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아파트촌으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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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 아파트촌으로 전락하나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11.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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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일몰제 따른 출구전략…“민간개발 남발하지 않겠다”
주민대책위 “공원은 도심 허파, 훼손 주범은 청주시” 비난

도심의 허파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 수 십 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토지주, 공원 조성할 돈은커녕 부지 매입할 돈도 없다는 청주시, 이해관계가 얽혀 진통을 겪어왔던 청주지역 도시공원 일부가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행정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해당 부지의 당초 목적이 공원이었다는 점에서 청주시에 대한 비판은 이어질 전망이다.

▲ 사진설명-청주시가 개발지역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도 잠두봉공원 등 민간업체들의 제안서를 수용한 공원 4곳에 대한 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개발이 추진 중인 수곡동 잠두봉공원.

도시공원 개발이 뜨거운 감자가 된 배경은 ‘공원 일몰제’이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마냥 묶어둘 수 없는 형편이 됐다. 공원일몰제에 따라 2020년 7월 1일이 되면 해당 공원부지는 개발제한이 풀려 난개발이 우려된다. 개발제한이 풀리기 전에 특례사업을 통해 전체 부지의 70%라도 공원으로 유지하는 게 낫다는 것이 청주시의 판단이다.

 

4개 공원, 토지보상 절차 진행

현행 특례제도는 5만㎡ 이상의 도시공원을 대상으로 한다. 민간이 개발해 전체 부지의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를 주거나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것이다. 사실상 아파트 건설 외에는 별다른 개발방식이 없다.

공원 일몰제 대상 공원은 38곳이다. 그 가운데 개발이 가능한 5만㎡이상 규모의 공원은 26곳이다. 청주시는 이들 공원을 대상으로 개발 제안서를 받았고, 매봉공원(수곡동)과 잠두봉공원(수곡동), 영운공원(영운동) 새적굴공원(내덕동) 등 4곳에 대한 제안서를 수용했다.

영운공원은 토지현황조사 등 보상 절차를 밟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면적이 넓은 매봉공원은 별도의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주민들이 반대 입장을 밝혔던 잠두봉공원은 개발 예정지 내 토지와 지장물 등에 대한 보상계획 공고를 냈다. 잠두봉공원에 앞서 새적굴공원도 공고를 내고 토지보상 절차에 들어갔다. 보상협의회와 감정평가를 거쳐 내년 3월에는 실질적인 토지보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잠두봉 공원에는 1064세대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새적굴공원에는 776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건설된다.

앞서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도시공원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도시공원 개발로 인해 최소한의 녹지공간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근 주민들은 개발 중단을 요구했다. 매봉산 잠두봉 공원지키기 주민대책위는 “개발로 주민들 삶의 조건이 나빠지고 피해가 일어날 게 뻔한데, 주민들의 의견은 한 차례도 묻지 않았다”며 “3000세대를 지으면서 아무런 사전설명도 없었다”고 청주시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또 “잠두봉과 매봉산 민간개발은 심각한 훼손이고, 주범이 청주시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청주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구룡공원은 보상비만 2000억원이 넘는다. 공원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일몰제 대상 부지 모두를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몰제 시행에 따른 출구전략이라는 의미다.

공원부지 가운데 공원이 조성된 규모는 26%에 불과하다. 74%가 방치된 상태이고, 대부분이 6·70년대 지정된 공원이다. 이 중 일몰제 대상은 35%이다. 길게는 40년 이상 재산권 행사를 못한 부지도 있다.

 

4개 공원 외 추가 개발 없다

청주시는 개발이 결정된 4개 공원에 대해서만 민간개발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일몰제 대상이면서 개발이 가능한 공원은 26곳이지만 개발업체가 욕심낼 공원은 많지 않다. 현재까지 민간사업자가 제안서를 낸 공원은 모두 8곳이다.

사실상 이들 공원 정도가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도시공원 중 면적이 가장 넓은 구룡공원(130만㎡)은 3개 업체가 제안서를 낼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지만 제안서 수용이 보류됐다. 청주시가 도시공원 개발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세웠기 때문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역분배와 개발여건 등을 고려했다”며 “어떤 공원은 이미 훼손돼 사실상 녹지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곳이다. 또 어떤 공원은 아파트 등이 들어설 비공원시설 위치를 잡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여기에 당장은 어렵지만 공원조성이 꼭 필요해 청주시가 우선 매입해야 하는 공원도 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매봉·잠두봉·영운·새적봉 외에도 구룡공원과 월명공원, 가경공원과 원봉공원도 제안서가 접수됐지만 보류한 상태다.

청주시는 현재 진행 중인 ‘청주시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정비 및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용역’이 마무리되는 대로 단계별 집행계획에 따라 매입 등의 우선순위를 정할 계획이다. 일몰제로 인해 2020년 자연녹지가 되더라도 사실상 개발이 난망한 공원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개발가능성이 높은 공원은 우선 매입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청주시는 기존 4개 공원 외에 추가 수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이해당사자간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사업자가 제시한 개발계획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고, 기존 주민들과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하지만 주민들의 요구가 모두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또한 형평성 등을 근거로 제안서가 보류된 공원에 대한 수용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어 추가 수용 불가방침이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한편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는 1인당 6㎡ 이상 공원을 확보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청주지역 1인당 공원조성률은 4.5㎡로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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