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운위원장 70% 자영업 ‘순수성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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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운위원장 70% 자영업 ‘순수성실종’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2.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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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역 172개 초‧중‧고 대상 조사…직장인은 고작 19명
오는 3월 학운위 선출기간…“교체 돼야” 자성 목소리 커
 
 
오는 3월 도내 학운위가 대대적인 선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의 학운위는 교육관련업자들이 주축을 이뤄 순수성에 대해 의심을 받았다.

오는 3월 학교운영위원 선출을 앞두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운위

 
 

면면을 살펴보면 ‘민주적이고 투명한 학교 운영’이라는 설치 취지와 달리 상당수가 교육사업이나 교육관련사업 종사자로 순수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1~2년 새 교육관련 사업자가 더 늘었다며 학운위 내에서도 교체를 요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운위가 사익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학운위가 조직된 1995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12년 감사원이 2008~2011년까지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학운위 운영 위반사례를 감사한 결과 도내에서도 39개 학교가 적발된 바 있다.

이들 학교 학운위원들은 소속 학교에 물건을 납품하거나 수의계약 공사를 따내는 등 영리 목적의 거래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어떤 학운위원은 자신이 소속돼 있는 학교의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도 했고, 행사용품과 문구용품을 납품하기도 했다. 2012년 당시 도교육청은 도내 15개 학교 학운위원 16명에 대해 자격 박탈을 요구했다.

 

“교육관련사업 절반 이상”

이후로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납품 비리 사건에 학운위원들이 연루되고, 학운위원이 관련 사업을 따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됐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운위원장의 절반은 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근거로 지난 2015년 청주시학운위협의회장 선거를 꼽았다. 2015년 4월, 청주시학운위협의회장을 비롯해 단위(유·초·중·고)협의회장 선출에 출사표를 던진 10명의 후보 중 8명이 자영업자였다. 업태도 기획사, 농산물업체, 여행사, 유통 등 교육기관과 관련이 깊다.

이 교육관계자는 또 다른 근거로 청주지역만 학운위원들이 집중되는 현상을 들었다. 교육관련업자들이 대부분 청주권에서 활동하고 있고, 그런 이유로 청주지역은 학운위 구성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군단위 지역 학교에서는 위원장은 물론 지역위원을 맡을 사람이 없어 해마다 어려움을 겪는다. 청주지역은 위원장을 하기위해 스스로 학교를 옮겨 다니는 반면 군단위 지역에서는 마땅한 인물이 없어 임기가 끝난 옆 학교 위원장을 영입하는 형편이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청주지역 초·중·고 172개 국·공·사립학교 학운위원장 가운데 자영업 종사자는 119명으로 70%에 달했다. 반면 직장인은 19명에 불과했고, 기타로 분류되는 위원장은 34명이었다. 기타에는 정치인·공무원·전문직·주부·무직 등이 포함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 위원장은 “위원장들 사이에서도 말들이 많다. 10년째 학교를 돌며 위원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 위원장직을 무기로 학교 관련사업을 하고 있는 위원장들도 상당수다. 이들 모두 운영위원으로는 부적합한 사람들이다. 위원장들 가운데는 그런 꼴이 보기 싫어 지역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위원장은 “학운위가 제 역할을 하기위해서는 인적쇄신이 필요하다. 조례를 개정해서라도 관련업자가 참여하지 못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육감 체제서 관련업자 증가

각종 건설공사부터 식자재 납품까지 학교 및 교육기관에서 발생하는 사업이 적지 않다. ○○초 위원장은 수련원 대표이고, ○○중 위원장은 인테리어업체 대표다. 학교에 컴퓨터를 납품하기도 하고, 체육대회·수학여행·체험학습에 관여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상당수 사업이 2000만원 미만의 수의계약 가능사업이다 보니 관여할 소지가 높다.

일각에서는 김병우 교육감 당선 이후 학운위원들 중 교육관련업자 비율이 높아졌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캠프에서 활동했던 지역인사 상당수가 학운위에서 활동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관련업자라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교육감과 친분을 과시하고, 캠프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자랑처럼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이런 사람들의 행동때문에 업자가 더 많아졌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학운위 운영방식이 문턱을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학운위원회가 주로 낮 시간대에 열리다보니 직장에 매인 사람들은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운위 활성화를 위해 퇴근 이후 시간에 위원회를 여는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학운위 관계자는 “지역위원과 학부모위원은 저녁시간에 회의를 열어도 상관없다. 주로 낮 시간에 위원회를 여는 이유는 교사위원 때문”이라고 원인이 교사에게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1995년 처음 도입된 학운위는 2년 임기로 운영되며 학교마다 선출년도가 다르다. 올해 2월 임기가 끝나는 학운위는 신입생 입학 이후인 3월 2일부터 3월말까지 법에서 정한 인원을 구성해야 하며 4월 1일부터 2년간의 임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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