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에서의 하루
가을 햇살이 황금 들녘에 이르자 찰흑미(米)와 어우러져 마치 피아노 건반을 연상케 했다. 햇빛을 받은 억새는 바람에 휘날리고 관광객들은 모두 사진 담기에 열중했다. 모세의 기적을 이룬 듯 바닷길이 썰물에 낭새섬(닭 섬)과 이어지자 가을 나들이객들의 시선이 쏠렸다.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의 수려한 풍경이다. 서해 천리포 2만여 평에 조성된 수목원은 나무 수만 1만 6000여 수종에 이른다. 설립자인 故 민병갈 원장(Carl Ferris Miller.1921~2002)은 1945년 한국에 와 1962년부터 황폐한 민둥산이었던 이곳 천리포 해변 18만 평에 전 재산을 털어 나무를 심었고 197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목원을 이뤄냈다.
천리포수목원 최수진 기획홍보팀장은 “민 원장은 생전에 씨를 심고 그 씨가 자라 푸른 숲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수목원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자연 그대로의 숲을 사랑하는 제2의 민병갈 선생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종이, 휴지 등을 소비하며 적게는 12그루의 나무를 사용한다” 며“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더 많은 수목원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40년 전 씨앗을 심어 푸른 숲을 이룬 수목원은 고즈넉한 해변길과 맞닿아 해송과 더불어 다양한 목련, 완도호랑가시나무 등 쉽게 볼 수 없는 수종들의 자태로 가을풍광을 맘껏 뽐내고 있다. 다음달 6일까지는 ‘열매, 이야기를 담다’라는 주제로 제4회 천리포수목원 열매전시회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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