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양민학살“美 조사단자료 왜곡·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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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양민학살“美 조사단자료 왜곡·조작”
  • 충청리뷰
  • 승인 2002.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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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한미공동발표문 대한 총체적 반론서 발표
참전미군 증언 회유 항공사진 변조 사실 왜곡 의혹제기

영동 노근리 미군양민학살사건의 배상문제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일 노근리대책위원회(위원장 정은용)가 한미 공동발표문에 대한 장문의 반론서를 발표했다. 대책위는 반론서에서 미정부가 피해자들의 허위증언과 변조된 항공사진, 중요문서의 은닉, 사실의 날조를 통해 한미 공동발표문을 작성했다고 지적하고 미정부의 사죄와 양심적인 사건해결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지난 2월 영국 BBC를 통해 방영된 노근리 스페셜다큐프로그램에서 미정부의 조사내용 가운데 상당부분이 왜곡됐다는 점을 확인, 이같은 종합적인 반론서를 준비하게 됐다. 또한 대책위는 결의문을 통해 미 클린턴정부가 제의한 ‘희생자 추모비 건립과 장학금 공여’를 공식거부하고 피해에 상응한 배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노근리대책위는 한미공동발표문 가운데 ‘증언’과 ‘문서’ 두 부분으로 나눠 문제점을 지적했다.
①허위증언
미조사보고서에 따르면 50년 7월 26일 노근리 쌍굴앞 교량은 파괴하지 않은 채 남겨두었고 이에대해 7기병연대 1대대 하사관은 “이날 오후 늦게 피난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교량을 파괴하지 못했다. 피난민들이 적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이 교량을 파괴하지 못하게 도로를 막고 앉아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문제의 쌍굴앞 쪽에는 시멘트관을 묻은 간이교량이 있었을 뿐 사건 당시나 이후에도 정식교량이 있었던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7기병연대 H중대 문서수발병 죠지프리스는 AP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굴쪽에서 날아오는 총알이 우리쪽 총격일 수도 있다. 아군 총격을 적군 총격으로 오인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정말 겁을 먹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했으나 미측조사반에는 오인사격 가능성 부분은 언급조차 않은채 “제 생각으로 7정의 화기와 7명의 북한군이 있었다고 했습니다…그러나 저는 단 한정밖에 보질 못했습니다…그러나 굴밖으로 이러한 사격이 날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쏠 수밖에 없었습니다”는 내용만 담았다.
②문서공유 거부
당시 노근리지역에서 2차례 폭격을 실시한 미공군의 임무수행보고서에서 조종사들은 ‘통제기의 지시에 따라 흰옷입은 사람들을 공습했다’ ‘피난민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공격했다’고 적었으나 한국측의 문서전달 요구를 묵살했다. 결국 “(한미 양측조사반이) 증언, 문서 등을 충분히 공유하면서…철저하게 조사했다”는 한미발표문은 허위적인 것이라고 공박했다.
③피난민 통제
한미발표문에는 “50년 7월하순경 한국정부와 미8군은 긴밀한 협조를 통해 피난민과 한국군 및 미군을 보호하고 도로로 이동하는 피난민들이 군작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난민 통제지침을 하달했다”고 기록했다. 또한 미 1기병사단장 게이소장은 한국도착직후 인터뷰에서 “공산군의 침투전술에 대한 대응책은 작전지역내 모든 한국인을 마을로부터 내보는 것이다. 그후 발견되는 모든 한국인을 적의 첩자로 간주하면 되지않겠는가”고 진술했다. 게이소장의 판단은 예하부대에 하달됐을 것이며 이에대해 당시 미대사관 일등서기관이었던 노블은 “농부와 땅은 뗄 수 없는 사이여서 아무도 농토를 버리려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게이소장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남녀노소가 작전지역에 남아 있었으며 그들은 또한 결코 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게이소장의 방침에 따라 임계리 주민 500∼600명이 미군에 의해 강제인솔돼 죽임을 당하게 됐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④공중공격
일부 미참전병들은 “피난민들과 함께 있는 전차에 항공기가 공중공격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당시 피해주민들은 “노근리 철로위에서 검색을 받는 동안 미통신병이 어디론가 무선전화를 한후 미군기가 날아와 폭탄을 투하하고 기총소사를 가했다”고 주장했고 7기병연대 F중대 소총수 델로스프린트도 “미군기의 공습을 받아 나는 피난민과 함께 작은 굴에 숨었다. 그런데 미군 병사들이 이 작은 굴로 총을 쏘았다. 나와 함께 있던 병력이 절반 정도는 민간인에게 사격을 했다. 나는 굴속에 그렇게 숨어있는 사람들에게 총을 쏘지 않았다. 그들은 살고싶어 숨어있는 민간인에 불과했다”고 증언했다. 따라서 미측이 노근리 피난민과 탱크가 함께 있었던 것처럼 보고한 것은 사실왜곡이라는 것이 대책위 분석이다.
⑤사진 조작
미조사단은 50년 8월 6일자 항공사진에 대한 설명에서 “피해자들이 증언한 노근리 쌍굴 주변 철로상의 폭격지점과 참고인이 증언한 시체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체를 가매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굴은 흔적을 여러곳에서 확인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근리를 중심으로 상하행선 철로, 철교가 파괴된 상태로 있었다는 한국조사단 보고서와 8월중순경까지 가족이 찾아가지 않은 시체들이 폭격현장에 널려있었다는 피해주민 증언으로 보아 8월 6일 촬영한 참혹한 현장사진을 잘라내고 8월 중순이후 촬영한 사진을 붙인 의혹이 있다고 대책위는 주장했다.
⑥지상사격
미군의 지상사격을 AP통신 취재당시 구체적으로 진술한 7기병연대 소총수 델로스프린터는 미조사반의 공식조사에 불응했다. 이는 2001년 1월 당시 칼데라 미육군장관이 “미 제대군인들이 노근리사건에 대해 발언할 때 내용여하에 따라서는 사법처리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한 이후 일부 제대군인들이 위협을 느껴 공식조사에 불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 대책위의 분석이다. 또한 노근리 생존자인 서정갑씨에게 당시 참전미군 죠오지 어리씨가 보낸 편지에 따르면 폭격에서 살아남아 도망치는 서씨를 미 지상군이 집중사격한 사실이 드러난다. 지상군의 무차별적인 노근리 양민학살 사격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⑦노근리 쌍굴 사격
7기병 A중대 소총수의 진술에 따르면 27일 낮 그의 진지 좌측에서 약 100∼150명의 피난민이 터널에 있는 것을 보았고 그 집단이 움직이자 주변의 기관총이 피난민들의 앞 땅밑에 위협사격을 가하였고 피난민들은 이에놀라 비명을 지르며 다시 굴안으로 들어갔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한 쌍굴다리 현장을 정찰하고온 병사들은 ‘그곳에서 죽거나 부상당한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매우 처참한 장면’이었다고 진술한 점은 미군의 기관총 사격이 통제하기 위한 사격이 아니고 분명히 고의적인 살인이었다고 대책위는 주장하고 있다.
⑧사격명령 여부와 사망자 수
한미발표문에는 사격명령 부분에 대해 ‘미조사반에 증언한 모든 참전 장병들은 사격명령없이 사격을 했다고 증언했다. 일부 증언자들은 명령이 반드시 하달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육·공군 제대군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민간인 사격에 대한 상부 또는 상급자의 명령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배상협의 어떻게 돼가나?

노근리대책위는 소송대리인인 미국 변호인을 통해 소송전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변호인들은 미국방부, 국회 관계자를 상대로 원만한 배상합의를 위한 실무적 논의를 벌여왔다. 하지만 부시정부 출범이후 양측의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자 대책위 차원의 항의표시로 이번 반론서 발표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정부는 희생자 추모비 건립과 장학금 공여를 통해 사실상 한국전쟁 당시 양민학살에 대한 책임부분을 벗으려 할 뿐 배상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발표를 미루고 있다. 2000년 클린턴대통령도 유감을 표명하는 사과성명을 발표했지만 정작 배상여부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는 미군이 세계 분쟁현장에 참전하면서 저질러진 각종 양민피해에 대한 배상선례가 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대해 대책위 정구도대변인은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로 비춰볼 때 서양은 잘못을 인정하면 당연히 배상책임을 지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노근리 문제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답답하다. 백번 양보해서, 한미공동발표문 수준에서 미군의 행위를 인정한다하더라도 법적책임은 명백하다 할 것이다. 미정부가 힘의 논리로 버티며 우방국의 인권을 도외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미법정에 정식 소송을 제기해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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