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터널 통과 진보교육감, 현안 추진 ‘가속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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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터널 통과 진보교육감, 현안 추진 ‘가속페달’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11.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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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법 김병우 교육감 파기환송심 벌금 90만원 선고 현직 유지 확정
무상급식 주도적 해결의지 밝혀, 혁신학교·진로체험센터 공약사업 박차
 

김병우 교육감(58)에 대한 1년 5개월간의 선거법 위반 법정공방전이 마침표를 찍었다. 대전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유상재)는 2일 호별방문금지 규정 위반과 사전선거운동 혐의(지방교육자치에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김 교육감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현직박탈형인 벌금 100만원 이상을 넘지 않아 교육감직을 유지하게 됐다.

재판부는 “관공서를 방문하고, 문자메시지를 광범위하게 보낸 행위는 준법의식과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공직 후보자로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다만 방문한 곳이 관공서라 선거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는 데다 관공서 방문이 선거법에 저촉하는지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던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선고이유를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9월 상고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원심파기 취지는 “피고인이 관공서의 각 사무실을 방문한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호별방문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며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기 전 자동 통신의 방법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행위는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탈법에 의한 문서배부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공소사실을 대법원은 유죄로 판단했던 것.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방문 행위를 중단한 점, 표차를 볼 때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선거법 위반 사실은 인정되지만 불법 정도가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가 아니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김 교육감은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34.2%를 얻어 차점 낙선했고 2014년엔 44.5%를 득표해 차점자와 14%의 격차를 보이며 당선됐다.

당초 대법원 파기환송 직후 교육계 일부에서는 김 교육감의 현직박탈형 선고 가능성을 점치는 뒷담화가 나돌았다. 심지어 보수단일화를 위한 이기용 전 교육감의 재기설까지 등장했다. 장기간의 법정소송 부작용으로 교육감의 지시가 말단까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일부 보수 관료들과 교장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탓 이었다. 전임 교육감 당시 학교 납품비리 등에 대한 언론 보도와 경찰 수사가 벌어지자 그 진원지를 현 교육감쪽으로 돌리기도 했다. 보수 관료들에게 영(令)을 세우기 위해 언론과 경찰을 활용한다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본보가 단독취재한 학교납품 비리 의혹 기사는 지방선거 이전인 작년 4월 첫 보도했다. 1대당 550만원에 달하는 고가 청소기를 26개교가 특정 회사 동일상품으로 구입한 의혹이다. 학교재정 16억원이 활용도가 낮은 건습식 청소기 구입에 날아간 것이다. 단독보도 이후 해당 기자에게 교장급을 포함한 학교 교원들로부터 제보가 이어졌다. 16억원대에 달하는 영어교육용 지능형 로봇의 납품가가 시중가보다 2배이상 부풀려진 사실도 제보로 확인된 사안이다.

이같은 납품비리 의혹은 도교육청 전 예산담당사무관 A씨가 “2012~2014년도에 기타학교재정지원비 등 재량사업비 예산편성 과정에서 가 최종 결재권자인 교육감에게 가부를 결정을 받은 후 업무담당 주무관과 교육지원청 예산업무 관련자들에게 지시하여 예산에 반영하여 지원했다”고 자체감사에서 진술해 ‘몸통’논란이 확산됐다. 이에대해 청주지검은 최근 당시 부교육감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전 교육감에 직접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법원의 최종 판결에 이어 과거 보수관료들에 대한 비리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김 교육감이 조직기강을 다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충북도와 갈등을 겪어온 무상급식 문제도 대해서도 여론부담을 덜고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2일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교육감은 “무상급식 문제는 지방교육재정 악화라는 총체적 위기의 일부일 뿐이다. 교육재정 위기는 교육가족의 문제도 아니라 전 도민의 위기다. 그런 의미에서 무상급식 문제를 다시 한번 바라보자고 (이시종 지사께)제안하겠다”며 자신이 먼저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6·4지방선거 당시 주요 공약사업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우선 ‘충북형 혁신학교(행복씨앗학교) 조성사업’은 김 교육감의 역점 현안이다. 새누리당이 장악한 도의회가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일선 학부모들의 지지여론에 힘입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공약사항이지만 일부 반대여론 등으로 흐지부지된 ‘9시 등교’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육부로부터 확보한 특별교부금 155억으로 진로체험센터시설 확충, 다문화교육지원시설(가칭 어울림교육원) 건립, 충북도특수교육원 설립 등 김 교육감의 공약사업 3건을 추진할 계획이다.

진보교육감의 정체성, 부담스런 2가지 과제

공약사항중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교육공동체권리헌장’제정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하지만 김 교육감이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았기 때문에 함께 참여한 진보교육단체의 반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강원도와 전라남도가 충북이 추진하려고 했던 원안과 비슷한 교육공동체 인권 관련 조례를 발의했지만 도의회에서 부결됐다. 교육단체의 요구대로 교육감이 조레 발의를 하더라도 충북도의회가 통과시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교육감이 발의하는 자체가 진보-보수 갈등만 부추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허건행 집행위원장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열망이 아직 크다. 교육청을 꾸준하게 압박하는 방법이나 정 안되면 주민발의를 다시 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사법부의 족쇄에서 자유롭게 풀려난 김 교육감을 상대로 진보시민교육단체의 압박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반대하는 진보교육감들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2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국민의 반대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정부의 국정화 강행 확정고시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경기도내에서는 쓰지 못하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화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진보교육감들이 국정화 이후 대책도 공조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 교과서가 국정화되면 일단 모든 학교에 해당 교과서가 배포된다. 하지만 대안교과서나 보조교재의 활용 여부는 교사나 학교장의 재량이다. 대안교과서와 보조교재를 쓰더라도 교육부가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 17개 시도 교육감 중 국정화 반대 교육감이 13곳에 이르기 때문에 공조할 경우 국정교과서가 외면받을 수도 있다. 학교 예산권과 인사권을 가진 교육감을 학교장이 거스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적 학부모단체와 학교 운영위원회의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어 부담스런 대안이기도 하다.

김병우 교육감 재판 관련 일지

<2014년>
▲6월 호별방문 금지 불구속 기소, 청주지검
▲9월 1일, 호별방문 금지 벌금 70만원 선고, , 청주지법
▲9월 11일, 기부행위 의혹 추가 소환조사, 청주지검
▲11월 20일,기부행위·사전선거운동 추가 기소, 청주지검
▲12월 5일, 호별방문 금지 항소심 벌금 70만원 선고, 대전고법

<2015년>
▲2월 9일, 사전선거운동 무죄선고, 청주지법
▲6월 17일, 사전선거운동 항소심 벌금 80만원 선고, 대전고법
▲9월 10일, 사전선거운동·호별방문 금지 파기환송, 대법원
▲10월 29일, 기부행위·사전선거운동 벌금 80만원 원심 확정, 대법원
▲11월 2일, 사전선거운동·호별방문 금지 벌금 90만원 확정, 대전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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