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민심이 궁금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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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민심이 궁금하십니까
  • 충청리뷰
  • 승인 2018.09.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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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추석민심이라고들 한다.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얘기이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좀 다르다. 시시비비 거리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사는 경제문제도 그렇고 촛불에 데일 때만 해도 뭔가 크게 변할 것같더니만 과거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도 그렇고, 목하 심각하게 급물살을 타는 남북관계도 그렇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하필 연휴를 코앞에 두고 남북정상회담이 열림으로써 어쨌든 야당은 한 수 접힌 채 추석민심 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추석 민심에서 무엇이 더 중한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절대로 간과해선 안 될 것들이 있다. 경제와 정치, 남북문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도마 위에 올려지겠지만 여기에 사법부와 검찰문제도 추석민심이라는 한 자리를 꼭 차지했으면 한다. 특히 요즘 뉴스만 틀었다 하면 단골 메뉴가 되고 있는 사법농단은 이젠 삼척동자들도 다 알 정도가 되었으니 이 역시 추석민심의 바람을 맞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 사법파동으로 상징되는 우리나라 사법부 문제는 대개 3권분립의 한 축임을 전제로 하는, 그리하여 국가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법정신의 원칙에 금이 갈 것을 우려해 이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 여망의 분출로 불거졌지 지금처럼 사법부 자체의 비위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설령 비위라 하더라도 권력에 대한 특정인의 변칙이나 변절 등 개인의 일탈이었지 작금에 빚어지는 것처럼 조직 전체가 싸잡히지는 않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대법원은 아예 증거인멸에다 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받는 지경이 됐다.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이 마치 기계작동식으로 기각되는 사유의 면면을 보면 이제 껏 우리가 알고 있던 법상식을 유린한다. 상식은 법관들이 재판과 심리에서 즐겨 인용하는 ‘사회통념’을 말하는 것일텐데 최근의 사례는 말 그대로 목불인견이다. 일반 범죄수사의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은 높아야 20% 정도인데 반해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은 무려 90%라는 비교까지 나왔다.

우리나라 법원과 법관이 과거에도 지금처럼 강단과 결기를 보여줬다면...하는 아쉬움이 요즘엔 절로 묻어난다. 지난날 저질러진 국가폭력은 결국엔 모든 것이 법의 잣대로 갈무리됐다. 법원의 판결로 정당성을 인정받아 종결된 것이다. 조봉암 사건과 인혁당 사건, 신영복사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불행한 사건들이 그렇다.

수십년이 지난 다음에 이들 사건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당사자들이 까닭도 모른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을 기억할수록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은 더욱 더 천인공노로 다가온다. 억울한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대법원에까지 호소하는 것을 두고 그들은 “일반 국민들은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라고 했다. 국민들에게 이보다 더한 배신은 없다.

3권 중에서도 사법부는 유일하게 사실상 견제의 기제를 허용치 않는다. 대통령(행정)과 국회의원(입법)은 국민이 선출하고 맘에 안 들면 다음번 선거에서 응징하면 그만이지만 법관은 한번 임용되면 국민들이 심판할 방법이 없다. 판사를 선거로 뽑거나 재판에 배심원단을 두어 사법부에 대해서도 국민주권을 행사하는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3심제 외에는 판사들에 대한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1, 2, 3심을 거치며 악착같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양승태 사법부는 이 세 단계를 통틀어 하나로 획일화하여 법관의 성향을 염탐하고 또 그들의 동향을 감시하며 청와대를 향해 줄서게 하려 했다는 게 아닌가. 급기야 전국의 법대교수들이 양승태 수사를 공식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추석 민심에선 제발 이 문제가 낱낱이 까발려지기를 바란다.

또 있다. 정치분야다. 축약해서 국회의원들의 문제라고 하면더 실감날 것이다. 촛불 앞에 무릎을 꿇을 때만 해도 그들에겐 이른바 개전의 정이 엿보였다. 가히 무혈혁명의 기세였기에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정당은 다시 구태로 재무장하고 있고 이를 이끌겠다는 인물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하나같이 이제 정치무대에서 사라지고 잊혀져야 할 노쇠한 사람들이다. 민주국가에서 이런 식의 정치적 ‘빽도’는 아마 세계사에서도 유일할 듯싶다. 그들한테 기대할 것은 노련미와 완숙이 아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퇴물들의 생존일 뿐이다.

우리지역의 국회의원들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이해찬을 비롯한 집권당 실세들이 세종역 설치 공언으로 오송분기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는데도 모두가 꿀먹은 벙어리다. 충북 땅을 세종시에 내어주고 오송역을 팔아 금배지를 단 그들이건만 이제 와서 저들이 등에 칼을 꽂겠다는데도 행동이 없다. 그러면서 쥐꼬리만한 정부예산을 따 왔다고 생색내기에만 급급하다.

충북의 정치력이 요즘처럼 작고 왜소해진 적도 없다. 그럴바엔 차라리 세종역 설치의 당위성을 역성드는 게 낫겠다. 고속철도가 저속철도로 누더기가 되든 말든 말이다.

이들의 행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비로소 실체를 드러냈다”고 한다. 진보도 아니면서 진보로 위장하고 보수도 아니면서 보수로 포장해 정치생명을 이어왔지만 지금의 상황은 막다른 골목이라는 것이다. 그 막다른 골목 끝에 2년 후 총선의 ‘공천’이 도사리고 있지만 여론은 이미 녹록지가 않아 보인다. 꿈 깨!라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듯하다.

 

추석 민심이 이를 놓칠 리 없다. 그러니 제사상을 물리고 둘러앉은 가족들이 그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평가하기를 바란다.

물론 민심은 무섭다. 사람을 갈아치우고 나라도 뒤엎는다. 한데 인간은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그 민심조차 왜곡하려 한다. 정치인들이 특히 그렇다. 민심이 냉혹한 반면 인간은 늘 비열하다. 그 비열함이 이번 추석 민심에선 때이른 된서리를 맞았으면 한다. 과연 진정한 추석민심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통일을 향한 발걸음은 오늘도 한발짝 한발짝씩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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