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분기역 백서 논란, 과연 방울 달 사람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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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분기역 백서 논란, 과연 방울 달 사람은 누구?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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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철도 오송기점역이 확정된 것은 지난 6월 30일, 말 그대로 12년 과업이 결실을 맺음으로써 충북은 도약을 위한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당연히 오송분기역 확정은 향후 충북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임이 확실해졌고, 실제로 이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오송분기역 확정이후의 여론은 오히려 많은 도민들에게 우려감을 안겼다. 12년 시민운동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난 만큼 지역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 와야 정상인데도 그동안 유치운동을 벌였던 관계자들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그 효과마저 반감시킨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 충북의 최대 과제였던 호남고속철 오송분기역 확정은 전 도민들에게 큰 자긍심을 심어줬다. 그러나 최근 빚어지는 논란은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낳게 한다. 사진은 7월 20일의 환영대회

이런 기류를 초래한 결정적 단초가 7월 20일 열린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오송확정 환영대회’다. 이날 행사가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특정인들의 생색내기로 퇴색하자 언론을 비롯한 각계의 비판이 일제히 제기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지역의 한 인사는 당시의 분위기에 대해 ‘벙어리 냉가슴’이라는 표현을 붙였다. 그는 “도민 모두가 거국적으로 나서 이룩한 성과이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 격려하고 긍지를 나누는 자리여야 하는데 실상은 좀 달랐다. 행사장 일각에선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고, 급기야 그동안 누구보다도 유치운동에 적극적이던 인사들이 아예 발을 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물론 이런 큰 행사를 치르다보면 자잘한 실수나 시행착오는 있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전체적 분위기다. 솔직히 나는 그날 행사가 황당하면서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누워서 침뱉기” 서로 입장 자제해
7월 20일 환영행사가 이처럼 매끄럽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큰 파장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누워서 침뱉기’를 우려해 가급적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좋게 해석하려 했기 때문. 처음 비판적이었던 언론도 충정어린 지적을 가한 후론 더 이상의 문제제기에 신중했다. 하지만 이에 배신감을 안기는 일이 또 벌어지고 있다. 이번엔 오송분기역 유치활동의 백서발간이 문제가 됐다. 오송유치위가 추진하는 백서발간에 대해 반대측으로부터 “합리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현재 사이버상의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오송분기역 유치의 근본 의미마저 희석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오송유치위원회는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백서를 내기로 하고 이상록(오송유치위 고문), 이도영씨(〃 공동대표)를 비롯해 그동안 학계 전문가로 유치활동의 전면에 섰던 박병호(충북대) 황희연(〃) 박종호교수(청주대), 그리고 충북도 여순구교통과장 등 6명으로 편집위원회를 구성, 이미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 19일까지 각계에 대한 1차 자료제출 요청에 이어 오는 29일까지 2차 자료수집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초 사실상 공적인 활동의 은퇴를 선언한 이상록씨(78)가 편집위원장을 맡았다. 이에 대해 오송유치위 박노동공동대표는 “이상록 고문은 오송분기역 유치운동의 산 증인이자 바로 역사와도 같다. 이 점은 인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누구보다도 세세하게 알기 때문에 백서발간에서도 역할을 맡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록씨의 컴백(?)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반대론자들은 자기주장이 강한 그의 성향을 들어 역시 논란을 빚었던 문장대 용화온천 반대운동 백서의 재판을 경계하고 있다.

백서발간에 따른 경비는 그동안 사용하고 남은 돈을 활용한다는 방침으로 오송유치위측은 이에 대해 구체적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그동안 오송유치위의 활동자금은 주로 행정기관에서 지원했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충북도가 연간 1억원, 청주시와 청원군이 각각 5000만원 정도를 지원했고 여기에 기업체 등의 후원금이 가미됐다. 오송유치위의 지원금 및 기금사용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지원된 돈에 대한 집행내역과 정산내용을 현재 충북도가 모두 보관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이를 공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기 손으로 자기 역사 쓰면 신뢰 못 얻어
그러나 오송유치위의 백서발간 계획에 대해 현재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완벽하게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 도민들이 참여했던 유치운동이었기 때문에 운동의 한축을 담당한 유치위원회가 주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미래도시연구원 이욱 사무국장은 “오송분기역 유치활동은 150만 전 도민이 벌인거나 다름없다. 운동기간도 무려 12년이 되기 때문에 완벽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좀 더 공신력 있는 기구나 단체가 맡아야 한다. 물론 운동의 주체인 유치위가 맡는 것도 명분이 있겠지만 백서의 역사성이나 사실관계를 중시한다면 당사자들은 빠져야 정상이다. 그동안 거쳐 간 사람만도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차라리 충북도가 전문가에 용역의뢰해 발간하는 것이 더 공정하고 합리적이다. 지금의 편집위원회 형태를 보면 아무래도 유치위측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특정인의 사견이 조금이라도 들어가지 않으려면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편집위원회가 절실하며 그동안 운동의 주체였던 사람들은 자료제출이나 진술로 사실관계를 입증하면 될 것이다. 백서발간에 있어 마지막까지 금기시해야 할 것은 특정인의 영웅담이나 자화자찬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청주 청원을 사랑하는 모임(청사모) 김상현고문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한마디로 “백서는 말 그대로 하나의 역사를 쓰는 일인데 자기 손으로 자기역사를 기록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반대 입장을 표했다.

내용의 변질 왜곡 우려는 ‘기우’
이런 비판에 대해 유치위측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오송유치위 유재기공동대표는 “지금 유치위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분명한 것은 가장 완벽한 백서를 만든후 자연스럽게 해체한다는 방침이다. 순수한 활동에 대해 자꾸 비판적 시각으로 보는 게 잘못이다”고 말했다. 박노동공동대표도 “유치운동에 참여하거나 관여한 모든 주체에 대한 자료를 총 망라해 추진 일정대로 사실 그대로를 기록하기 때문에 편향적일 수 있다는 지적은 괜한 시비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학계 교수들이 세분이나 참여했는데 만약 공정하지 못하다면 그분들이 용납하겠나. 언론이 공정한 잣대로 사실 그대로를 기사화해야지 특정인 몇 명의 얘기만 듣고 전후관계를 침소봉대하면 곤란하다. 유치위는 사심없이 지역현안에 발벗고 나섰고, 단체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언론에서도 제대로 알고 접근해달라”고 주문했다.

백서발간에 따른 실무지원을 담당할 충북도 관계자 역시 “일단 시안이 나오면 철저한 검토과정을 거쳐 백서를 내기 때문에 내용의 왜곡이나 과장은 절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김건호 전 오송유치위 사무총장은 “백서발간이 왜 논란을 빚는지 답답하다. 현 편집위원의 면면만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특정인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 지켜보는 눈이 한 두개가 아닐텐데 감히 사견이 개입될 소지는 없다. 일부 반대세력이 불필요하게 감정적으로 나오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곳간을 채운 후에 풍년을 구가해야
문제의 백서발간은 시기의 적절성에서도 논란을 빚는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지역 인사는 오송유치위 해체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우선 분명히 했다.

그는 “어차피 오송유치위는 특정 목적을 위한 한시적 기구다. 때문에 오송분기역이 확정된 이상 유치위는 당연히 해체돼야 한다. 추가로 할일이 남았다는 주장은 자기욕심에 불과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국가 정책사업이기 때문에 비록 거국적인 시민운동으로 쟁취했다 하더라도 이젠 충북도 등 행정기관에 모든 것을 일임해야 한다. 시민운동의 성격이 원래 이렇다. 만약 사후관리까지 시민운동이 책임지겠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 때 가서 또 나서면 된다. 백서발간은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호남고속철이나 오송분기역 공사의 첫삽이라도 떠야 백서발간이 의미를 갖는다. 곳간을 채우기 전엔 결코 풍년을 논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잖은가. 갑자기 태풍이 들이닥쳐 1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백서발간도 오송유치운동의 성격상 전문기관에 맡겨야 신뢰감을 얻는다. 그동안의 유치운동이 어디 한 두사람, 한 두기관이 벌인 일인가. 오송유치위는 그 한 부분에 불과하다. 백서가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의 생색내기나 무용담, 자화자찬으로 흐르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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