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도내 전문대 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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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도내 전문대 해법은 없나?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5.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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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립한 대학 → 수요감소 → 경영난으로 이어져
전문대, “구조조정위해서는 재정지원 뒷받침돼야”

   
1996년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대학의 설립을 인가해주는 대학설립준칙주의가 시작되면서 대학의 수는 급격히 증가한 반면 대학을 진학하는 고교졸업생은 인구감소와 함께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해마다 대학의 신입생 유치는 점점 어려움을 겪고 대학의 주수입원인 등록금 수입도 함께 줄어 대학의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의 문제점은 이미 지난 1990년대 중반에 예고돼 있었다. 1995년까지 131개에 불과했던 4년제 대학은 이후 40여개가 늘어났고 현재 전문대를 포함한 학교의 수는 358개나 된다. 전문대학 관계자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무책임한 책임전가를 지적했다. “무분별하게 학교설립을 인가해주고 이제 와서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라’고 모든 책임을 일선 대학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앞으로 5년간 대학정원을 9만5000명 줄이고, 경쟁력없는 대학은 통폐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고스란히 전문대의 부담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2004년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 대학의 모집정원 미충원율은 4년제 대학이 11.7%, 전문대가 18.7%로 나타났다. 충북의 경우는 4년제 14.5%, 전문대 37.5%로 전국평균을 한참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도 4년제 대학보다 전문대학의 경우 심각성이 더하다. 대학 수는 증가하고 고교졸업생수는 4년제 대학의 모집정원을 채우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랫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다. 대학가에서는 “봄에 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이 하나의 법칙처럼 여겨지고 있다.

도내 대학의 모집정원과 고교졸업생수의 불균형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그동안은 교통의 편리함을 내세워 많은 수도권학생들을 유치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냈다. 한때 청주대의 외지학생비율이 60%를 상위했던 것이 이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도권 접근성이 뛰어난 천안 소재의 대학들에게 이미 넘겨준 상태다. 전문대의 경우 4년제 대학과는 달리 외지학생들의 점유율은 크지 않지만 도내 4년제 대학들이 얼마나 많은 외지학생들을 유치하느냐는 전문대 신입생 모집과 직결된다.

허물어진 전문대학 ‘정체성’
전문대가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이유는 ‘정체성의 상실’이다. 지방의 4년제 대학들 또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문대의 고유영역(?)인 전문기술인 양성 목적의 학과과정을 포함시키면서 전문대의 차별성이 사라지게 됐다.

또한 4년제 대학들이 입시정원의 3%에 해당하는 실업계고교 출신학생들을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입학시키고 있어 전문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전의 4년제 대학은 연구중심의 대학이었지만 현재 대부분의 지방대학이 교육중심의 대학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대학 관계자는 설명한다. 4년제 대학의 발 빠른 변화에 틈새교육을 맡고 있던 전문대학은 갈 길을 잃게 된 것이다.

4년제 대학을 상급교육기관으로, 전문대를 하급교육기관으로 인식하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웬만한 경쟁력으로는 전문대학이 수요자의 구미를 당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열악한 내적환경 속에 구조조정 등 외부압력이 더해져 지방 전문대는 벼랑 끝에 서있다. “2009년까지 교육부는 87개 대학을 통폐합 등을 통해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고스란히 지방대학의 몫이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문대가 구조조정 일순위일 것이다”라고 전문대 관계자는 말했다.

이렇게 척박한 현실에서 지방 전문대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충청대학의 경우 ‘취업률 1위’를 내걸고 신입생 유치를 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사상최대인 요즘 취업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기 때문이다. “대학을 조금 늦게 들어가더라도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를 선택하려 한다. 주위의 선배들을 보면 4년제 대학을 나오고도 몇 년째 취업준비 재수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재수생 김모(21)군의 말에서 요즘 학생들이 취업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전문대의 취업률은 항상 4년제를 앞서왔지만 몇 년 전부터는 전체적인 수요의 하락으로 전문대의 취업률도 3%정도 떨어진 상태다. 이를 회복하기위해 각 대학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내 산업체는 물론, 타 지역의 산업체와도 협력관계를 체결하고 학생들의 취업을 주선하고 있다. 전문대학에서는 산업체가 원하는 인력양성을 위해 주문식 교육을 실시하고, 실습위주의 교육으로 졸업 후 산업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대신 산업체에서는 일정 인원 이상의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구조조정, 교육부 재정지원 선행돼야”
이밖에도 각 대학마다 외부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총체적인 위기에 외부여건의 개선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비인기학과의 경우 모집정원의 절반도 채우질 못한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학과를 신설하고 모집인원을 높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기 때문에 쉽사리 폐과하고 입학정원을 축소하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모두가 갖고 있다. 하지만 학교규모를 축소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과 교수감원 등의 구조조정에서 오는 교육의 질적 저하는 다시 신입생 지원 감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구조조정의 현실적 어려움을 말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이 제 살을 깎아야 하는 구조조정을 능동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책임있는 제정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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