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용 교육감 ‘실용’ 배타고 ‘개혁’ 파도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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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용 교육감 ‘실용’ 배타고 ‘개혁’ 파도를 넘는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5.08.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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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대 이기용 교육감 취임, 결선투표 역전극 연출
‘인물론’으로 초등결집 제압, ‘관사’ 도서관 사용지시

제13대 충북도 교육감에 이기용 후보가 당선됐다. 3일 결선투표 집계결과 이기용 후보는 4029표의 유효표 가운데 2101표(52.1%)를 얻어 1927표(47.8%)를 획득한 박노성 후보를 174표 차로 누르고 막판 대역전에 성공했다. 이 당선자는 지난 4일 도교육청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13대 교육감의 공식업무에 돌입했다. 이 교육감은 결선투표 역전 드라마에서 보여주듯 갑작스런 보궐선거에 ‘다크호스’로 출전해 당선의 영광을 차지했다. 8명의 후보가 대접전을 벌인 제13대 교육감 보궐선거의 이모저모를 정리해 본다.

지난 3일 결선투표를 통해 이기용 교육감의 당선이 확정되자 개표장 주변에 있던 선거관계자들은 ‘가장 무난한 후보가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초등 중등간의 선거인단 분포, 교육감 선거 사전준비 측면에서 열세로 평가된 이 교육감의 당선은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교육감 선거 1차투표 3일전 지역의 D일보는 교육감선거 판세분석 기사를 크게 보도했다. 제목은 ‘3강 2중 2약’으로 뽑혔고 후보자 배치순서와 소개기사 분량을 볼 때 3강 후보는 박노성, 류태기, 이승업 후보였다. 이기용 후보는 다음 순서에 소개돼 2중 후보로 분류된 것이 분명했다. 해당 신문사 사주와 특정후보가 고교 동기동창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선거 막판까지 3강 후보에 포함시키지 않을 정도로 당선 가능성이 불투명한 후보였다.

반면 청주교대 출신 교장단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노성 후보는 ‘1차 투표 당선’의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같은 청주교대 출신의 고규강 도교육위 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박 후보 진영이 탄력을 받게 됐다. 당초 교대 동문들은 특정후보 지지표명없이 1차 투표 승리자를 돕겠다는 입장이었으나 고의장이 중도사퇴하면서 박후보로 ‘쏠림현상’이 강화됐다는 것.

하지만 1차 투표 결과 박노성 후보가 1366표(33%)를 얻어 1위, 이기용 후보가 1173표(28.4%)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1위 후보가 결선투표 안정권으로 여겨졌던 35%이상 득표에 실패하고, 2위 후보가 표차를 5% 이내로 줄이면서 역전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또한 교사들이 주축이 된 이 교육감의 지지그룹은 ‘인물론’ ‘자질론’을 내세워 여론을 환기시켰다. 1차에서 탈락한 후보진영과 물밑접촉을 통해 지지기반을 넓혔고 반대로 초등출신 탈락후보는 후보연대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역전론의 바람이 하룻만에 이 교육감의 지지도를 24% 끌어올렸고, 박 후보는 15%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이 교육감의 당선은 미디어 선거전의 순기능이 발휘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거인단을 상대로한 직접적인 선거운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4회에 걸친 TV토론회가 후보자를 판단하는 기본자료가 됐다. 실제로 이 교육감은 토론회를 통해 ‘안정성’ ‘논리성’ 측면에서 다른 후보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계 수장을 뽑는 선거특성상 ‘자화자찬’ ‘상대비방’ 과 같은 선정적 발언은 오히려 역효과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교육감 선거캠프는 선거대책본부장도 없는 지지자 모임으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후보들의 선거운동 방식이 기성 정치권 선거전략을 풀가동한 반면 이 교육감측은 여러 후보가 선관위로부터 경고받은 전화 홍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막판에 어머니회 회원들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한 학교운영위협의회 임원 2명이 검찰에 고소당하는등 과열혼탁 양상이 빚어지자 오히려 정공법을 택한 이 교육감은 1차 탈락후보 진영으로부터 도덕성을 인정받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신임 이 교육감은 취임하자마자 청주시 사창동에 위치한 교육감 관사를 마을 도서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자신은 선거공약을 실천해 봉명동 아파트에서 생활하겠다고 밝혔지만 관사를 포기한 것은 관료주의가 온존한 도교육청에 신선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취임식 당일 전교조충북지부가 옥천여중 조만희 교사의 징계인사에 항의하는 도교육청 농성을 벌여 직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교육감 선거에서 이기용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진 전교조가 취임식 당일까지 농성을 계속한 것은 의외였다.

이에대해 이 교육감 주변에서는 “선거 지지자들이 옥천여중 사태에서 대한 해법을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많은 지지를 보낸 것에 대해 이 교육감도 알고 있지만 교육관료들의 강경 입장 때문에 당장의 특별 조치를 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8월 정기인사를 통해 적정한 해결책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육감은 교직원 업무 대폭 경감과 일선 교육장과 학교장에 대한 과감한 권한 위임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래전부터 교육계 전반에서 제기된 문제점이었지만 교육감의 권위, 권한에 대한 양보가 전제되야 하기 때문에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온건한 실용주의자인 이 교육감이 임기동안 어느 정도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우선적으로 8월 정기인사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어느 정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도내 4곳의 시군 교육장이 정년 등으로 후속인사가 이뤄지고 공석중인 단재교육연수원, 충북외국어교육원 등 직속기관장의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장급 인사 후에는 일반직의 사무관급 이하 인사와 교원 정기인사가 기다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교육감이 차기 주민직선제를 염두에 둬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교육계 내부만 돌아볼 처지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사, 학부모로 구성된 한정된 학교운영위원들보다 전체 도민을 상대로 교육행정을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 공급자 위주보다는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 입장을 아우르는 정책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과정에서 이해상충하는 현안에 대해서는 교육관료 및 교사들의 요구와 배치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또한 주민직선제로 교육감 선거제도가 바뀔 경우 전교조 등 교원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자체 후보를 옹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치권에서 뒷손을 뻗어 선거전의 연대를 제시하며 교육감에게 입김을 넣을 수도 있다. 결국 2007년 12월까지 보장된 이 교육감의 2년 6개월 임기는 결코 장밋빛 탄탄대로만 걷기는 힘들 전망이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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