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부잣집 8자매와 구순 아버지의 ‘추억 만들기’ 일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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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부잣집 8자매와 구순 아버지의 ‘추억 만들기’ 일본 여행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11.0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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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분평동 이귀복 씨와 7자매, 아버지 이한응 옹과 3박 4일 단체여행 ‘화제’
 

‘딸 부자는 해외여행에 지치고 아들 부자는 해외여행 떠난 자식 손주보느라 지친다.’ 딸자랑 우스갯 얘기가 현실이 된 딸 부잣집이 있다.

청주 서원구 분평동에 사는 이귀복 씨(56)를 포함한 7자매가 아버지 이한응 옹(91)을 모시고 3박4일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10월 29일 부산에서 여객선을 타고 나가사키-후쿠오카-고쿠라-야마구찌 등 도시를 여행했다. 애초 8자매 모두 참가해 아버지와 딸만의 추억을 만들려 했지만 막내 정희씨(49)가 직장 일로 빠지게 됐다.

“올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님 상심이 크실 것 같아 연말쯤 모시고 자매들이 다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다. 국내 여행을 자주했지만 해외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휠체어 생활을 하셔서 엄두를 못 냈다. 사위들은 빼고 딸들만 모여 아버지와 정말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여객선 다인실에 모여 앉으니 안방처럼 편하고 즐거웠다. 여행가이드가 우리 가족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가는 곳마다 소개하는 바람에 아버님이 박수갈채를 많이 받으셨다.” 귀복씨는 다시 여행지로 돌아간 듯 신나게 추억을 되새겼다.

아버지 이옹은 젊은 시절 서울에서 건축 목수일을 하면서 8자매를 키웠다. 당시 구로구 시흥초등학교 27회 졸업생인데 위로 5자매가 같은 초등학교 후배다. 첫째 귀인(69)부터 귀애·귀분·귀숙·귀복까지 이름에 돌림자를 땄다. 이후 점집에서 아들 낳게하는 이름으로 여섯째 정자·미자·정희(49) 3자매를 더 두었다. 첫째와 막내의 나이차는 20년, 돌아가신 어머니와 첫째 딸의 나이 차도 똑같은 20년이었다. 좁은 집에 치렁치렁한 8자매였지만 자매간 서로를 돌보며 의좋게 자랐다고 한다.

“생전에 부모님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두분 사이가 좋았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키가 180㎝ 정도 되셔서 모든 옷을 특대형으로 샀다. 6·25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가 되셔서 7월엔 모교인 시흥초등학교에 호국영웅명비가 세워졌다. 덩치는 크셨지만 딸들에게 자애롭고 어머니와 금슬이 좋아 우리 자매들도 탈없이 잘 큰 것 같다. 부디 백수 이상 더 장수하셔서 딸들에게 더 많은 추억을 남겨 주셨으면 좋겠다.”

이 옹은 15년 전 서울 생활을 접고 충남 계룡시의 둘째 딸 귀애씨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평소 국, 찌게를 멀리하며 정해진 시간에 3끼 식사를 해왔다. 또한 별다른 지병없이 하루 1시간 이상 산보를 습관화해 일본에서도 딸들과 똑같이 도보여행을 즐겼다.

“우리 8자매는 결혼조건이 명절 마지막날은 친정에 가는 것이다. 아들없어 쓸쓸한 명절이 되지 않도록 무조건 연휴 마지막 날엔 모두 모였다. 부모님 생신날도 어김없이 전원 참석한다.”

쉬운 일이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은 일을 해내고 사는 8자매는 정작 ‘마음 부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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