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여성들의 소리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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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여성들의 소리를 들어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08.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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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정말 충격적이었다. 지난 18일 토요일 서울에서는 촛불이 다시 타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집회에 이어 몇 개월 만에 대규모 집회가 다시 열렸다. 안희정 전 지사의 무죄판결을 규탄한 ‘성차별·성폭력 5차 끝장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2만여명이 참석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4차 집회까지는 주로 여성인데다 몇 천명에 불과했으나 이 날은 남성과 기성세대들이 많이 참석했다. 그 만큼 안희정 무죄에 분노한 국민들이 많았던 것이다.

350여 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 살겠다 박살내자’는 이름의 집회를 열었다. 더욱이 이들은 오는 10~11월까지 사법부 규탄 집회를 한다고 밝혔다. 일회성 행사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단순히 안희정 사건의 재판관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거리에 나선 것은 아니다. 당신들의 가해행위, 편파수사, 편파판결, 편파보도를 규탄하러 모였다. 불법촬영·유포·소지·방조자들과 웹하드 업체, 쾌락산업이란 명목으로 일상적으로 여성 몸을 거래하는 자들에 대한 공정한 수사와 처벌, 여자 화장실마다 뚫려 있는 ‘구멍’들의 실체 규명, 포털 사이트 댓글만 봐도 접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한 끔찍한 욕설과 비방에 대한 반성과 자제, #미투운동 이후에도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는 무지하고도 공고한 남성연대체의 해산을 촉구하기 위함이다”고 썼다.

여성들은 올해들어 홍익대 몰카사건 편파수사를 계기로 뭉쳤지만 안희정 전 지사 무죄로 급기야 폭발했다. 이 교수의 말대로 편파수사, 편파판결, 편파보도가 모두 문제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OECD국가 중 대한민국의 여성지위가 거의 꼴찌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아니라니 누가 이를 수긍할 수 있는가. 때린 사람은 아무 죄가 없고, 맞은 사람에게는 왜 피하지 않았으냐며 되레 나무란 꼴이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김 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위력이 있으나 ‘고생했어요’ ‘감사합니다’ 등의 표현을 하는 소통하는 정치인이고, 차에 탈 때 비서 김지은씨를 옆에 앉게 한 것은 업무를 원활히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또 러시아 출장 때 일어난 성폭력은 강력하게 저항하지 않은 김 씨 책임이고, 스위스 출장시 안 전 지사가 담배 심부름을 시켰을 때도 방에 들어가지 말고 담배를 문 앞에 두고 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법을 모르는 사람이 판결문을 읽어봐도 재판부가 안 전 지사의 주장만 들어줬다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안 전 지사 사건은 법정으로 간 최초의 미투사건이다. 그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주변에서는 “그럴줄 알았다. 미투가 실체나 있는 것이냐”며 비아냥 거렸다. 그동안 눈치만 보던 사람들이 마치 기회를 얻는 양 공격해대는 게 우습다.

하지만 안 전 지사 사건은 이제 시작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항소했다. 미투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촛불집회도 계속돼야 한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성폭력, 편파수사, 편파판결, 판파보도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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