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묘수풀이’ 로 전화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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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묘수풀이’ 로 전화위복
  • 충청리뷰
  • 승인 2002.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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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중 법원경매 절차에 돌입했던 청주백화점이 지난 2일자 4차경매에서 (주)청주패밀리(대표 가갑손)에 128억7천만원에 낙찰됐다. (주)청주패밀리는 지난해 12월 (유)청주백화점의 경매진행에 대비해 별도 설립한 법인으로 청주백화점 김용태상무를 대표이사로 등재했었다. 결국 청주백화점은 법원경매를 통해 금융권 화의부채를 일시에 털어내고 자력생존할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백화점 경매 과정과 향후 사업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청주백화점의 전신은 진로백화점이다. 지난 97년 부도처리된 진로백화점은 같은 해 11월 청주지법으로부터 도내 기업 최초로 회의개시 결정을 받아냈다. 당시 화의채권은 총 600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입점자들의 상품판매 채권이 150억원 규모였다. 이듬해인 98년 진로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가갑손 전 대표이사가 선인수 후정산 방식으로 백화점을 인수해 상호를 청주백화점으로 변경했다.

’울고싶을 때 뺨때려준’ 경매

청주백화점은 1차적으로 자산매각을 통해 화의채권 변제에 나섰다. 아울렛매장(현 월 건물)과 북문로 창고등 부동산을 처분하고 영업다변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 99년부터 해마다 경상이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당초 600억원의 화의채권은 380억원으로 줄었고 상품판매 채권도 50억원을 남겨두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담보채권자인 서울 뉴라인여신금융(주)가 느닷없이 경매를 신청했다. 뉴라이여신의 채권청구 금액은 39억9000만원으로 절반이 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청주백화점의 매출규모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한 400억원대에 이르는 채무부담을 안고 경영안정 기반을 다진다는 것은 무리였다. 뉴라인여신금융측의 경매취소를 위해 백방의 노력을 하던 백화점측은 여의치않자 비장의 ‘히든 카드’를 준비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청주백화점을 (유)라파예트로 상호변경하고 가갑손 대표이사를 전 진로종합식품 임원출신인 이강환씨로 교체했다. 이사 2명도 경리담당 직원 2명으로 바꿔 등재했다. 또한 백화점 김용태상무를 대표이사로 한 별도법인 (주)청주패밀리를 설립했다.

경매보안 철저, 자력생존 기틀마련

법인등기부상 등재내용을 보면 “(주)청주패밀리는 2001년 12월 31일 상호를 양수하였지만, 양도회사인 (유)라파예트(구, 유한회사 청주백화점)의 채무에 대하여는 책임지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다시말해 채무는 넘겨받지 않고 영업권만을 양수받는다는 것이었다. (유)라파예트(구 청주백화점)에 건물과 빚은 남겨두고 영업권만 분리시켜 운영을 계속하게 된다. 이때부터 모든 세금계산서는 (주)청주패밀리로 결제되기 시작했다. 정상영업에 따른 경상이익을 그대로 보전하고, 법원경매가 개시되더라도 영업권이 별개 법인에 넘어간 백화점에 선뜻 응찰자가 나서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청주백화점측의 ‘경매 시나리오’는 정확하게 적중한 셈이다. 4차 경매까지 응찰자가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단독응찰로 자기 건물을 차지한 것이다.
청주지법 감정평가 결과 현 청주백화점 부지와 건물에 대해 1차 경매에서 247억4300만원의 입찰예정가를 제시했다. 지난 1월 15일 1차 경매를 시작으로 3차까지 유찰됐고, 4차 경매의 예정가 126억6843억원보다 2억원이 많은 128억7천만원을 써낸 (주)청주패밀리가 최종 낙찰됐다. (주)청주패밀리는 금융권의 경매대출을 통해 경락잔금을 지불할 예정이다. 이번 경매를 통해 청주백화점은 화의채권 380여억원을 털어내는 대신 경매대출금 120억원을 새로 얻게돼 짊어질 짐을 절반이하로 줄이게 됐다.

‘지역밀착화 향토기업으로 보답’

이에대해 지역 유통업계에서는 “사실상 백화점 자체적으로 경락을 받게돼 입점자나 상거래 채권자의 피해를 막게됐다. 만약 서울등 외지 자본이 낙찰받았다면 관련 상인들의 피해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용암동 뉴월드코아 부지의 경우 서울 경매투자자가 능력도 없이 끌어안은채 3년여를 무대책으로 방치해두고 있지 않은가? 몸집이 가벼워진 만큼 향토백화점으로써 지역주민과 밀착된 유통기업으로 재도약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청주백화점의 경매돌입 사실은 지난 10개월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있었다. 백화점측은 지역상인들의 선의의 피해가능성 등을 들어 지역언론에 협조를 요청했고 신문·방송의 보도자제로 보안유지가 가능했다. 청주지법에 채권신고된 내용을 보면 1순위는 KL인베스트먼트 제2차 유동화전문(유)으로 조흥은행 충북본부의 채권 51억원을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순위는 경매신청자인 뉴라인여신 39억9000만원, 3순위는 서울 하나로종합금융 41억원, 4순위는 서울 한빛여신전문 21억1400만원으로 신고됐다.
이에대해 청주백화점측은 “그동안 향토백화점의 재기를 위해 성원해 주신 지역민들께 감사드린다. 화의상태를 조기에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던 중 예기치않은 경매신청을 받아 고통이 컸다. 상거래 채권 50억원 예정대로 변제하고 입점자의 피해도 막게 됐다. 지역민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지역경제에 일조하는 향토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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