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효진 군수의 시군통합 조건부 수용방침이 알려지면서 지역정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구도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우선 시군통합될 경우 시장직 사퇴와 차기 청주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한대수 청주시장의 행보에 대한 논란이다.
당초 한 시장은 시군통합시 통합시장을 오 군수에게 양보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자치단체가 해체·통합될 경우 잔여임기에 한해 도지사가 통합시 자치단체장을 임명할 수 있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주민 찬반투표를 통해 시군통합이 확정될 경우 일사불란한 통합업무 추진을 위해 새로운 통합시장의 임명이 필요하다.
특히 한 시장의 차기 청주시장 불출마 선언은 정치적 파장이 큰 발언이다. 그동안 한 시장은 도지사 출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행보에서는 청주시장 재출마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원종 지사가 3선 출마를 굳힐 경우 한 시장의 당 공천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시장은 통합시장 불출마 선언에 발목잡혀 자칫 내년 지방선거에서 '미아'가 될 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지역 정가 일부에서는 "한 시장의 강력한 드라이브 공격을 오 군수가 팬홀더형 수비가 아닌 맞드라이브로 받아치면서 상황이 묘하게 되버렸다. 물론 시군통합이 성사되면 그 공적이 한 시장에게 가장 많이 돌아가겠지만, 불출마 선언을 번복할 경우 정치적 경쟁자들에 의해 일순간에 공적이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한 시장이 시군통합의 화두로 국면을 주도한 전략은 좋았지만 스스로 퇴로를 막은 것은 성급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오효진 군수는 시군통합 추진 조건으로 제시한 청원군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받을 경우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통합 추진을 위한 한시적 시장을 맡을 경우 시군통합의 씨는 한 시장이 뿌렸지만 향후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쪽은 오 군수가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만약 시군통합이 성사되고 오 군수가 통합시장으로 출마할 경우 청원군은 확실한 표밭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잇점이다. 특히 경쟁후보가 한 시장이 아닌 제 3자일 경우 통합시에 대한 '기득권 우위'를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청원군이라는 자신의 텃밭을 유지관리해 2008년 총선까지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관측에 대해 한 시장 측근인사는 "한시장이 단순히 정치적인 '꼼수'로 시군통합에 시장직을 건 것은 아니다. 정통 행정관료로써 자신의 소신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폭탄선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군수가 실질적으로 통합을 위해 역할을 다 한다면 한 시장은 결코 약속을 번복할 사람이 아니다. 한 시장의 결단을 정치적 가십거리로 취급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