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소주가 향토소주 명맥 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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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소주가 향토소주 명맥 잇겠습니다”
  • 임철의 기자
  • 승인 2004.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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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지역자본모아 옛 백학소주 인수한 장덕수 대표
“최고품질 추구로 사랑 되찾을 것"

과거 광역 시·도마다 1개 사의 향토소주 제조업체가 운영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름하여 자도주(自道酒)다. 충북에는 그 이전부터도 있었지만 1971년 청주시 우암동에 합자회사 동신상사(대표자 박문복)가 설립한 ‘충북소주합동제조장’에서 만들어내던 소주가 서민과 애환을 같이 해온 향토주였다. 진짜 역사는 이보다 길고, 소주이름 역시 시대마다 달랐지만 우리는 이를 ‘백학소주’로 기억한다. 백학소주는 1989년 (합)동신상사가 백학으로 이름표를 바꿔 달면탄생한 이래 한동안 인구에 회자됐다.

그러던 백학소주가 1997년 맥주 전문생산 기업인 하이트맥주(주)에 매각됐을 때 충북인들은 일종의 상실감을 맛봐야 했다. 우리만의 브랜드, 우리의 소주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충북의 소주시장은 그 이후 하이트소주와 함께 청원에 공장을 두고 있는 진로소주의 각축장으로 변했지만, 시장판도는 하이트소주의 ‘시원’이 진로 두꺼비의 ‘참이슬’에 완패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시장 헤게모니는 이대로 흘러가는 듯 했다. 그리고 이런 완고한 시장분할은 옛 백학소주의 추억을 완전히 잠재워 버린 것으로 치부돼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상황이 돌출하면서 지역 경제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외지 자본에 의해 매각된 지 7년 만에 옛 백학소주(하이트소주)를 지역의 순수한 자본들이 뭉쳐 되사들이는 ‘사건’이 벌어진 것.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 지역에선 “백학소주를 인수한 사람들이 누구야? 자본과 경영능력을 갖춘 인물들인가?” “새 자본주가 들어섰다지만 잘 될까?”하는 반응부터 터뜨렸다. 사건의 의외성이 그만큼 큰 때문이었다.

이런 물음을 누구보다 먼저 갖고 있던 충청리뷰는 백학소주를 인수했다는 6인의 자본컨소시움 대표자인 장덕수 씨(45·대원종합주류상사 대표)와 전화통화가 이뤄지자마자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자 당장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상대방은 누구보다 시중의 반응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피차 할 말이 많은 상황이 전격적인 합의를 이뤄낸 인터뷰는 이렇게 성사됐다. 다만 추석연휴 관계로 이 만남은 지난 4일에야 성사됐다. 너무 오래 뜸을 들인 만남이라서 대뜸 핵심 질문부터 풀었다.

   
“제 도리 다하는 향토기업 될 것”

- 발표된 인수조건을 보니 인수금 26억여 원에 35억 여원의 부채를 장 대표 측이 떠 안는 것으로 돼 있다. 이를 놓고 항간에선 무리한 인수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알고있다. 하지만 저는 걱정 안 한다. 올해 안에 20억 안쪽으로 부채를 줄일 자신이 있다. 그리고 3년 안에 부채를 완전히 갚아 클린 컴퍼니(부채없는 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이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추가출자도 각오하고 있다.”

- 하이트소주로 바뀌면서 지역소주라는 이미지가 크게 퇴색했다. 같은 충북(청원)에 공장이 있는 진로의 ‘참이슬’에 밀려 시원소주의 충북 내 시장 점유율은 아주 낮은데...

“정확히 말씀드려 시원소주의 시장점유율은 26.1%다. 90%가 넘는 부산 경남 지역이나 70%가 넘는 전남은 차치하고 50%에 달하는 강원도와 비교해도도 너무 초라한 실적이다. 한 마디로 도민들로부터 향토주가 외면당해왔다.”

- 혹 충북인의 애향심이 부족한 것도 이런 현상을 낳은 한 요인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인수자가 되었는데. ‘향토소주의 명맥을 잇겠다’는 인수직후의 발표는 어떤 근거에서 자신있게 제시한 것인가. 과거처럼 향토소주 운운하면서 애주가들에게 마셔달라는 호소만으로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가.

“그동안 향토소주가 지역에서 외면받아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저도 이것을 늘 안타까워했다. 결론적으로 제 생각을 말씀드린다면 그동안 향토소주를 운운하면서도 정작 기업에서 도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도 저는 앞으로 최고품질로 승부해나갈 생각이다. 이를 위해 화합을 바탕으로 직원간 신뢰를 만들어내는 데 우선적 중점을 둘 계획이다. 또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모습을 보여드림으로써 도민께 합당한 애정을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릴 생각이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

- 경영권 행방을 놓고 요동치는 (주)진로 역시 공장이 청원에 있는 것을 근거로 ‘진로소주는 제2의 충북 향토소주’라는 논법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를 어떻게 보나.

“우리는 본사와 공장이 모두 청원에 있고, 본사공장에서 여과-첨가물배합-주정 희석 등 모든 소주제조 과정이 이뤄지는 데 반해 상대 회사는 주정만 반입해 와 병에 술을 담는, 즉 단순한 병입(甁入)작업만 하고 있다. 게다가 우린 술의 생명인 물이 아주 좋다. 말 그대로 초정리 암반수를 쓴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충북의 향토소주는 우리업체가 만드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더구나 새 인수자본 100%가 충북의 자본 아닌가.”

하이트 출신 사원이 하이트 기업 인수
처음부터 돌발 질문들을 내놓은 것이 미안했다. 하지만 그는 시종 위축되지 않고 할 말을 또박또박 표현할 만큼 당당했다.

- 자본컨소시움의 성격은.

“제가 대주주다. 다른 다섯 분은 제가 평소에 주류도매업을 하면서 ‘향토소주를 되살려야 한다’는 말에 전폭적인 동감을 표시해주고 이번에 출자에 동참해 준 고마운 분들이다.”

-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우선 법인명을 하이트소주에서 ‘충북소주’로 바꿨다. 저는 11일부터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가장 중요한 소주이름은 심사숙고해 결정할 생각이다. 충북의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는 향토색 짙은 이름을 찾고 있다. 아이디어를 달라. 저의 목표는 새 향토소주의 시장점유율을 50%이상 끌어올리는 것이다. 물론 향토 기업의 위상을 되찾는 것이 최상위 목표다.”

고향인 충주에서 고교까지 나온 뒤 충북대 농기계공학과(79학번)를 졸업한 장덕수 충북소주 대표는 1985년 크라운맥주(하이트맥주의 전신)에 입사, 일찌감치 주류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영업 및 관리파트를 두루 거치며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그는 동료보다 진급이 빨랐다. 이 과정에서 주류판매 및 채권관리 부문 노하우 쌓은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는 모든 샐러리맨의 꿈인 ‘독립’ 의지를 착실히 키워 나갔다. 1993년 대원종합주류상사를 설립한 것으로 그는 1단계 꿈을 실현했다. 그로부터 다시 10여 년 뒤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하이트맥주의 자회사인 하이트소주를 인수함으로써 제2의 큰 꿈을 펼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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