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맹정음(訓盲正音)이 반포된 11월 4일이 우리들의 한글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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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맹정음(訓盲正音)이 반포된 11월 4일이 우리들의 한글날이죠”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10.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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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무지개도서관 김용태 편집국장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책 직접 점자로 만들어요”

대한민국 한글날은 10월 9일이다. 하지만 11월의 ‘특별한’ 한글날이 또 있다.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1963년 작고)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점자 훈맹정음(訓盲正音)을 반포했다. 바로 이 날이 시작장애인들의 한글날인 셈이다. 청주에서는 시각장애인 점자도서관인 ‘무지개도서관’(관장 박성주) 주관으로 해마다 기념식이 열린다. 올해도 흥덕구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 5층 무지개도서관에서 제89주년 점자의 날 기념행사를 연다.

무지개도서관은 97년 점자도서실로 개소해 2006년 충북시각장애인도서관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후 2008년 비장애인도 함께 이용하자는 취지로 무지개도서관이란 예쁜 이름을 짓게 됐다. 무지개도서관은 단순히 점자도서, 녹음도서 대출 뿐만 아니라 직접 점자 책을 만들기도 한다. 점자 제본기를 직접 다루는 전문가는 시각장애인 김용태 편집국장이다.

“점자소식지인 ‘무지개의 꿈’과 녹음소식지인 ‘옹달샘이야기’를 자체 제작하다보니 편집국장이란 직책을 갖게 됐다. 도서대출은 평일에만 저녁 6시까지 비장애인들도 이용가능하다. 장애우들은 전화 신청하면 무료 택배로 보내드린다. 다른 서비스로는 일반 명함 위에 점자를 인쇄하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점자도서 1983권 녹음도서 912권, 전자도서 2791권, CD도서 1130권을 보유하고 있다”

5천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하게 된 데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컸다. 녹음도서와 점자도서의 상당 부분이 목소리 봉사와 워드 타이핑 봉사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녹음봉사자의 경우 3~4개월 가량 사전연수가 필요한데 현재 6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워드 타이핑의 경우 재택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학생 봉사활동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청주는 봉사자들의 문의가 꾸준한 편이다. 워드 입력이나 육성 녹음의 경우에도 오자나 오독을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교정봉사, 모니터링봉사가 별도로 필요하다. 단순한 독서 이외에 예술문화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독서토론회, 시낭송 교실을 운영하고 각종 악기연주교실, 공예교실, 민요교실, 문학기행 등의 프로그램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현재 청주 무지개도서관에 시급한 것은 자원봉사 보다 낡은 장비를 교체하는 일이다. 점자 책을 출간할 제본기와 프린터는 10년이상 사용한 것이다. 점자 책은 문맹에서 벗어나 교육과 재활을 통해 자신의 힘을 기르는 중요한 삶의 도구다. ‘점자의 날’을 맞아 시각장애인들에게 '삶의 도구'를 확보해주는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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