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형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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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형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다리
  • 충청리뷰
  • 승인 2002.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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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을 건너는 다리는 퍽이나 다양한 편이다. 이 가운데 맑고 깊은 계곡을 건너기 위해서 ‘시위를 당기는 활 모양으로 둥글고, 하늘위의 무지개처럼 걸쳐있는’ 궁륭형의 다리는 가장 아름답고 매우 정교한 기법으로 만들어 진다.
전남 여수시 중흥동 흥국사 입구에 있는 홍교는 이런 궁륭형 다리의 대표격으로 한국 돌미학의 극치를 보여주는 구조 예술품으로 꼽혀 보물 563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여수 영취산 중턱에 자리잡은 흥국사는 1195년(고려 명종 25년) 보조국사 지눌에 의하여 창건되어 호국 불교의 성지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명찰이다. 이 절은 호국정신이 창건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고, 이 정신이 크게 부각된 것은 조선시대의 커다란 국란인 임진왜란시에 의승군의 본거지가 되어 400 여명이 활약했다. 이때 승병 훈련소로 이용됐다.
나라가 흥하면 이 절도 흥할 것이라는 흥국의 염원을 담고 있어 흥국사라고 전한다. 절 안에는 보물 제396호인대웅전, 원통전, 팔상전, 부조전, 응진전등 14채의 절집과 괘불, 보물 제578호인 대웅전 후불 탱화 등 보물이 산재해 있지만 보물 제563호인 흥국사 홍교는 순천 선암사의 승선교와 함께 빼어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절묘한 구성에 감탄

흥국사 홍교는 영취산에서 흘러 내리는 맑은 계곡물 양쪽을 뿌리 삼아 잘 다듬은 장대석을 짜 올리고 있는데 모두 86개의 각이 진 장대석이 서로 맞물려 반원을 이룸으로써 스스로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절묘한 구성을 했다.
이러한 아치형 홍교의 짜임새는 기술적으로도 뛰어나거니와 맑은 물위의 반달모양, 돌아치의 원형미(圓形美)는 한국 돌미학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선암사의 승선교보다는 둥근 맛에서 좀더 퍼진 맛이 있지만 전체가 이루는 곡선미는 일품이다.
다리 주위로는 자연석의 돌들을 그냥 쌓아 올려 아치형의 결구를 좀더 튼튼하게 보완해 주고 있어 다리의 면모를 한결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홍예의 중심 머릿돌은 용머리를 새겨 돌출 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의장은 다리의 격을 한결 높여주고 있다. 신앙적으로도 용은 불교에서 호법(護法), 호국(護國), 호민(豪民)의 의미로 인식되므로 서 고통의 세계에서 불국의 세계로 건너는 모든 중생들을 보호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외형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신앙심을 표출해냈던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홍예 중심 머릿돌에서 양 홍예 난간 부분에 귀면상(鬼面像)을 조각하고 있어 잡귀를 막아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했으니 불국토에 이르고자 하는 중생들에 대한 지극한 자비 정신을 느끼게 한다.
장대석 위로 거대한 판석을 올린 후 흙을 덮어 통행하는 사람과 짐의 무게를 거뜬히 지탱해 주도록 장치 하였고 통행에도 편리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한 칸의 아치형 홍예 다리는 건축 기법이 정교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수석과 돌의 결구가 이루는 인공적인 원형미의 조화는 한국 곡선미를 더욱 빛나게 한다.

한국 곡선미의 극치

흥국사 홍교는 흥국사가 임진왜란 시 승병들의 훈련장소로 쓰이는 등 승병 본거지였던 관계로 왜군에 의해 소실되었다가 복원될 때 함께 건립되었다. 인조 17년 1639년이다.
기록에 의하면 흥국사가 1630년경부터 1800년대까지 계속 복구가 되는데 홍교가 그 초기에 건립되었다는 것은 당시에 대단히 중요한 불사 중의 하나였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1981년 폭우에 의하여 부분적으로 붕괴되었으나, 이듬해에 다시 원형대로 복원되었으며, 이곳에서는 매년 홍교밝기가 이루어지고 있다.(길이 11.8m,폭 2.7m, 높이 5.5m)
홍교옆에는 아주 옛날 만들어진 밤나무 장승이 한쌍 있었으며, 부도밭이 있던 실개울 옆길에도 한 쌍이 있어 절의 경계를 표시하고 있었다. 지금은 나머지를 잃고 하나만이 남아있는데 나무의 밑둥에 장승을 새겨 거꾸로 심은 이 장승은 여수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나무 장승이다.
흥국사는 원래 일주문이 없고 영성문이 정문의 역할을 해왔는데, 이 영성문은 수박(나무로 시내를 건너질러 만든 다리)다리로서 성인(聖人)을 맞이하는 사상적인 내용이 들어있음으로 홍교에서 세속을 떠나 영성문을 통과하면 사천왕의 보호를 받는 불법의 세계에 들어옴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홍교는 새속과 불국토의 갈림길이며 흥국사의 불이문(不二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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