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약품 ‘정력제’인가 치료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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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약품 ‘정력제’인가 치료제’인가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5.09.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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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보건당국 비웃듯 일반·전문 의약품 불법판매
시민건강위협 유통·세무질서 문란… 강력단속 요구

   
▲ 지난달 10일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이 직장인 J씨의 제보에 의해 명함판 광고를 통해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성인용 영상물을 판매하는 한 업자로부터 청주지역의 불법 판매행태를 들을 수 있었다.
보건당국과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청주·청원의 편의점과 수퍼마켓 등 소매점에서 일반의약품이 버젓이 팔리는가 하면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반드시 약국에서만 판매 하도록 돼 있는 전문의약품 ‘발기부전 치료제’가 비밀유통망과 온라인을 통해 불법거래되고 있어 관계당국의 철저한 단속이 요구되고 있다.

동아제약이 제조한 피로회복제 박카스D나 동화약품 소화제 까스활명수, 일양약품의 원비디나 광동제약의 진광탕 등의 약품은 약국에서만 판매해야 하는 일반의약품이다. 그러나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여 동안 청주시 상당구 용암2동 용암공원 인근의 편의점과 청원군 남일·남이면의 수퍼마켓등을 취재한 결과 일반의약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레비트 등도 청주지역에서 명함판광고지와 온라인상의 불법유통망으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유통·세무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물론 시민건강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현행법상 비타500과 같이 혼합음료로 분류된 제품은 판매처에 제한을 받지 않지만 일반의약품은 약국판매로 한정돼 있고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하도록 돼 있다. 그 이유는 흔히 정력제로 잘못 알려진 ‘남성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심혈관 계통의 환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발기부전 치료제 복용 환자에게 ‘시력손상’에 대해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사용설명서를 추가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기부전치료제는 PDE라는 효소를 억제해 CGMP라는 단백질 물질을 증가시켜 음경해면체 근육을 느슨하게 하고 이 때에 혈액이 흘러 들어가 발기가 이뤄진다.

그런데 문제는 PDE라는 효소가 눈에 있는 PDE6효소까지 일부억제해 망막에 특정한 화학물질의 농도가 높아져 색각 이상 등의 몇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지역에서는 불법판매 행위에 대한 단속계획 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약품 불법유통 사례와 오남용의 심각성
성인용품점과 비밀유통망을 갖춘 판매업자들이 명함판 광고와 인터넷을 통해 이를 판매하고 있는 것이 한 시민의 제보에 의해 드라났다.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이 직장인 J씨(36)는 지난달 10일 주차장에 세워 놓았던 차량에 ‘미제 정품 남성발기력 정력제 판매’에 관한 명함판 광고를 발견하고 제보했다.

기자가 같은달 25일 판매업자에게 직접 문의해 본 결과 불법판매상으로 확인됐으며 남성발기부전치료제인 미제 비아그라와 영국제 시알리스, 성인용 영상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판매상은 “정품만을 취급하고 있으며 밀수된 약품을 수주받고 있다”고 밝혔다.

   
▲ 지난달 29일 청주시 상당구 용암2동 용암공원 인근 24시 편의점 진열장에 일반의약품에 해당하는 동아제약 박카스D가 버젓이 진열돼 있다. 이날 본보기자는 쉽게 이 마시는 약품을 구매할수 있었다.
그러나 식약청 관계자는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이런 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밀수입된 가짜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 판매업자는 “심장 이상자도 많이 복용한다”는 근거없는 말로 현혹, 30알 들이 한박스에 32만원 하는 것을 29만원에, 20알짜리를 19만원에, 10알짜리를 1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 판매업자는 전화접수를 받아 자체 퀵서비스를 통해 구매자에게 배달을 하고 있어 사실상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가고 있었다. 충북경찰은 사이버수사대에서 지난해 6월25일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해 발기부전치료제를 불법으로 판매한 최모(31·충남 연기군)·김모(26·충남 천안시)씨 등 2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이들은 같은해 4월부터 2개월여 동안 모두 134차례 걸쳐 1262정의 발기부전치료제를 불법으로 판매하고 18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인정됐다. 더욱이 이들은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이용해 1만건이 넘는 스팸메일을 무작위로 보내 수많은 단골을 확보한 상태에서 판매하다가 계좌추적에 나선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충북경찰이 발기부전치료제 등 전문의약품 불법판매상을 단속한 건수는 이 한건이 고작이며 수사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우려를 낳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용역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이 남용하는 약물 중 ‘살빼는 약’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것이 ‘발기부전치료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 목적이 아닌 단순 최음이나 정력증강, 성적인 능력 향상을 위해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용해 본 남성은 응답자 3020명 가운데 176명으로 5.8%에 해당하며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사용자가 52.3%로 절반이 넘었다. 사용목적은 개인적 단순 호기심이 45.5%로 나왔다. 다음으로 일반의약품인 감기약(진해거담제)의 오남용이 3.2%로 세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의약품 오남용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불법유통 만연 시민건강 위해 지속단속 필요
식품의약품 안전청이 서울과 경기지역의 소매점 20곳을 단속한 결과 75%인 15곳에서 의약품을 불법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편의점 등 소매상에서 쉽게 일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약품의 중간유통을 담당한 의약품도매상들이 편의점 등 소매상에까지 불법으로 약품을 팔고 있다. 청주·청원의 수퍼 주인들은 도매상으로부터 납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제약사가 직접 음료도매상에게 불법으로 약품을 넘기는 수법도 있다.

동아제약측은 최근 음료 도·소매상에게 3년 동안 42억원 상당의 박카스를 불법으로 납품하다 적발돼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유통질서가 무너질대로 무너지자 경찰청은 식약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박카스의 불법유통 동기와 유통망, 본사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문의약품의 불법유통도 경찰과 보건당국을 비웃고 있다. 올해 5월말 현재 식약청에 적발된 발기부전 치료제 밀수 건수는 모두 191건으로 대부분 중국 등 동남아산 가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한 밀거래도 적지 않다.

포털사이트에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를 검색하면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하는 방법’에서부터 판매자들의 연락처까지 손쉽게 찾아 들어갈 수 있다. 이는 온라인 상의 판매가 지역을 초월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우리 지역에서의 불법판매 행위에 대한 심각성도 예외가 아님을 알게 해 준다.

의약품 거래는 국민건강에 직결되므로 무엇보다 제약업체와 도·소매상인들의 각성, 그리고 관계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다. 이와 더불어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의식전환도 선행 돼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청주시지회와 청주시 의사협회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일반의약품이나 전문의약품의 경우 의사와 약사의 관리를 벗어난 곳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될 경우 국민건강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더욱이 약국 이외에서 구입한 약품은 부작용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없어 이중삼중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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