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청주시 구해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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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청주시 구해줬더니…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5.11.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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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등 입주기업 반대에도 관리공단 신설 추진 강행
청주산단관리공단 “입주기업 단일 관리 원해”…청주시 ‘불가’

청주시가 비용과 효율성 등에서 문제점이 지적되는 상황에서도 청주시통합산업단지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청주테크노폴리스 입주예정기업들이 청주시통합산업단지관리공단 설립과 관련해 불필요한 중복비용의 발생, 회사관리의 이원화 등 운영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며 관리공단 설립과 관련해 청주시에 간담회를 요청했지만 이조차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관리공단 설립이 이 시장의 선거공신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것 이라는 의혹이 설립 추진 초기부터 제기돼 왔다는 점을 들어 이 시장의 결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 사진설명-청주시가 관내 산업단지를 통합 관리할 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청주산단 입주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청주산단 내 9개 업체가 연접해 조성 중인 청주테크노폴리스로 이전 또는 증설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해당 기업들은 기존 관리공단을 포함해 두 곳에서 관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득보다 실’ 왜 고집하나?

본보는 8월 21일·9월3일자 보도를 통해 청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관리공단 설립이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물론 입주기업들에게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기존 관리공단 운영에 비춰보면 새롭게 관리공단이 설립될 경우 테크노폴리스 등 신생 산단에 입주할 기업들은 내지 않아도 될 신규가입비 등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주시가 유치에 공을 들였던 SK하이닉스의 경우 신규가입비(통상 면적 1㎡당 1000원 부과)만 1억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청주시가 설립의 당위성으로 주장하는 관리의 효율성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분석이다. 본보는 당시 보도를 통해 전국적으로도 관내 산업단지를 통합관리하려고 시도했던 지자체도 없었으며 청주시가 필요성을 주장하는 10개 산업단지 중 확정된 산업단지 내 관리기업은 10개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합관리공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청사 건립에만 207억원, 원년 운영비로 11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득보단 실이 크다는 평가다.

일선 기업들의 우려도 다르지 않았다. 최근 청주테크노폴리스 입주예정기업 다수가 관리기관을 청주산단관리공단으로 일원화 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테크노폴리스 입주 대표기업인 SK하이닉스는 “관리공단의 분산없이 입주기업의 각종 경비부담 완화, 편의성 향상 및 효율적인 관리 등 모든 면에서 하나의 관리기관이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LG생활건강도 “당사가 청주테크노폴리스에 추진 중인 공장 증설은 기존의 청주공장(청주산단 내)을 확장하는 개념”이라며 “관리기관을 분리해 등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대기업뿐만 아니다. 청주산단에 입주해 있으며 청주테크노폴리스에 공장을 짓기로 한 한세이프는 “공장을 이전하는 것도 아니고 증설하는 기업으로 관리공단이 두개로 나눠지면 업무에 혼선이 초래될 것”이라며 “기존이 아닌 청주시 산하공단으로 관리공단이 설립될 경우 신규가입비 뿐 아니라 운영비와 공동부담금 등 경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도 거부, 일방통행 청주시

청주산단관리공단은 이 같은 청주산단 내 기업들의 요구를 취합해 최근 청주시에 청주테크노폴리스 관리기관이 될 수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불가’였다. 청주시는 “관내 산재해 있는 산업단지를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해 조성된 산업단지가 지속발전할 수 있도록 별도 관리·운영계획이 있어 청주산단관리공단을 관리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불가”고 답변했다.

청주산단관리공단의 요구도 설득력이 있다. 현재 조성 중인 청주테크노폴리스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14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9개 업체가 기존에 청주산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으로, SK하이닉스를 포함한 5개사는 산단 내 공장을 유지한 상태에서 테크노폴리스에 추가로 공장을 증설하는 형태다. 따라서 청주시통합산업단지관리공단이 설립될 경우 1공장은 청주산단관리공단, 2공장은 통합산업단지관리공단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업체 관계자는 “같은 회사인데도 이원화된 관리기관으로 인해 통계자료를 제출할 때도 양쪽을 나눠서 계산·제출해야 하고, 불필요하게 회사를 이원화해 관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청주시가 불가 방침을 통보하자 청주산단관리공단은 입주기업들과 청주시, 그리고 청주산단관리공단이 참여하는 간담회 개최를 요구했다. 청주산단관리공단은 “청주시의 회신과 관련해 입주기업들과 협의한 결과 정책상의 이유만으로 결정지을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대안이나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의견을 개진할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간담회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9월 30일 공문을 통해 요청한 간담회 개최 요구에 청주시가 답한 것은 그로부터 한달이나 지난 후였다. 청주시는 10월 27일 공문을 통해 "관리기관 지정과 관련한 간담회 개최는 추후 검토해 통보하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청주산단관리공단이나 입주예정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주시 관계자는 "아직 입주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리기관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 단지가 조성된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입주예정업체들 사이에서는 통합관리를 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공동대응하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리공단이 설립되면 선거공신들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기업유치를 외치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해놓고 한쪽에서는 선피아 자리를 만들기 위해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청주시 ‘선피아’ 산하기관 감사 착수

 

이승훈 청주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뒤숭숭한 청주시가 최근 선거공신들이 자리를 차지한 산하기관에 대해 전면적인 감사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주시에 따르면 현재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청주시체육회를 비롯해 생활체육회, 장애인체육회, 직지세계화재단, 자원봉사센터 등 5곳이다. 이들 기관의 사무국장 등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승훈 후보 선거캠프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이번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대부분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청주시는 이번 감사에 대해 일상적인 감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일각에서는 이 시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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