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국제공항에 제 뼈를 묻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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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국제공항에 제 뼈를 묻겠습니다 ”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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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공항 활성화에 올인하는 정종택학장
30년 청주공항과의 인연, “위상정립으로 마무리”

정종택 충청대학장을 대하는 기자들의 자세는 항상 조심스럽다. 마주하다 보면 그의 시공을 넘나드는 무궁무진한 얘기에 당장 기사(記事) 욕심을 갖다가도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혹시 선거에 이용당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정학장은 간헐적이지만 끊임없이 지방언론에 등장했다. 그러면서 예의 5·31 지방선거 출마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실제로 정학장은 이원종지사의 불출마 선언 이후 여기저기로부터 유혹을 받았다. 주변에선 “저런 사람이 도지사 한번 했어야 하는데....”라는 덕담인지 혹은 냉소인지 모를 헷갈리는(?) 말도 자주 한다. 정학장은 국회의원 3선에다 장관(급)을 다섯 번이나 역임한 경력으로 정치를 떠난 후에도 항상 모종의 역할이 기대됐고, 실제로 지역의 굵직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에게 달려가기 일쑤다. 과거 화려한 경력 뒤에 숨어 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런 그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어떠한 선거에도 관심이 없으며 오직 학교와 청주공항에만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을 둘러 싼 지방선거 출마설에 대해선 단호하게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가장 큰 과제는 청주공항 활성이고, 이를 위해 그 곳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실 정학장의 청주공항 집착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아예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래전부터 청주공항에 매달려 왔다. 그를 만나면 첫 마디가 공항 얘기이고 일어 날 때도 공항으로 끝난다. 때문에 청주공항에 대해 제대로 된 상식이 없는 사람들은 내내 그로부터 일방적인 공항설교만 듣다가 일어 나야 한다.

정학장이 공항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렇다. 본인이 처음 이 공항의 유치를 시작했고, 또 문제의 공항 때문에 국회의원으로서의 정치인생이 종을 쳤다. 때문에 결자해지와 신원(伸寃) 차원에서 청주공항 문제를 풀고 싶다는 것이고, 그 귀착점이 바로 공항 활성화다.

그의 청주공항과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올라간다. 청와대 행정비서관을 거쳐 충북도지사로 임명된 1976년께, 현 청주공항과 함께 사용하는 공군비행장 이전을 고려한 것이 인연의 서곡이라면 1981년 11대 국회에 들어가 당시 교통부가 신공항 후보지를 물색중이라는 정보를 입수, 청주 유치의 첫 단추를 낀 것은 1막이 되는 셈이다.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한 그는 13대 국회 예결위원장을 맡아 청주국제공항 사업비 20억원을 확보함으로써 공항건설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정학장은 14대 총선에서 되레 청주공항 뇌관 때문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사업진척이 지연되면서 개항시기 또한 확신할 수 없게 되자 상대후보들마저 “소음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 공항유치를 위해 시민환영대회까지 연 곳은 충북 밖에 없다”고 몰아치는 바람에 꼼짝없이 당한 것이다. 끝내 정학장은 필생의 과업으로 추진한 청주공항의 역풍을 맞고 잘나가던 정치무대에서 중도하차하게 됐다. 국민당 김진영후보에게 일격을 당한 것이다.

95년 지방선거 땐 이런 일도 있었다. 당시 도시사 후보로 나섰던 이용희 열린우리당의원이 충북도청 옆 구 태양생명 회의실에서 합동 토론회중 마침 전투기가 상공을 지나며 큰 소음을 내자 갑자기 “이것 봐라, 소음피해가 이처럼 심각한데 청주공항 환영대회를 열었다니 말이 되느냐!”고 일갈해 청중들이 한바탕 웃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당시 이의원은 청주공항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청주공항은 결국 건설계획 발표 12년만인 1997년 4월 개항됐고, 이를 기점으로 충북의 하늘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정종택학장은 “지금은 그래도 많이 활성화됐지만 청주공항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미흡하다. 충북은 물론 충청권의 미래가 여기에 달렸는데도 말이다. 나의 활동을 달리 보지 말았으면 한다. 청주공항을 처음 입에 올린 사람으로서 그 마지막 책임을 다하고 싶은 것 뿐이다. 그동안 노력한 결과 지금 여러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각계의 노력이 더 경주되어야 할 시점이다. 민관합동 대책위를 하루속히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활성화가 앞당겨진다”고 말했다.

로비하고 협박하고 설득하고…
“움직일 수 있을 때 나서는 것”

정종택학장이 청주공항에 쏟는 정성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노력의 일단이 언론에 일부 보도되기도 했지만 ‘실제’는 훨씬 더 하다. 13일 기자와 만난 날도 그의 온 몸은 청주공항으로 무장돼 있었다. 탁자이건 서랍이건, 양복 주머니건 나오는 족족 모두가 청주공항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날은 특히 오전에 이태호 청주상의 회장과 함께 서울 조선호텔에서 손경식 대한상의회장과 이종희 대한항공총괄사장,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을 만나 한·일간 노선의 청주공항 이전 등 활성화 대책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내려 온 참이었다. 그날 조찬모임에서 대한상의 손회장은 “적극 협조”를, 이종희 대한항공사장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승객만 확보해 준다면 가능”, 박찬법 아시아나 부회장은 “비행기 정비문제만 해결된다면 충분히 검토”를 각각 약속했다.

청주공항 문제가 나올 때마다 항상 거론되는 것은 수요가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정학장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헛공론에 불과하다. 일단 시설과 시스템을 갖추면 이용객은 당연히 늘어난다. 이미 경기 강원남부, 경북 전라 북부 이용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이 인천이나 김포로 갈 경우 엄청난 시간적 물적 손실을 입게 된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자신을 영입하려고 찾아 온 심대평 신국환 국민중심당 공동대표에게 그 자리에서 청주공항 활성화를 다짐하는 각서를 받아 주목받은 정학장은 이 밖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숱한 일을 벌이고 다닌다. 역대 건교부장관의 신상명세를 갖고 다니며 진드기처럼 설득한 결과 우선 1차로 현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친서를 받았고, 최근 열린 충청향우회 총회에선 아예 청주공항 활성화를 의제로 채택시켜 ‘청주 대전국제공항 활성화 추진모임’ 명의의 관련 유인물까지 대량 살포했다.

정학장은 “이제부터는 청주 뿐만 아니라 대전 충남이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공항의 명칭도 청주 대전국제공항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어차피 청주공항은 충청권은 물론 국내 중부권 전체를 아우르게 된다. 이를 위해 움직일 수 있을 때 더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정학장은 “지금 충남권에서 환경훼손을 들어 오송분기역에 어깃장을 놓는데 이럴 필요가 없다. 오송분기역 뿐만 아니라 청주공항은 앞으로 충청권 전체의 발전 동력이 될 것이다. 이 점을 설득해 저쪽의 피해의식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청주공항은 현재의 시설만으로도 연간 20여만회 운항과 300만명 수용 및 화물 4만여톤을 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운항 횟수와 화물처리는 고작 3%, 4%에 불과했다. 청주공항을 놀린다는 것은 결국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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