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막말, 유권자,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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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막말, 유권자, 기억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11.15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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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되는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이라고 풀이돼 있다. 그러면서 민00 막말, 나00 막말이라는 단어가 죽 나온다. 그 만큼 우리사회에 막말 파문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 중 정치인 막말이 가장 많았다.

그 중에는 아마 ‘노이즈 마케팅’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는 각종 이슈를 요란스럽게 치장해 구설수에 오르도록 하거나, 화제거리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이목을 현혹시켜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이다. 즉 소음이나 잡음을 뜻하는 ‘노이즈’를 일부러 조성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한다.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을 하지 않을 바에는 내가 하는 말이 곧 나의 인격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 마케팅 방법도 소비자들을 현혹시킨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최근 청주에서도 막말 파문이 일었다. 황영호 자유한국당 청주청원구 당협위원장은 지난 2일 보수단체가 연 집회에서 “문재인, 이 인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물어뜯고 싶고, 옆에 있으면 귀뽀라지를 올려붙이고 싶다”고 하고 문 대통령을 향해 수차례 ‘미친 X’ 등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더민주당 충북도당과 정의당 충북도당이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질타했다. 그러자 황 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진영간 찬반을 떠나 절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 활동을 해나가는 데 커다란 교훈과 깨달음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김학철 자유한국당 전 충북도의원도 2017년 호된 막말파문을 겪었다. 역시 극우집회에서 였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 탄핵을 주도한 국회의원을 미친개라고 표현했다. “대한민국 국회와 언론, 법조계에 광우병보다 더한 광견병이 떠돌고 있다. 국회에 250마리의 위험한 개들이 미쳐 날뛰고 있다”며 “미친개들은 사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국민들을 들쥐의 일종인 ‘레밍’에 비유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정치인들은 막말 파문에 일단 고개를 숙이나 이미 뱉은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중들이, 유권자들이 이를 기억하고 있다. 또 인터넷 검색만 하면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와 지방의원 후보들의 언행이 모두 나온다. 어떤 행사에 가서 무슨 말을 했고, 언제 무슨 일 때문에 문제가 됐고 비판을 받았는지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인터넷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가. 결국 막말로 인한 손해는 자신이 감수해야 한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촌철살인 한마디로 상대를 제압하거나 유머로 재치있게 비꼬아 일거양득 효과를 노리던 옛 선현들의 여유가 그립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악플도 마찬가지다. 대중에게 노출된 많은 사람들이 악플로 고통을 받고 있다. 차라리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하거나 악플을 다는 사람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말과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내년 총선에는 또 얼마나 많은 막말들이 쏟아져 나올까. 유권자들이 이를 똑똑히 기억하고 표로 심판하는 방법밖에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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