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워크아웃’ 충북 생계형 채무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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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워크아웃’ 충북 생계형 채무자 급증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11.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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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제도 신청자, 전국에서 충북만 증가
2분기 보다 60대 신청자 급증, 신규 지급불능자 급증 ‘특징’

‘빚 권하는 사회’, 우리 사회 풍토를 일컫는 말이다.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시대를 맞이하면서 빚은 아무런 위험신호없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사회는 빚을 권하기는 해도, 책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빚은 갚아야 하고, 그 책임은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발 금리인상까지 예고되면서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 벼랑 끝에 몰린 가정경제의 현주소를 살펴보았다.

<편집자 주>

 

▲ 사진설명-빚 독촉에 시달리는 청주시민이 크게 늘고 있다. ‘파산’ ‘워크아웃’ 등 채무조정제도를 신청하는 시민들은 대부분 생계형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육성준 기자

김영미(56·가명) 씨는 평생 돈을 허투루 써본 적이 없다. 사업을 한 적이 없으니 망한 적도 없다. 그런 그가 파산신청을 하기 위해 법률사무소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었다. 갚지 못한 원금은 2000만원이다. 하지만 그가 갚아야 할 돈은 1억 10000만원이다.

그가 신용카드를 이용해 모자라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다. 원래 변변치 않던 살림이었지만 남편과 이혼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홀로 세 아이를 키우면서 빚은 당연한 것이 됐다. 버는 돈보다 써야할 돈이 많았고, 카드빚은 점점 불어났다. 카드빚은 대출로 이어졌고, 빚이 빚을 키웠다. 식당일을 해서 받는 월급으로는 원금은커녕 이자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파산을 택했다.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아직 검증절차가 남아 있다. 최종적으로 법원이 면책허가결정을 내리면 그 즉시 김 씨는 빚 전액을 탕감 받을 수 있다. 개인파산, 그 어둡고 무거운 단어가 김 씨에게는 10년을 옭아맸던 빚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단어였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이렇듯 생계형 파산신청자가 크게 늘었다. 청주지역 한 법률사무소 사무장은 “IMF이후 급격히 증가했다가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최근 몇 년 새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고, 대부분 생계형 채무자”라고 덧붙였다.

 

지급불능자 급증, 경기불황 방증

이 같은 현상은 채무조정제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3/4분기) 신용회복위원회 청주지부를 방문해 채무상환과 관련해 상담을 받은 청주시민은 1426명이다. 이들 중 660명은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고, 156명은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충북만 증가했다는 점이다. 공성구 신용회복위원회 청주시지부장은 “충북만 유일하게 전 분기보다 신청자가 늘었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신청자 가운데 자영업자와 일용직 노동자 비율이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경기불황에 따른 소득(일자리) 감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개인워크아웃보다 프리워크아웃 신청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전 분기 대비 33%나 증가했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기간이 90일 미만인 채무자를 지원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다시 말해 새롭게 지급불능 상태에 접어든 채무자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충북의 실물경제가 현재 최악의 상태라는 방증이다.

60대 신청자들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제도 주 이용 연령은 30~40대다. 하지만 최근 들어 60대 신청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2분기보다 16.7%가 증가해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전반적으로 크게 늘기도 했지만 81.8%가 증가한 30대 다음으로 60대(72.7%) 증가율이 높다. 빚에 시달리는 60대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개소, 이용 편리해졌지만…

심사 강화로 문턱 높아지고, 이용가능 금액도 적어

▲ 성안길에 위치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대부업체나 신용카드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햇살론’과 같은 정부주도형 서민금융상품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상이 제한적이고, 지원금액이 적어 빚의 고리를 끊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지난 7월 전국에서 16번째로 청주시 상당구에 ‘청주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이하 통합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통합지원센터는 신용회복위원회와 미소금융중앙재단, 한국자산관리공사, 서민금융유관기관들이 참여해 종합상담과 연계지원이 가능하도록 시스템화한 곳이다.

공성구 통합지원센터장(신용회복위원회 청주지부장)은 “연체가 없는 분이 창업자금이 필요하시면 미소금융재단으로 연결해 드리고, 고금리 금융상품을 이용하고 계시면 바꿔드림론(국민행복기금)을 소개한다. 아직 햇살론 상담을 맡아 줄 서민금융기관(새마을금고·저축은행) 관계자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참여 유관기관들이 협업을 통해 서민금융 종합상담부터 채무조정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연계 취업 상담과 복지서비스 등 맘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용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에서 내놓은 금융상품인 바꿔드림론은 채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상품이었다. 대부업체 고금리대출을 시중은행의 저금리대출로 전환해 주는 상품이다 보니 실질적인 채무 경감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발생했다. 높은 연체율이 그것이다. 해마다 연체율이 증가하자, 캠코는 2014년 해법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했다. 그 결과 2012년 6727억원, 2013년 6226억원이었던 대출금액은 심사 강화로 곤두박질쳤다.

2014년 2136억원으로 3분의 1토막 나더니, 지난해에는 1257억원으로 더 줄었다. 올해도 7월말 현재 지원액이 730억원에 불과하다. 연체율을 잡으려다 공급량이 줄어든 것이다. 문턱이 높아진 바꿔드림론은 이제 그림의 떡이 된 것이다.

‘햇살론’도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이나 무직자는 햇살론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제도도 마찬가지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채무액(원금 기준) 4000만원 이상이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회생제도는 96개월(8년) 동안 원금을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원금을 매달 1%씩 내는 것이다. 대상자 중 월 40만원 이상을 8년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 소액 채무자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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