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이다’ 비판,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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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이다’ 비판,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2.2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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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장훈 충북지역개발회장
회원 교체 필요성 공감…기금운영상황, 홈페이지 공개 약속

본보는 1월 27일자 보도를 통해 충북지역개발회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치된 홈페이지, 늘어난 회장 업무추진비 등 구체적인 문제점부터 신규 회원 진입이 어려운 폐쇄적 운영구조나 기금운영 공개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지난 27일, 한장훈 충북지역개발회장이 본보와 인터뷰를 통해 충북지역개발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전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잘못된 부분은 개선하고, 충북지역개발회의 설립취지에 맞게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한장훈 충북지역개발 회장. 사진/육성준 기자

지난 24일 청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충북지역개발회 정기이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화두는 충청리뷰 1월 27일자 보도내용이었다. 참석한 이사들도 보도내용에 대해 공감했다는 게 한장훈 회장의 설명이다. 한 회장은 “더 일찍 입장을 밝히고 싶었지만 이사회의 결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중지를 모아서 말씀을 드리는 게 옳다고 생각해 인터뷰 시점을 미뤘다”고 밝혔다.

그는 “충북지역개발회는 도민들이 낸 성금으로 만들어졌다. 도민들은 알 권리가 있고, 우리는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홈페이지 개편에 필요한 사업비 집행 건에 대해 이사회의 동의를 얻었다. 3월 중 홈페이지 리뉴얼을 마치고, 충북지역개발회가 추진하는 사업의 진행과정과 기금운영현황 등 충북지역개발회의 모든 상황을 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120억원 기금운영 내역 공개

도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운영기금과 관련된 것이다. 취재 당시 한 도민은 “충북지역개발회에 대한 정보가 없다. 120억원이라면 작은 돈이 아닌데 그 돈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더 나아가 실재하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한 회장은 “이러한 내용도 홈페이지가 리뉴얼되면 다 공개할 것”이라며 사무처 직원의 협조를 받아 취재진에게 먼저 공개했다.

확인 결과, 이자수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만큼 다양한 금융상품에 분산 투자하고 있었다. ELS(주가연계증권)를 비롯해 금융채권, 브라질채권 등 위험부담이 있는 금융상품도 눈에 띄었다. 권영욱 사무총장은 “일부 투자상품은 기대만큼의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원금이 훼손되지 않고 매년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고 자평한다”며 “지난해에도 9000만원의 잉여금이 발생해 기금으로 적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싸고 싼 사향도 냄새가 난다.” 한 회장이 건넨 말이다. 사향은 노루에서 얻어지는 고유의 향료로, 모든 일은 아무리 숨기려고 노력해도 결국은 드러나고 만다는 뜻의 속담이다.

600만원이 증가한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도 도민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스스로는 당당하다는 입장이다. 전임 회장과 달리 사무실운영기금을 기부하는데다 충북지역개발회 주최로 진행되는 행사에서 상당액을 한 회장 사비로 지출했다는 게 사무처의 전언이다. 한 회장은 “시시콜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충북지역개발회장은 이런 부분에서도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자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예전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차기 회장도 그런 마음가짐과 여건이 되는 인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취임 후 해마다 3000만원을 사무처 운영기금으로 출연했고, 연간 1700만원 정도를 업무추진비로 지출했다.

 

“새 인물 받아들이고 변화하겠다”

충북지역개발회는 1976년 새마을총화은행으로 시작됐다. 소년체전 개최를 앞두고 충북도가 나서서 성금을 모았고, 체전을 치르고 남은 돈 20억원을 종자돈으로 충북지역개발회가 시작됐다.

40년 세월이다. 하지만 조직구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충북지역개발회의 가장 큰 적폐로 지적되는 점이다. 최초 회원은 성금에 기여한 기업인과 관련단체장들이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몇몇 고인이 된 회원의 자리에는 그들의 아들이 앉아 있다.

한 회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번 이사회에서도 논의가 된 상황이고, 이사회 구성 등 작지만 변화가 시작됐다”며 “지적한대로 회원 중에는 열의가 식고, 참여도 잘 안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도 소홀히 해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또 “충북지역개발회를 통해 역동적으로 기여할 분들을 모셔서 변화하겠다. 다만 조직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믿고 지켜봐달라”고 덧붙였다.

기금 모금과 관련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한 회장은 “예전과 달리 성금을 모금하는 공익단체가 많다. 우리까지 뛰어드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그 보다는 보유하고 있는 기금 120여억원을 잘 관리해 충북지역개발회가 추구하는 8개분야 사업을 지원하는 게 설립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익항목서 사라졌던 10억원, 연말에는 회수?

2009년 경제특별도 펀드 투자, 원금회수 가능성에 ‘안도’

2009년, 당시 정우택 지사는 지역중소기업 지원을 명목으로 ‘경제특별도 펀드’를 구성했다. 당시 한국벤처투자(주)가 100억원을 투자했고, 충북도(20억원)와 농협(30억원) 등이 투자했다. 조성된 펀드 250억원에는 충북지역개발회 기금 10억원도 포함돼 있다.

충북지역개발회는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해 남긴 이익으로 운영되는데 당시 투자된 10억원은 ‘없는 돈’이나 다름없었다. SV인베스트먼트사가 운영한 펀드는 수익은커녕 한때 엄청난 원금손실로 이어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충북기업 투자를 우선한 것이 패인이었다. 투자한 회사가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부도를 맞기도 했다. 지난 9년간 경제특별도 펀드 투자금 10억원에 대한 이자는 ‘0’원에 가깝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2~3년 새 상황이 호전돼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특별도 펀드의 존속기간은 7년으로 오는 12월 말까지 운영한 뒤 청산한다. 운영사인 SV인베스트먼트가 출자한 30억원이 우선손실충당금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다른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충북지역개발회 등 투자자들은 지난해 30%가량의 원금을 회수했다. 충북지역개발회의 경우 연말 청산 때 남은 원금 6억 8120만원을 회수하면 원금은 손실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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