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원 한국 게임시장, 충북 지분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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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원 한국 게임시장, 충북 지분은 ‘0’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2.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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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모바일게임사 ‘반짝’…경쟁력 잃고 사라져
전국 885개社, 성장세 이어가…충북은 한 곳도 없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해야할 만큼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서도 게임시장은 대내외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게임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147조원에 이르고, 국내 게임시장도 해마다 성장해 지난해에는 11조원을 돌파했다.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대기업으로 성장한 국내업계 ‘빅3’를 필두로 중소업체 등 게임개발업체들이 게임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충북은 변변한 게임업체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말 기준 국내 게임 제작·배급업체는 총 885개 업체다. 이 중 충북 소재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충북은 게임을 소비할 뿐 생산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포켓몬고보다 8년 먼저 증강현실 기술을 선보인 픽셀즈의 ‘에코무심천(사진 위)’과 충북 유일의 모바일게임업체 게임네오가 2004년 개발한 게임 ‘태권화랑(사진 아래)’

픽셀즈, 2009년 ‘증강현실’ 구현

충북이 예전부터 게임산업의 불모지였던 것은 아니다. 작지만 분명한 시작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이 기억하는 가장 호황이었던 시기는 2000년대 초중반이다. 당시는 일명 2G폰으로 불렸던 피처폰(feature phone)용 모바일 게임이 한창 쏟아져 나오던 시기다. 2G폰으로 불렸지만 실제로는 3G폰이었던 피처폰으로 통신사를 통해 판매하는 간단한 모바일게임이 성행했다. 당시 모바일게임시장의 성패는 통신사에 의해 좌우됐다.

당시 모바일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던 전 게임업체 대표 A씨는 “지금이 시장여건은 훨씬 좋다. 시장이 커진 것은 물론 제품경쟁력만 있다면 시장 진입도 어렵지 않다”며 “충북 게임산업 환경이 다른 지역보다 나쁠 이유가 없다”고 의아해했다. A씨는 게임 흥행으로 한때 성공한 게임사업가로 불렸지만 후속작의 연이은 실패로 4년 전 사업을 접었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픽셀즈도 2000년대 후반까지는 충북을 대표하는 교육용 게임개발업체였다. 현재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포켓몬고의 증강현실 기술을 이미 8년전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신창훈 픽셀즈 대표는 “당시에는 청주에 우리 외에도 여러 개의 교육용 게임개발업체가 있었고, 게임네오라는 모바일게임업체도 있었다”며 “증강현실 기술 자체는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포켓몬고의 성공은 포켓몬스터라는 콘텐츠의 힘”이라고 분석했다. 픽셀즈가 개발한 에듀게임인 ‘조선왕조’나 ‘한국의 인물과 문화유산’ 등은 지금도 판매되고 있는 ‘메이드 인 충북’ 제품이다.

픽셀즈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연결되는 온라인게임의 종류인 캐주얼게임(Casual game·간단한 조작으로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게임)도 여럿 개발했고, 무심천 생태게임도 개발했다. 특히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으로 2009년 선보인 ‘에코무심천’ 어플리케이션은 GPS를 기반으로 증강현실(AR)을 구현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었다. 증강현실 기술로만 보면 포켓몬고보다 8년이나 앞선 것이다.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당시 픽셀즈 기술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어림잡아 볼 수 있다.

신 대표는 “게임산업은 종합예술이다. 단순히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부, 캐릭터 디자인부터 인터페이스 등을 책임지는 디자인부, 이를 연결해 게임으로 만드는 설계팀, 이밖에도 웹팀, 음향팀, 홍보팀 등 모두 갖추려면 5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업용 게임이 쏟아져 나오면서 교육용 게임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그러면서 교육용 게임업체들이 문을 닫았고, 모바일게임업체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픽셀즈 또한 4년 전부터는 게임제작에서 손을 뗐다.

 

충북‧제주만 관련학과 없어

모바일게임업체 게임네오는 한때 ‘충북 IT산업 선도 유망업체’로 선정될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진천군의 지원으로 2004년 제작한 화랑태권은 적지 않은 이용자를 확보하며 기대를 모았다. 한때 충북을 대표하는 모바일게임업체였던 게임네오도 결국 문을 닫았다.

게임산업은 플랫폼에 따라 비디오게임, 온라인게임, 아케이드게임, 모바일게임, PC게임으로 구분한다. 그 중 모바일게임시장은 해마다 성장해 온라인게임과 함께 게임계 양대산맥을 이뤘다. 지난해에도 세계 모바일게임시장은 11.6%가 상승하며 24조원규모로 성장했다. 반면 충북 모바일게임업체는 스마트폰시대로 전환되면서 모두 사라졌다.

생태계는 악순환된다. “게임을 좋아해, 게임관련 직업을 구하고 있다. 업체에 취업하는 것이나 직접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꿈도 있지만 충북에는 도움을 받을 곳도, 의논할 곳도 없다.” 졸업을 앞둔 한 취업준비생의 설명이다.

충북대·청주대·서원대 등 도내 대학에는 게임관련학과가 없다. 대학마다 수십개의 창업동아리와 취업동아리가 운영되지만 게임개발이나 게입업체 취업과 관련된 동아리도 없다. 반면 대구경북은 계명대 게임모바일콘텐츠학과, 대경대 인터넷게임과 등 게임관련학과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충남 또한 중부대 게임학과, 우송대 게임멀티미디어학과, 호서대(아산캠퍼스) 게임학과 등 적지 않은 수의 게임관련학과가 운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게임관련학과가 없는 곳은 충북과 제주 뿐이다.

전 게임업체 대표 A씨는 “충북에도 충북대 소프트웨어과 등 게임산업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다”며 “정부가 게임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정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게임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내 유일 사업 ‘충북e스포츠대회’ 무용론 대두

100명 참여하는 일회성 행사…준프로급 출전, 대회 취지 잃어

충북도가 해마다 3000만원을 들여 진행하는 ‘충청북도 e스포츠대회’가 대회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청북도 e스포츠대회’는 e스포츠협회가 문체부에서 위탁받아 진행하는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의 충북예선대회로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 정착과 바람직한 여가문화 선도를 목적으로 한다. 올해로 9회째를 맞고 있지만 이 같은 대회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데다, 취지와 달리 준프로급 실력을 갖춘 게임유저들이 해마다 반복해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청주올림픽공원 국민생활관에서 열린 제 8회 대회에는 100명이 참가해 지역예선 우승자를 가렸다.  한 참가자는 “종목별 입상선수가 해마다 비슷하다”며 “결승대회를 목표로 하는 참가자들은 대부분 선수급”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전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별도의 대회장을 사용하지 않고 PC방을 빌려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비용은 충북도보다 적은 2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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