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은 지금 돼지에 목숨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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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은 지금 돼지에 목숨 건다”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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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목 무항생제 돼지 개발의 의미

지난해 12월 21일 충북도가 시행한 바이오농업 시상식에서 특별히 눈길을 끈 사람이 있다. 진천에서 원산농장(초평면 용산리)을 운영하는 이욱희씨(40)다. 원산농장은 돼지 사육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이씨는 이날 대상과 함께 시상금으로 3000만원을 받았다. 파격적인 상금도 그렇지만 이씨가 사육하는 돼지가 바이오농업 대상수상의 요체가 됐다는 사실이 이채를 띠었다. 이욱희대표는 돼지 사육에 있어 항생제를 쓰지 않는, 이른바 무항생제 돼지로 충북도가 전략사업으로 추진하는 ‘바이오(bio-)’의 한 축을 차지한 것이다.

   
▲ 원산농장 이욱희씨와 그가 운영하는 자연 N 웃는대지.
그러나 정작 대상을 차지한 무항생제 돼지에 대해선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일반인들에겐 단순히 웰빙 차원의 개념으로 다가왔다. 항생제를 쓰지 않는 돼지가 개발돼 건강 식생활에 기여하는구나 하는 정도로 인식했던 것이다. 이런 시각이라면 당연히 바이오농업 대상이라는 용어 자체가 무색할 수밖에 없다. 충북도가 이욱희씨의 무항생제 돼지에 바이오농업 대상을 안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황우석교수가 줄기세포로 차세대 생명공학의 지평선을 열어 가고 있다면 이욱희씨는 무항생제 돼지로 차세대 생명농업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욱희씨가 자체 개발해 상품화에 성공한 무항생제 돼지 역시 지금으로선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유일하다. 때문에 이씨가 꿈꾸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항생제 돼지사육으로 충북을 돼지 생명농업의 메카로 키우겠다는 것이고, 지금 그런 노력들이 속속 결실을 맺어 가고 있다.

돼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무항생제’
항생제 남용에 따른 피해는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 돼지 사육은 특히 항생제를 떠나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돼지와 항생제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다. 사료에서부터 모든 질병에 사용되는 약품에 이르기까지 항생제는 돼지사육의 필수다. 결론적으로 돼지의 성장촉진에 지금까지 항생제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때문에 우리가 상시적으로 먹고 있는 돼지고기엔 필히 항생제 성분이 포함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런 것들조차 시중에선 무항생제 상품으로 통한다.

항생제의 성분 포함이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욱희씨의 돼지는 태어나서 도축될 때까지 항생제와는 철저하게 거리가 먼 사육과정을 거친다. 사료는 옥수수 콩 밀 등 20여가지의 재료를 사용해 특수하게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항생제 대신 천연식품 추출물을 이용한 특수 면역 증강물질(된장 추출물)을 첨가시켜 돼지의 면역성을 근본적으로 높이고 있다.

돼지의 질병치료는 봉침(벌침)으로 해결한다. 봉침 요법은 현재 전국 여러 곳에서 실험, 활용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효과는 이미 입증된 상태다. 특히 원산농장 이욱희대표는 양돈업계에서 봉침의 전문가로 통한다. 그가 벌침에 눈독을 들이기까지는 충북대 조성구교수(축산학과)의 지도가 컸다.

벌침엔 페니실린의 1200배에 달하는 살균효과가 있기 때문에 돼지의 염증성 질환은 물론 설사병 호흡기질환 등에 특효로 작용한다. 핀셋으로 꿀벌의 흉부를 잡아 상처난 부위에 직접 쏘이거나 꿀벌의 머리와 흉부를 제거하고 침이 들어 있는 복부만을 채취, 복부의 수축에 의해 침이 환부로 들어가게 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이욱희씨는 “설사 등 돼지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은 천연 면역강화물질을 사료에 첨가하는 방법으로도 다 해결했는데 감기는 좀체로 대처방안을 찾지 못했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한방쪽으로 접근했는데 큰 효과를 봤다. 벌침요법은 그 중에 하나다”라고 밝혔다. 이대표의 무항생제 돼지농법은 부산물인 분뇨를 액체비료로 활용하면서 추출 가스의 에너지화와 토양개량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자연의 순환법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북도, 무항생제 돼지 브랜드화 전력
이욱희대표가 생산하는 무항생제 돼지는 물론 일반 돼지보다 비싸다. 지금도 20~30% 높게 판매되고 있는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향후 홍보 및 유통체계만 제대로 갖추면 이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대도 가능하다. 그만큼 상품성에 있어선 일반돼지에 비해 분명한 차별화를 이룬다. 다만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아직 ‘무항생제’라는 공식 인증을 못 받는 것이 아쉽지만, 대신 충북도의 바이오농업 대상 수상이 상표인증의 효과를 크게 안긴다고 봐야 한다.

이대표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다살림영농조합을 설립, 상품화에도 남다른 역량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자연 N 포크’라는 상표로 뉴코아 백화점 전국 16개 점포에 납품하는가 하면 ‘루쏘’라는 이름으로 현대백화점과 롯데마트에도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웰빙 바람에 편승, 점차 소비자들의 관심과 구매가 늘고 있어 판로엔 큰 문제가 없다.

이욱희대표는 “양돈관련 단체나 협회에서 그동안 무항생제 용어조차 사용하지 못하도록 간섭이 심했으나 사정이 달라졌다. 요즘은 되레 운영난으로 문을 닫은 폐농장을 다 주선해 줄테니 무항생제 양돈을 지도해 달라고 부탁해 온다. 그만큼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무항생제 양돈은 유럽이 선구자다. 유럽에선 사료에 항생제를 쓰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놨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항생제는 돼지의 각종 치료용으로 다 들어 간다.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선 유럽산은 무항생제 돼지가 아니다.

현재 일본에 우리처럼 완전 무항생제 돼지를 생산하는 곳이 한 곳 있지만 규모가 작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가 무항생제 돼지를 생산한다는 긍지로 일한다. 요즘엔 미국과 일본 등 축산 선진국에서 우리 농장과 영농조합으로 견학까지 온다. 지난해 11월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세미나에선 우리 농장의 사례가 의제로 채택돼 유럽인들을 놀라게 했다. 충북을 무항생제 돼지의 메카로 키우고 싶다는 게 꿈이라면 꿈이다”고 말했다.

   
▲ 다살림영농조합에서 사육중인 무항생제 돼지.
충북도는 무항생제 돼지를 충북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 충북도 곽용화 축산경영담당은 “무항생제 돼지는 그 장점을 아무리 설명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다. 현재 지역특화사업 차원에서 바이오와 친환경축산 육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무항생제 돼지를 충북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울 방침이다. 무항생제 돼지는 그야말로 세계적 상품이다. 조만간 충북하면 친환경 무항생제 돼지로 연상될 것이다”고 내다 봤다.


돼지의 꿈은 중학교때부터 설계
구제역 발생이 무항생제 돼지 탄생의 단초
원산농장 이욱희대표는 돼지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축산에 관심이 많았다. 돼지사육을 주요 생업으로 하던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이후 충북고를 나와 충북대 축산학과에 들어간 이대표는 돼지의 꿈을 본격적으로 꾸기 시작한 것. 졸업하자마자 어느 농장에 취직했는데 축산보다는 땅투기가 목적인것같아 그만두고 자신이 직접 선진축산 계열인 진천 유전자원(주)의 시설을 위탁받아 양돈을 시작했다.

기껏 수수료 정도가 수입의 전부였지만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요람이었다. 이후 95년 선도개척농으로 선정되면서 오직 양돈에만 전력하게 된다. 이 때 청원군 낭성면에서 젖소를 기르던 이상범씨를 만났다. 현재 생명공학과 미생물분야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동암BT(청원군 내수면)를 운영하는 이상범씨는 이욱희씨에게 천연식품의 면역증강물질 추출을 자문한 전 서울대 식품공학과 교수인 이계호박사의 아들이다. 둘은 서로 형님동생으로 통하며 각각 돼지(욱희)와 소(상범)의 거장이 될 것을 약속한다.

96년 원산농장을 설립한 이욱희씨는 농업인후계자로도 선정되며 희망에 부풀었으나 2002년 5월 구제역 발생으로 사육하던 돼지를 모두 폐기한 후론 한참동안 실의에 빠졌다. 양돈업을 포기할 생각까지 가진 것이다. 이 때 이욱희씨는 이상범씨의 충고로 뜻밖에 면역증강물질을 발견하게 됐다. 이 물질은 공교롭게도 이미 이삼범씨가 자신의 부친을 통해 가지고 있었는데 다만 그 사용처를 몰랐던 것이다. 이것을 이욱희씨가 돼지에 활용, 성공의 기미를 찾아냈으며 그후 대량생산에 나서 지금의 무항생제 양돈의 단초가 된 것이다. 이욱희씨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하느님!이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방송에서 인기를 끈 그야말로 ‘유레카!’의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다시 양돈에 자신감을 얻은 이대표는 2002년 9월 동암BT(바이오스) 기획실장 홍기영씨와 함께 면역증강물질과 봉침으로 무장(?)한채 제주도로 건너간다. 당시 제주는 축산 때문에 관광산업이 골치를 앓을 때라 무항생제 양돈의 필요성이 절실하던 시점이다. 지금은 이욱희씨가 대표로 있는 다살림영농조합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홍기영씨는 “제주의 산업기반은 축산(영농)과 관광이다. 그런데 이 둘은 항상 충돌한다. 관광지에 돼지 축사냄새가 난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고소 고발이 남발되다보니 제주의 축산업자들은 대부분 환경사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주에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넓히던 캔산소가 어느날 문을 닫은 사례는 유명하다. 산소캔에 축산 분뇨냄새가 들어가는 바람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제주 천혜의 관광자원이 축산으로 망가지는 것을 예방하고자 우리가 무항생제 노하우를 갖고 상륙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제주도 무항생제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결국 1년 후 다시 충북으로 와 지금의 업적을 이뤄내게 됐다. 다살림영농조합은 2004년 1월, 8개 농가로 발족한 내추럴포크연구회가 그 시초로, 이후 내추럴영농조합(12개 농가 참여)을 거쳐 2004년 9월 다살림영농조합으로 변경했다. 현재 원산농장등 9개 농장이 참여하고 있는데 전체 사육두수는 육성돈을 포함 약 3만 마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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