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행정에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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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정에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2.1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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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路, 조기개통으로 뒤늦게 보수공사…시민들 ‘눈총’
단단한 콘크리트냐, 간편한 아스콘이냐…‘갑론을박’

논란이 되고 있는 LG로 보수공사와 관련해 자문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전시행정의 결과다. 어떤 선택을 하든 충북도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기개통은 청주시의 요구로 시행됐지만 도로건설 책임은 충북도에 있기 때문이다. 2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수공사를 마치고 개통했다면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이었다.

사진설명-예정보다 1년 일찍 개통한 LG로, 미뤄뒀던 보수 공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이에 따른 시민 불편이 예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2012년 6월 착공한 LG로는 지난해 8월 개통했다. 총연장 4.87㎞, 왕복 4차선 도로다. 1년 뒤인 올해 8월이 개통예정일이었지만 청주시의 요구로 앞당겨졌다. 시민 편의 증진과 입주예정 기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 조기개통 이유다. 개통 초기 좌회전 차로를 확보하지 못해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LG로 덕분에 청주산업단지-오창과학산업단지 간 이동시간이 크게 줄었다. 하루 2만대 이상의 차량이 LG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통 6개월을 맞은 지금, LG로는 보수공사로 또다시 논쟁거리가 됐다. 충북도가 오는 3월 20일 보수공사 착공을 예고한 가운데 보수공사방식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충북도, 이래저래 ‘뭇매’

LG로는 개통을 앞두고 균열이 발견됐다. 한국건설안전협회가 안전진단을 진행했고, ‘미호천교 1.145㎞구간에 대해 재포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보수공사를 마치지 않은 미완공 도로는 개통부터 먼저 했다. 이유는 앞서 설명한대로다.

당시 안전진단을 맡은 한국건설안전협회는 부착강도시험·초음파측정 등을 이용해 검사를 진행했고, 관리부실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한 도로전문가는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양생기간) 수분을 유지하고 충격을 주지 않아야 하는데 그 관리가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하중이 작용하고, 빗물이 새어들면서 균열이 확대됐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미뤄졌던 보수공사는 오는 3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충북도는 시민들의 혼선을 막겠다며 40여일을 앞둔 지난 7일 공사일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여론의 반발에 충북도는 재포장 방식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오는 17일 3차 자문회의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자문회의가 결정기구는 아니지만 자문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재포장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며 “빠른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예정돼 있는 3월 20일에는 착공을 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재포장에 대해 LG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거부감을 드러냈다. 콘크리트로 포장할 경우 전면 통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포장의 특성상 압축강도를 최대화하려면 28일간의 양생기간이 필요하다. 공사기간까지 더하면 2개월 가량 소요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두 달간 LG로 개통 이전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청주산단에서 오창산단까지 30분가량을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출퇴근길에 LG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콘크리트보다 간편한 아스콘 포장을 원한다. 아스콘의 경우 전면적으로 통제하지 않아도 되고, 최대 30일이면 재개통이 가능하다.

 

교면 포장, 콘크리트가 대세

하지만 도로전문가들은 당장의 편의만 가지고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최근 시공된 다리의 포장은 대부분 콘크리트다. 아스콘에 비해 비용은 더 들지만 내구성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10여 년 전 한국도로공사가 콘크리트 포장으로 전환한 이후 아스콘 포장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에는 2009년 인천대교 정도만 아스콘으로 포장했다. 이마저도 인천대교는 고속화도로라는 점에서 도로의 특성을 배제한 단순 비교는 어렵다.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해당 구간에 대해 일반 콘크리트가 아닌 개질(改質)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로부터 신기술로 인정받은 ‘수경성개질유황콘크리트 공법’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해당 공법 재료는 아스콘은 물론 일반콘크리트보다도 2배가량 비싸다. 한 도로공사업체 대표는 “개질 아스콘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공사기간을 고려하면 30%가량 저렴하다. 업체의 입장에서는 아스콘 공사가 이래저래 남는 장사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도로전문가도 “개질 아스콘의 수명은 최대 10년 정도다. 10년 뒤엔 다시 한 달간 부분 통제를 하고 재포장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것도 잘 관리됐을 때다. 시공 때 품질관리를 잘못하면 5년 만에 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면에 콘크리트 포장은 승차감 등 주행성에서 아스콘 포장보다 못하다. 또 생애주기가 2배 이상 길다고는 하지만 그때마다 지금과 같은 논란이 반복돼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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