유치에 따른 긍정적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생산유발효과 등 미래의 경제적 효과를 수치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가 청주 투자를 발표했다. 금액은 무려 15조 5000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이 돈으로 현재 조성 중인 테크노폴리스에 새로운 생산라인을 구축할 전망이다. 기대감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관련 지자체들은 서울대경제연구소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21만명의 고용창출효과와 55조원의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서울대경제연구소는 또 지역경제에는 5조 1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5만 900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당시 발표 자료에 따르면 21만명의 고용창출효과와 55조원의 생산유발효과는 청주 뿐만 아니라 이천에서도 동일한 규모로 예상됐다. 당시 발표자료에는 “각각 21만명의 고용창출효과와 55조원의 생산유발효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청주와 이천이 가진 조건이 같지 않은데도 예상치는 같다.

이 같은 기대효과가 당초 목적과는 달리 여론을 호도하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연구원은 “어찌 보면 숫자놀음이다. 현실을 들여다보면 여러 변수들이 있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하며 “수치가 화려하게 나오다보니 정치인들이 선호한다. 어떤 사업이나 행사 등이 지역 내 이러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표현하면 직접 체감할 수 없지만 좋은 평가를 내리게 된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나 연구원들은 이런 종류의 수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는 신뢰하지 않는 수치

SK하이닉스의 투자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청주와 이천 공장의 생산유발효과와 간접고용효과가 왜 동일하게 나왔을까? 이유는 같은 공식에 대입했기 때문이다. 그 공식은 바로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생산유발계수·고용유발계수·부가가치유발계수이다. 이 계수는 실측을 통해 정해지며 이후에는 이를 근거로 변화요소들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담긴다.

생산유발계수는 산업별로 모두 다르다. 한국은행은 제조업의 생산유발계수를 반도체, 철강 등 40개로 구분해 실측을 바탕으로 계수를 정해 놓았다. 반도체산업 2012년 생산유발계수는 3.02이고, 같은 해 통신기기의 생산유발계수는 3.55이다. 단순히 설명하면 같은 사업비를 투자할 때 통신기기분야의 생산유발효과가 더 높게 나오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고용유발계수를 적용해 간접고용효과가 측정되고, 부가가치유발효과가 계산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동일한 15조 5000억원의 투자와 둘 다 반도체분야 계수를 적용하다보니 동일한 수치가 나온 것이다.

한국은행 10년만에 실측 나서

이 같은 오류를 피하기 위해 지역 내 효과를 별도로 계산하기도 한다. 서울대경제연구소는 SK하이닉스의 지역경제 내 생산유발효과는 5조 1000억원, 5만 9000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수치 또한 청주와 이천을 구분하지 않고 지역 내 효과로 뭉뚱그려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충북의 경우 대략 전체 효과의 60% 정도를 가져오는 것으로 계산한다. 생산유발효과가 55조원이라면 30조원 이상이 될 것이다. 위에서 발표한 수치는 아마도 기초자치단체 내 효과를 의미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경제연구소가 어떤 지표로 지역 내 생산유발효과 등을 측정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생산유발효과 등 지표 문제의 심각성이 여기에 있다. 기초자치단체별로 세분화된 공식적인 지표나 계수는 존재하지 않았고, 광역자치단체별 계수는 2005년도에 실측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충북도 등에서 발표한 간접고용효과 등의 지수는 결국 2005년 사회상이 반영된 수치로 현재의 기대치를 반영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은행 충북본부 관계자는 “생산유발계수 등 관련 3개 계수를 정하기 위해 진행된 실측은 2005년이 마지막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실측이 진행되고 있고,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산업연관표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도에 작성된 충북의 산업연관표는 전국단위와 달리 산업분야를 세분화하지 않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포함해 28개로 구분하고 있고, 반도체분야에 대한 별도의 계수도 없다. 만약 이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SK하이닉스 투자의 기대효과를 계산한다면 전기및전자기기 등으로 분류해야 하고, 서울대경제연구소의 파급효과 분석자료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한 경제학자는 “해당 분석은 자금을 투입했을 때 이 자금이 돌며 2차·3차로 연계돼 발생하는 경제활동을 수치화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실제 기업이나 사람이 얼마나 수익을 내는지는 고려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계수가 1.7이라면 100원을 투자했을 때 170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하지만 그 과정에 참여한 모두가 수익을 발생시키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수치의 모순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SK하이닉스의 투자는 실제로 투자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이에 따른 파급효과는 지역 경제에 큰 의미를 가진다”며 “이번 투자 결정으로 SK하이닉스가 충북의 근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은 충북의 산업이 고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1159억원 경제파급효과는 어디로 가고
2년전 열린 충주세계조정선수권, 사회적 손실 852억만 남겨

한 연구원 관계자는 “생산유발효과 등은 냉정히 이야기하면 허수에 가깝다. 이걸 믿고 행사를 열거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미친짓”이라고 거칠게 표현했다. 그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라는 것이다. 최근 이를 반증할 사례가 밝혀졌다. 새정치연합 유기홍(서울 관악갑)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한 ‘국내 유치 국제체육경기대회의 개최비용 및 경제효과 비교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해당 자료는 전국 지자체가 진행한 국제체육경기대회 5개에 대한 분석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에는 2013년 열린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에 대한 분석도 담고 있다.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는 당초 예상보다 2배 가까운 993억원이 투입된 것도 모자라 대회 유치 이후 이에 따른 사회적 손실도 85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충주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의뢰한 자료를 근거로 1159억원의 생산유발효과, 512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1440명의 고용창출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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