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치킨게임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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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치킨게임 stop!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11.19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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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한 해 동안 도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지사와 교육감의 무상급식 대치전이 전면전으로 돌입했다. 2대의 차량이 1년간 마주보며 공회전만 하다가 서로를 향해 돌진한 것이다. 도민들을 볼모(?)로 ‘치킨게임(chicken game)’의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도교육청은 지난 11일 내년도 무상급식비 총액 964억원 중 91억원 적은 874억원만 본예산에 반영했다. 이에앞서 충북도는 당초 공언한 대로 식품비 총액의 75.7%를 반영한 152억원을 내년도 무상급식비로 편성했다. 여기에 도내 11개 시군이 부담하는 227억 원을 더한 379억원을 도교육청에 전출한다. 충북도가 무상급식비 전출금을 줄이자 도교육청이 ‘장군멍군’식으로 대응조치를 한 셈이다.

91억원이 부족하면 학교급식이 이뤄지는 9개월 가운데 한달 정도 무상급식을 할 수 없다. 새누리당 윤홍창 도의원은 “재정도 곤궁하고, 단체장의 의지도 없으면 선택적 유상급식으로 전환하는 걸 검토하라”며 선별급식론을 제기했다. 2011년 전국 최초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던 충북도, 이젠 경남도에 이어 두번째로 무상급식을 포기한 지자체가 될 처지에 놓였다.

도교육청의 요구는 민선 5기 때 합의한 대로 5:5의 비용분담을 지키라는 것이다. 충북도는 합의이후 인건비·운영비에 대한 국비지원이 늘어나면서 실제로 도교육청의 분담율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비 부담분인 식품비의 75.5%를 분담하는 것도 양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급식종사자의 총인건비 가운데 국비지원은 20.6%에 불과하다”며 무상급식 총액에서 제하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양 기관의 실무책임자와 중도적 시민패널이 참석해 생방송 TV토론회도 열었다. 하지만 ‘말의 성찬’일 뿐 아직도 많은 도민들은 ‘오리무중’에 빠진 심정이다.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피로감에 젖은 도민들은 부아가 나기 시작했다. “우리 세금으로 우리 아이들 밥먹이는 데 두 사람(지사와 교육감)이 왜 싸우고 난리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도민의 입장에선 도청이 쓰든 교육청이 쓰든 무상복지의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거다.

2010년 양 기관의 합의서엔 ‘도와 도교육청이 각각 급식비와 인건비 총액의 50%씩 분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후 2014년 합의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액에 급식종사자 인건비 포함시 총액급식비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아전인수식으로 서로에게 유리한 자료를 기관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보다못한 도의회가 한달전 중재안을 만들었지만 도교육청은 전국 지자체의 평균 분담률을 내세워 거부했다.

문제는 마주보는 자동차에 시동을 건 두 운전자가 한번도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무자를 내세워 소모전만 벌일 뿐 무상급식을 의제로 한 단독면담이 없었다. 사법족쇄에서 풀려난 김병우 교육감의 전향적 입장변화를 기대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새정치연합 지역구 의원들의 하소연(?)이 이시종 지사를 움직일 줄 알았는데 무산됐다.

원칙과 명분에 목을 맨 두 기관장의 ‘치킨게임’은 결국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마음 졸이며 ‘어리석은 게임(foolish game)’을 지켜본 유권자들의 ‘낙선운동’만이 남을 것이다. 먼저 브레이크를 밟는 자가 승리자다. 153만 도민은 지금 편갈라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목소리로 ‘stop’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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