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의 품위가 의정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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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의 품위가 의정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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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0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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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윤 정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

“미안하다.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하겠다.” 시민단체도 경기를 탄다. 생활비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줄이는 것이 교육비라면, 절감 항목 윗줄에 올라가는 것이 시민단체 기부금일 듯하다. 허나 생활비를 쪼개 월 1만원씩 후원해온 시민들의 마음을 알기에 섭섭함보다 안타까움이 크다.

도대체 경기가 좋았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여기저기에서 경기가 안 좋다고 아우성이다. 사무실 근처 식당도 백반값을 1000원 올렸다. 사장님은 최저임금 때문이라 한다. ‘알바’ 없이 혼자 장사하는데도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질설까지 돌 만큼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충북도내 11개 시군의장단협의회는 ‘의정비를 현실화하기 위해’ 큰 폭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현실화란 ‘5급 공무원 20년차 수준’이라고 한다. 언론에서는 이럴 경우 인상률이 평균 47%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의원 의정비는 2006년부터 유급제로 전환되면서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의정활동비’는 의원들이 의정 자료를 수집하거나 연구하는 데 쓰라고 주는 돈이다. 그런 만큼 어느 지방의회든 동일하게, 기초의원들은 연간 1320만원, 광역 의원들은 1800만원을 받는다.

반면 ‘월정수당’은 의원들의 직무활동에 대해 지급하는 수당 개념이다.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 각 지자체별로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올해 결정하면 2022년까지 4년간 공무원 보수인상률 범위를 초과하여 인상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다른 변수가 생겼다. 그간 복잡한 수식에 따라 산출했던 월정수당의 기준을 없애고 각 지자체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화라는 명목으로 도내 시군의장단협의회가 4%도 아니고 7%도 아니고 47%를 요구했다니 눈을 의심케 한다.

지방의원들은 아마도 자율화 첫해가 기회라고 생각한 듯하다. 지방분권 시대에 맞게 정부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라 하니 ‘대폭 인상’으로 화답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충북도의회는 공청회까지 무사통과하며 4968만원이었던 연봉을 5400만원으로 올렸다. 당시 전국 지방의회 중 가장 높은 인상률(8.7%)이었다. 따라서 의원들로서는 어차피 욕을 먹으니 이왕이면 ‘대폭’ 올려야겠다는 학습효과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복잡한 수식 대신 “지역주민 수와 소득수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지방의회 의정활동 실적”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라는 지침이 무슨 소용일까 싶다. 올해도 월정수당 금액이 전년도 공무원 보수인상률(2.6%)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주민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도록 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조사는 기피할 것이고 공청회는 각본대로 진행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의 의정비 현실화 요구는 늘 반복되어 왔다. 무보수 명예직일 때는 전문성 있는 젊은 인재가 지방의회로 진출하기 위해 ‘유급화’가 꼭 필요하다고 했고, 이제 유급제가 시행되니까 급여도 부단체장급 정도로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십여년간 충북도의 살림살이가 과연 얼마나 달라졌나? 막연히 유권자들이 지방의원들을 밉보기 때문인가? 확실한 것은 의정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방의원들이 여전히 겸직을 유지하고, 심지어는 사적 이익을 위해 지방정부의 수의계약을 따내고, 양대 정당은 전문성 있는 젊은 인재 영입은커녕 비리전과가 있는 인물들을 공천하는 구태를 벗지 않는다면 의원들이 요구하는 의정비 현실화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14년 청주KBS가 충북도의회의 의정비 인상에 대해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9%의 도민들이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 이유는 막연히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증가하기 때문(30.9%)이 아니라 의정활동이나 지방의원에 대한 신뢰도가 부족(41.5%)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이 현실화할 것은 의정비가 아니라, 도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의정활동에 집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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