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이주’ ‘개별 보상’ 갈피 못 잡는 청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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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이주’ ‘개별 보상’ 갈피 못 잡는 청주시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03.0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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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내 식당가 수십년간 ‘진통’ 2025년까지 집단 이전 불가능
상당구청, 상당산성 초입 민간개발 건축 승인…경관 훼손 우려

청주시민이 가장 많이 찾는 휴식처이자 역사적 가치 또한 뛰어난 상당산성이 난개발이 될까 우려스럽다. 청주시는 사적(212호) 지정(1970년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정비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재정적 원인 등으로 정비사업은 제자리걸음을 있다. 특히 난제로 꼽히는 식당가 정비는 ‘집단 이전’ ‘개별보상’ 등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방향이 바뀌는 등 난맥상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 개발사가 상당산성 초입에 대형 식당가가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상당산성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진입로 옆 임야가 민간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올초 청주시 상당구청은 청주시 산성동 산 38번지와 산 39번지에 대한 건축허가를 승인해주었다. 해당토지의 소유주이자 부동산개발사업을 하는 박 모씨는 이 땅에 연면적 481.86㎡의 제1종 근린생활시설 소매점을 짓겠다고 신고했다. 전체 부지규모는 9000㎡, 마을사람들은 이 곳에 식당이 들어올 것이라며 벌써부터 장사가 잘 될지 궁금하다는 반응이다.

 

수십년만의 개발행위에 놀란 주민들

해당부지는 산성터널로 이어지는 512번 지방도에서 산성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위치해 있다. 올초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산의 나무를 뽑고, 땅을 깎아내리자 주민들은 불법 개발이라며 청주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십여년전 작은 규모의 식당이 하나 지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수십년간 청주-낭성 간 도로를 기준으로 산성 쪽으로는 어떤 개발행위도 진행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개발이 안되는 지역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시민들은 물론 원주민들도 산성으로 진입하는 이 부근에서부터를 상당산성의 시작이라고 생각했고, 산성은 1970년 사적으로 지정된 이후 관련법에 의해 개발이 제한돼 있었기 때문에 지금껏 개발시도가 없었던 것이다. 해당부지는 지난해 현 토지주가 부지를 매입하면서 개발이 진행됐다. 취재 결과 해당지역은 산성 유적을 포함해 개발행위가 금지돼 있는 문화재보호구역이 아닌 것은 물론 성곽으로부터 반경 500M까지를 말하는 역사문화환경보존지구에도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가를 비롯해 산성 내 사유지와 청주시가 매입한 시유지 대부분은 역사문화환경보존지구로 해당 부지에서 건축행위 등 각종 개발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만 한다.

개발행위가 진행되고 있는 부지는 성곽으로부터 600㎡ 가량 떨어졌고, 도로에서 상당산성으로 이어지는 땅 중에 거의 유일하게 식당과 같은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용도상 자연녹지지역이다.

문제는 도로나 하천 등의 경계가 있어 산성지역과 구분이 가능한 곳이 아니라 범산성권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마을주민은 “사업주체가 임야를 개발해 분양을 전문으로 하는 업자인데 상당산성이라는 가치를 고려해 한옥 등의 건축물을 지을 리도 만무하고, 조화롭지 않은 건축물을 지을 경우 산성을 찾는 관광객에게 좋은 않은 첫인상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도 “당연히 우려스럽지만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막을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정비계획, 답답한 주민들

해당 토지의 개발은 자연스레 산성 내 식당가 정비 문제로 이어진다. 현재 산성 내 식당가는 10여곳만 운영되고 있다. 주5일 근무가 정착한 후로 해마다 방문객이 늘고, 중국관광객도 들르는 청주의 명소로 수요와 방문객들의 요구가 있지만 이렇다 할 개선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식당가 건물은 대부분 1970년대 지어진 한옥을 바탕으로 이후 식당업을 하기 위해 무허가로 증축한 시설이기 때문에 시설 현대화가 불가능하다. 앞서 설명했듯 해당지역은 역사문화환경보존지구로 신축은 불가능하고 증‧개축만 가능한데, 무허가건물은 증‧개축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상 손을 댈 수 없는 것이다.

정비의 어려움은 또 있다. 청주시가 식당가 존폐와 관련해 정책방향을 수정하면서 어떤 장단을 춤을 춰야할 지 모르겠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이 나오는 것이다. 1999년 청주시가 발표한 ‘상당산성 사적공원화 사업 기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산성 밖에 대단위 유원지를 조성해 식당가를 집단 이전하는 방안을 세웠다. 주민들도 환영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유원지 예정지역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이전 계획은 백지화됐다.

그리고 2005년 수립한 ‘상당산성 정비계획’에서도 식당가 이전은 거론됐고, 당시 의견수렴과정에서도 주민들은 대부분 이전에 찬성했다. 하지만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다.

재정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일부 영업을 하지 않는 가옥들을 개별 매입했다. 문화재청이 70%의 비용을 부담하고 충북도와 청주시가 15%를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년전부터는 중단됐다. 문화재청이 활용할 수 없는 시설에 대한 매입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세웠기 때문이다. 결

▲ 999년 나기정 시장 당시 집단 이전이 결정됐던 식당가는 이후 정책변화가 반복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사진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로드뷰.

올해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상당산성 정비계획을 담은 ‘2015 상당산성 종합정비계획’에 따르면 궁극적으로는 집단 이전이 청주시의 정책방향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재원 마련 등의 구체적인 방법은 명시돼 있지 않아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해당 정비계획을 살펴보면 청주시는 2020년까지를 1단계 정비기간으로 삼고 “성내 음식점들의 무질서한 간판정리와 불법 건축물을 주변과 조화되게 각기 건축주가 정비하도록 함”이라고 방침을 세웠다. 청주시 관계자는 “예전에는 산성 내 민가를 모두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 민가를 두는 것으로 정책적 입장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비계획상 장기적으로는 전통 한옥 음식촌을 건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현실화되긴 어렵다”고 답했다.

결국 건물 보수를 못해 영업은 물론 생활에도 불편을 겪고 있다는 주민들의 호소는 향후 10년안에는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이용객을 위해서나 주민들을 위해서나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라도 청주시가 명확한 입장을 밝혀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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