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병 없이 자라준 뇌성마비 아들 대견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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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병 없이 자라준 뇌성마비 아들 대견스러워”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6.05.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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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장애아들 지켜온 ‘억척 엄마’ 제천 이정순씨 어버이날 대통령 표창

“몸이 불편해도 내 자식이고 낳았으니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부모의 도리 아닌가.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고 해치는 뉴스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제44회 어버이날을 맞아 ‘장한 어버이’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 제천시 이정순(65)씨는 선천성 뇌성마비(지체하지기능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큰아들 김영민씨를 45년째 수발하고 있다. 영민씨는 혼자 서있거나 앉아 있지 못해 자신의 방에서 줄곧 누워 지내야 한다. 팔과 손가락을 조금 움직이는 것을 빼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영민이가 불편한 몸으로 태어났을 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것이 평생 내 생활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 1972년 스무살 새댁으로 영민씨를 낳은 뒤 바늘과 실처럼 아들과 함께 지내왔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남편(72)이 출근하면 이씨는 아들에게 세끼 밥을 먹이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을 혼자서 해낸다. 1년에 한번씩 보약을 해 먹이고 철이 바뀔 때마다 몸에 좋다는 약초를 구해 달여준다. 병원에 가야할 때는 119구급차를 부른다. 어머니의 지극정성으로 영민씨는 큰 병치레 없이 어느덧 중년의 나이를 맞게 됐다. “온 종일 집에 있어도 아들이 있어서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큰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라 준 아들이 대견스럽다” 영민씨는 중증장애로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 글을 깨우치고 컴퓨터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아침이면 떨리는 손으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뉴스부터 챙겨본다.

“아들이 요즘엔 팝송에 빠졌다. 혼자 흥얼거리는 수준이지만 세상 어떤 노래보다도 나를 즐겁게 해준다” 인터넷 통신판매를 통해 깜짝 선물을 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지급되는 월 60여 만원의 장애인 수당을 차곡차곡 모아 명절이나 어버이날에 영양제·건강식품 등을 선물한다는 것. “내가 평소 좋아하는 색깔이나 디자인을 눈여겨봤다가 인터넷으로 몰래 옷을 주문한다. 최근엔 감색 재킷과 파란색 블라우스, 빨간색 운동화를 선물 받았다”

이씨는 영민씨 아래로 아들 둘을 더 낳았다. 남편이 외환위기(IMF) 사태 때 실직하는 어려운 살림에도 둘째, 셋째 아들을 대학까지 졸업시켰다. 세 아들의 어머니이자 간병인으로 살다보니 하루 4시간 수면이 몸에 굳어 버렸다.

흔한 여행 한번 마음 놓고 하지 못했지만 아내로서 또 어머니로서 45년동안 정성을 다해 살아왔다. 이제는 어엿한 가장으로 각자의 가정을 꾸린 두 아들이 어머니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 “내 인생은 없다 해도 내 손을 기다리는 자식은 있다.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언제까지 건강을 유지하며 영민이를 보살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가장 부드럽고 가장 억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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