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개나리꽃의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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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개나리꽃의 푸념
  • 김태종 시민기자
  • 승인 2004.1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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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한 생각, 041208.
내가 자주 지나다니는 길가에
요즘 철 잊은 개나리꽃이 듬성듬성 피어 있습니다.
좀 처량해보이기도 하고 딴기적어보이기도 하여
왜 그러느냐고 자꾸만 묻습니다.

날마다 물어도 아무 말도 안 하더니
엊그제는 묻기를 그치고 그냥 안쓰러워하며 지나가는데
지친 목소리로 개나리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옆에 있는 높직한 건물 때문에
햇살이 하루에 두 번 짧게짧게 스쳐 지나가고
다듬는다고 자꾸만 가지를 자르고
이래서 짜증을 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겁니다.

오늘도 나는 그 길을 지나갈 것인데
그리고 그 개나리가 하지 못한 말을 지금 알아듣습니다.
머잖아 그 꽃을 피웠던 개나리
죽고 말 것이라는,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이 거의 그렇다는 것까지를

뼈저린 반성으로 시작하는
게으른 아침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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