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食’ 조건에 학생들 기숙사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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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食’ 조건에 학생들 기숙사 외면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2.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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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식비 60만원…입사생들 “절반도 이용 못해, 몰아서 먹기도”
저렴한 주거비, 각종 편의시설에도 인기 없어…정원 채우기 ‘급급’

도내 대학들이 추가로 기숙사를 신축하는 등 외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대 수용인원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기숙사는 식비를 의무화 하는 등 불합리한 운영 탓에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대에 재학 중인 A(4학년)씨는 1학년 때 기숙사에 거주했지만 2학년부터는 학교 인근에 방을 얻어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점호 등 생활이 자유롭지 못한 점도 작용했지만 먹지도 않은 식사비를 내는 것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A씨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친구들 대부분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며 “하루 3끼 값을 지불했으니 안 먹으면 사라지는 돈이다. 할 수 없이 저녁 때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청주지역 대학교들이 기숙사 운영을 하면서 구내식당 이용을 의무화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없음.

충북대, BTL사업 조건으로 명시

매일 아침·점심·저녁이 제공되지만 모든 끼니를 기숙사에서 해결하는 학생은 드물다. 저녁약속이 있기도 하고, 매일 먹는 것이 식상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상당수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횟수와 상관없이 정액을 받는 기숙사도 있고, 어떤 기숙사는 주 5일과 주 7일,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식권을 구입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숙사는 적었다.

청주대 기숙사 구내식당의 한 끼 식사비는 2600원이다. 본보가 청주권 5개 대학을 비교한 결과 높지 않은 가격이었다. 문제는 청주대 내 모든 기숙사가 구내식당 이용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1년 개관한 예지관 2인실의 한 학기 이용요금은 72만원이지만 이 기간 식비 60만 600원을 더하면 132만원이다. 한 학기는 16주이다. 월 33만원을 내는 셈이다. 문제는 상당수 식권이 사용도 못하고 버려진다는 것이다. 버려진 식권에 비례해 외식비용은 커진다. 반면 청주대 인근 하숙집의 평균 하숙비는 월 40만원이다. 식비까지 포함하면 하숙비와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시설면에서는 하숙집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하다. 청주대는 1997년 예지관을 시작으로 2004년 우암마을, 2009년 인터내셔널빌리지, 2013년 진원관(자취형 원룸아파트) 등 지속적으로 기숙사를 확충했다. 기숙사에는 휴게실·정독실 등 공동시설도 있고, 헬스장·탁구장 등 체육시설도 갖췄다. 총 22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를 제외하면 1800명의 학생이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

총 학생수가 1만 2000명이고, 신입생이 2700명에 이르지만 경쟁률은 1:1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청주대 관계자는 “전체 입사생의 80%이상이 신입생이다. 2학년이 되면 대부분 나간다”고 설명했다.

충북보과대, 연 이용료 219만원

충북대도 마찬가지다. 1991년 개관한 개성재(984명) 이래, 2008년 양성재(1614명), 2015년 양진재(1364명) 등 총 4141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보유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 579명이 기숙사를 이용하고 있다. 이를 제외한 국내 학생 수용인원은 3562명이다.

충북대 또한 1만 3000명의 재학생이 있고, 충북도 외 비율이 61.6%에 달하지만 경쟁률은 높지 않다. 충북대 관계자는 “신입생에게 60%를 제공하고, 재학생에게 40%를 제공하고 있다”며 “입사를 원하는 신입생은 대부분 수용하고 있고, 재학생들은 2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8년 개관한 양성재는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으로 건설돼 청주대와 마찬가지로 구내식당을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2인실을 기준으로 하면 한 학기 기숙사비 41만원에, 식비 48만 5100원(1끼 2100원)까지 포함해 89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충북보건과학대도 마찬가지다. 재학생만 수용하는 덕암학사 2관의 경우 의무식을 적용하고 있다. 여학생 전용인 이 기숙사는 일반적인 기숙사 운영방식과 달리 1년 단위로 운영해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입사생 B씨는 “방학기간에도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번화가에 있는 학교와 다르다. 안전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숙사에 들어왔지만 연간 이용료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충북보과대는 덕암학사 2관에 대해 연간 219만원을 받고 있다.

목민관 다정관 등 2개 기숙사를 운영하는 서원대도 다정관은 의무식을 적용, 학기당 93만원을 받고 있다. 반면 목민관은 1인실 100만원, 2인실 88만원, 4인실 56만원을 받으며 기숙사 내 식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2인실 65만원, 3인실 45만원을 받고 있는 충청대는 식비가 별도다.

취재 결과, 청주지역 5개 대학교 기숙사 모두 신입생 비중이 높고 연초에는 공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쟁률은 1.5대 1을 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기숙사에서 2학기에는 공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숙사 이용의 불편함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등록금 마련도 어려운데, 방값 선납까지…

원룸 공급 증가로 빈방이 늘어나면서 임대업자들이 10개월 선불 계약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내 대학가 원룸촌 임대업자 상당수가 10개월 선납을 요구하고 있다. 임대업자들은 “중도 해지할 경우 남은 기간 동안 사실상 빈방으로 방치해야 한다. 10개월 선납이 조건”이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이 같은 계약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계약 당시 이 같은 계약조건에 동의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다만 연초 등록금 등 목돈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연간 300만~500만원에 이르는 방값까지 마련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불합리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제천 세명대학교 총학생회가 이 같은 원룸임대업자들의 행태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임대업자들의 동의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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