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산림환경 보존도 ‘최고’ 훼손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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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산림환경 보존도 ‘최고’ 훼손도 ‘최고’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04.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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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은 여전히 땔감의 요체, 훼손 부추겨

식목일인 지난 4월 7일, 나무를 심어야 할 이날이 되레 산불 소식으로 하루종일 국민들을 긴장시켰다. 강원도 고성에 이어 남쪽으로 인접한 양양군에서도 엄청난 산불이 발생, 관광지를 비롯한 이 일대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날 일부 방송사들은 처음 고성산불과 양양산불의 상호 연관성을 보도하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다만 고성산불은 같은 고성군의 북한지역에서 먼저 발생, 남하한 것이 분명하다. 고성산불은 충청리뷰 주최 금강산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남한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던 지난 4월 1일 오후 시간대에 이미 북측 비무장지대에서 목격됐다.

당시 현대 아산 소속의 안내원들은 이 산불이 이틀전 쯤 발생해 계속 남쪽으로 내려 오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 산불은 금강산 마라톤 일행이 다시 남쪽으로 입경하던 3일 오후에도 그대로 목격됐다. 산림청에선 3월 29일께 북한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비무장지대(DMZ)의 산불은 인공진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진화를 위해선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비무장지대에서의 군인과 민간인 이동은 철저하게 남북 상호간 사전 연락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긴급한 대처’가 어렵다. 게다가 남·북측 할것없이 광범위하게 매설된 지뢰 때문에 접근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본격적인 산불 진화는 산불이 비무장지대를 지나 남쪽으로 완전히 넘어 와서야 가능하지만 대개는 비가 내리기만을 학수고대하며 자연진화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고성산불의 초기 진행과정을 지켜보는 북한측 반응은 “언제간 저절로 꺼지겠지”였다. 여기저기 산재한 북한 경비병들한테도 산불진화의 의지를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금강산 등 북한지역을 찾는 남쪽 관광객들이 북으로 입국하면서 처음 실감하는 것이지만 북쪽의 산은 소위 민둥산인 경우가 많다. 같은 산맥이나 산줄기라도 남과 북의 산림상태는 많이 다르다. 나무들이 성기고 숲이 우거지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북쪽에서 먼저 발생한 산불은 진행이 더디고, 진화 역시 손쉬울 수 있다. 그런데도 남북간 군사대치로 초기에 손을 쓰지 못하고 지난 식목일의 경우처럼 큰 재앙을 입는 것이다.

북한 산림자원은 여전히 땔감으로 이용
비무장지대의 산불은 대개 북에서 먼저 발생, 남으로 전파된다. 지난 1990년 초에 발생한 산불은 무려 1주일간이나 천혜의 보고 비무장지대를 태우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부터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2001년 3월 말엔 강원 철원군의 북쪽에서 발생한 산불이 남쪽으로 계속 번지면서 큰 피해를 입힐 조짐을 보이자 남측에서 맞불을 내 진화한 경우도 있다.

비무장지대를 경계하는 남북한 군당국이 서로 사주경계와 시계(視界), 사계(射界) 확보를 위해 일부러 산불을 내거나 맞불을 지르는 사례도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미 오래전에 남북한이 희귀동식물이 서식하는 비무장지대를 보존하기 위해 아주 긴박하거나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산불을 놓지 않기로 합의한데다 최근엔 남북간 교류가 잦아지면서 환경에 대한 상호이해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북한측이 이 때쯤 북서풍을 이용해 갈대숲에 고의 산불을 내는 사례는 여전하다. 이같은 인위적 발화를 뺀 비무장지대의 산불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 다만 요즘같은 건조기에 나무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자연 발화한다는 것과, 자연의 보고답게 야생동물들이 활동하다가 매설된 지뢰 등을 잘못 밟아 터뜨리는 순간 발생한다는 것 등 몇가지 설이 나돌 뿐이다.

“솔잎 보러 관광 왔습네까?”
관광지가 아닌 북한의 산이 대체로 허(虛)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북한을 방문하는 남쪽 관계자들이나 관광객들이 북에 들어서자마자 당장 아쉬워하는 것도 바로 이런 장면이다. 중국과 국경을 이루는 지역에서도 이런 정경을 찾기는 어렵지가 않다. 과거 일제에 의한 산림 수탈은 남북한이 똑같이 겪은 불행이지만 북한의 산들은 인공적 조림의 흔적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와 관련해선 군사적 목적 때문에 일부러 나무와 숲을 제거한다거나, 땔감용으로 남벌한데 따른 후유증이라는 얘기들이 전해지는데, 현지에서 목격한 결과 후자쪽에 의혹(?)이 더 간다. 북한이 현대 아산에 개방한 대표적 관광지인 해금강과 삼일포 등을 가려면 소나무가 우거진 지역을 지나게 되는데 특이하게도 바닥에 떨어진 마른 솔잎이 별로 없다.

그 정도의 숲이면 낙엽이나 솔잎이 수북히 쌓여야 하는데도 말이다. 나무 밑의 잡풀들이 하나같이 경사 아래쪽으로 쏠려 있고 마치 갈퀴짓을 한것처럼 아래쪽으로 매끄러워 보이는 것도 솔잎 등을 땔감으로 채취해가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북한의 안내원은 이런 질문에 예의 김정일주석등 윗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춘 후 “지금 솔잎 보러 관광 왔습네까”라며 역습해 왔다.

전기 연료 사정이 산림회복의 걸림돌
북한 시골지역의 난방이나 취사는 여전히 마른 나무나 풀 등에 의존한다. 이는 최근 국회의원들까지 참가해 추진하는 ‘북한 아궁이 지원사업’에서도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남쪽 관광객들이 북한 지역을 이동하면서 종종 목격하는 장면중의 하나가 군인이나 주민들이 들판에서 채취했을 법한 땔감 둥치를 머리에 잔뜩 이거나 어깨에 걸친 모습들이다. 전기나 화석연료의 취약성은 외부 시설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남쪽 관광객에 개방된 관광코스의 전봇대마저 낡을대로 낡은 나무재료들로 세워져 있다. 남한에선 70년대 초반까지만 보던 광경이다. 현대 아산이 금강산지구에서 운영하는 시설의 전기는 대부분 자가발전에 의해 확보된 것이다. 연료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전기나 연료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결국 북한의 산림자원은 생존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남쪽의 대북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는 지금 북한 산림을 원상회복키 위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은 바로 이런 현실에 근거한다. 충북 옥천군의 대북 묘목 지원사업이나 제천시가 추진하는 금강산 사과나무 심기사업 등은 이런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쪽에 비해 자연환경이 극도로 잘 보존된 북한에도 고민은 있고, 이를 해소해야 할 역할이 지금 남쪽, 한국측에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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