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명의 미디어 비평] 여론조사 기관의 신뢰성 담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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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명의 미디어 비평] 여론조사 기관의 신뢰성 담보의 중요성
  • 충청리뷰
  • 승인 2002.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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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언론사에서 발표하는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모 방송사가 여론조사를 벌였다가 관련 후보들의 반발로 발표하지 못하는 헤프닝이 벌어졌는가 하면 모 신문사는 특정 리서치사의 여론조사보도시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관련 후보자측의 반발과 함께 신뢰성에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이들 여론조사들이 특정 후보의 선거 기획을 맡고 있거나 차후 관련 기관의 사업 수주를 염두에 둔 기획사 또는 여론조사 기관에 의해 행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론조사 기관의 신뢰성 문제는 여론조사 결과 자체의 신뢰 문제로 이어지게 되고 여론조사라는 본질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 기관의 신뢰성 담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신뢰는 단 시간내에 구축된다기 보다 여러번의 시행 과정을 통해 공정성과 믿음이 쌓여갈 때 가능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의 여론조사 업체들이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겨우 태동한 일천한 경력과 지방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해 본다면 완벽한 신뢰성 기대는 너무 성급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 후보의 선거 기획이나 홍보를 맡고 있거나 그런 업체와 관련 있는 여론조사 업체가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언론을 통해 공표한다는 문제는 아무리 여론조사 과정상의 공정성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공적 신뢰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최근 지역에서 벌어진 여론조사를 둘러싼 잡음의 발단도 여기에 있다. 모 방송국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해놓고 발표하지 못한 것은 여론조사를 의뢰 받은 업체가 특정 후보의 선거 홍보와 관련이 있거나 관련 기관의 업무를 수주한 업체와의 연관성을 상대 후보측에서 문제삼았기 때문이었다.
지난 27일 모 신문사가 발표한 여론조사는 위의 문제 외에 보도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것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을 키웠다. 이 신문사는 ‘H 미디어리서치’와 공동 조사를 벌였다며 도지사와 청주시장 후보의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보도가 나간 후 각 후보 진영은 ‘H 미디어리서치’사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만큼 여론조사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자아냈다고 할 수 있다.
이 H사도 홍보 이벤트 업체와 연관 회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회사는 발표 신문사의 대형 행사를 5년여 동안 수주해왔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의 계약 관계도 불분명하다. H사 대표는 “신문사 한 간부가 여론조사 요청을 해오면서 할인을 요구해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얼마를 받을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신문사가) 줄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보도 과정에서 투명치 못한 점은 파장을 증폭시키고 있다. 당초 이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부에 넘겨져 기사화 됐으나 당일 당직 사회부 기자에 의해 재 작성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이들 여론조사는 이런 이유들로 인해 오랬동안 개운치 않은 뒷맛으로 회자되었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 및 여론 향배에 심대한 영향을 미쳐 법으로 공표와 조사 방법 공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차제에 여론조사 기관의 신뢰성 확보와 함께 언론사가 기자들에게 설문지를 줘 출입처에서 조사해오는 구태의연한 여론조사를 가지고 공정했다며 발표하는 엉터리 언론의 여론조사도 추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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