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을 적신 충북인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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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을 적신 충북인의 향기
  • 충청리뷰
  • 승인 2015.09.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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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세평/ 박연수 충북청풍명월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 박연수 충북청풍명월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며,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사람이 전하는 향기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며 값지다는 뜻이리라.

지난 4월 25일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가 위치한 네팔에서 리히터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26일 규모 6.8의 여진에 이어 5월12일 다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 첫 번째 진원지는 카투만두 서북쪽의 고르카(Gorkha)지역이며 두 번째 진원지는 카투만두 동쪽의 신두팔촉(Sindhupalchowk)지역이다. 이번 대지진으로 인해 카투만두에 있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7곳의 사원이 무너지거나 피해를 봤고 주위의 가옥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현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사망자는 10,000명을 넘어 설 것이라 한다. 특히 농촌지역인 고르카지역이나 신두팔촉지역의 민가는 거의 다 무너졌고 주민들은 천막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만리(4045.2km) 이상 떨어진 네팔에 사람의 향기를 전하고 온 충북인들이 있다. ‘지구촌 하나되기 나눔과 동행’팀이다. 나눔과 동행은 충북의 시민사회, 거버넌스, 봉사단체 등 10개 단체회원 및 도민들의 후원금을 모아 7명이 함께 동행하였다.

나눔과 동행은 신두팔촉지역의 카지룽마을로 향했다. 카지룽은 20여 가구가 사는 마을로 동네 한가운데 칼린촉초등학교가 있다. 가옥도 학교도 모두 무너졌다. 칠흙보다 더 어두운 밤! 동네는 깊은 한숨의 장막에 쌓여 있다.

새벽이 밝아오고 주민들과 함께 임시 가옥 지붕에 천막을 덮었다. 부족하나마 비를 피할 공간이 생겼다. 가정마다 태양광이 설치되고 LED등이 달렸다. 한숨만 묻어나던 집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마을 발전위원장 역할을 하는 노루부셀파는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어둠을 밝히는 빛을 선물한 것이 아니라 절망에 빠진 우리 마을 주민에게 희망의 빛을 선사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임시 학교를 지었다. 땅을 파 나무 기둥을 세우고 무너진 학교에서 수거한 석까래를 올리고 지붕과 벽체 모두 함석을 이용하여 완성했다. 임시 창고로도 부족할 만큼 허름하지만 학생들과 선생님에게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에서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학교의 유일한 선생님 꾸마리 따망은 “정말 감사하다. 정부는 임시 방학을 마치고 수업을 시작하라 했는데 아무런 공간이 없었다. 강한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다.”라며 연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지막 날 동네 주민들을 모두 초청해 넓은 초지 위에 둘러 앉아 네팔 음식인 ‘달밧’을 나누어 먹었다. 우리가 나눈 것은 ‘함께 한다’는 사람의 향기다. 충북인의 향기는 저 멀리 네팔까지 적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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