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토박이 박환규, 김재욱의 실험
중간관리자 넘어 자치단체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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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토박이 박환규, 김재욱의 실험
중간관리자 넘어 자치단체장까지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3.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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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를 심판받겠다” 토종신화 만들지에 주목
청주 청원통합 논란시 충북도 요직 맡은 것 변수
박환규 충북도기획관리실장이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청주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엔 이례적으로 100여명의 지지자들이 북적거려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박실장은 한나라당이 영입의사를 내비치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출마가 점쳐졌다. 당초엔 전략공천을 전제로 본인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대후보들의 견제로 현재로선 당내 경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여전히 박실장에 대한 전략공천을 암시하고 있다.

   
▲ 박환규씨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위직 공무원들의 출사표가 잇따르고 있다. 청주권만 해도 한범덕 전 충북도정무부지사와 김재욱 전 충북도자치행정국장이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 이미 공직을 박차고 선거전에 뛰어 들었다. 특히 김재욱, 박환규씨는 현직 중간 관리자의 자치단체장 도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김재욱 전 국장은 선거전이 본격 시작되기 전부터 출마설을 몰고 다닌 반면, 박환규 실장은 한나라당 영입설이 불거지기 전까지도 전혀 예비 후보군으로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출마 자체가 전격적이었다. 하지만 박실장 역시 가까운 지인들에겐 오래전부터 민선 청주시장의 꿈을 조심스럽게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공무원들의 지방선거 도전은 사실 유리한 점이 있다. 공직을 통한 그동안의 활동 때문에 기본적인 인지도를 갖춘데다 대부분 고위직을 지냄으로써 자치단체장 자질론으로 항상 거론되는 ‘행정에 대한 식견’을 누구보다도 많이 갖췄기 때문이다. 박환규실장은 충북도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시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 왔고, 청원군수 선거에 나선 김재욱 전국장은 한 때 이곳 청원군에서 부군수직을 지낸 관계로 역시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유권자들에게 항상 선호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에서 해먹을 대로 다 해먹고 또 욕심을 부린다는 따가운 시선도 받는 것이다. 특히 충북의 경우 역대 지방선거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공무원 출신들의 지방자치단체장 입성이 많아 벌써부터 공무원 출신이 좋으냐, 아니면 정치나 전문직업 출신들이 지방자치에 더 효율적이냐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런 양비론 속에서도 박환규, 김재욱씨가 유권자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둘다 이 지역 토종이라는 점이다. 철저하게 지역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로, 앞으로도 지역과의 관계를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많은 고위직들이 가족은 서울 등 외지에 두고 본인 혼자만 거주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완벽한 ‘지역 밀착형’ 공인에 해당된다. 이는 충북의 대표적 리더층들이 혼자 내려 와서 이중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선거 때 갑자기 나타났다가 당선되면 눌러 앉고 안 되면 다시 떠나는 행태와는 대조되는 것으로, 박·김 두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특히 이 점을 높이 산다. 때문에 이들의 출마는 지역 토박이들이 과연 유권자에게 어떤 심판을 받을지를 시험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박환규실장은 “평생 청주사람으로 살아 왔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고향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말로, 김재욱 전청원군수는 “청원군의 실정, 하다못해 마을 뒷골목까지 나만큼 아는 사람이 없다는 신념으로 고향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선거에 나서게 됐다”는 말로 본인들의 심정을 밝혔다.

   
▲ 김재욱씨
박환규, 김재욱 이 두사람은 또 다른 면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어느 한 사람에 대해, 그것도 공직자일 경우 주변의 평가는 동전의 양면처럼 달라질 수 있다. 이들도 고위직을 지낸만큼 많은 사람들로부터 긍·부정의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데, 그 긍정적 평가중에 하나가 행동 및 처신에 있어 전후관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평소 일하는 스타일이 이리저리 재며 좌고우면하지를 않고, 되면 되고 안 되면 안되는 노선(?)을 견지하는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김 전군수의 경우 출마회견부터 본인의 이런 캐릭터를 분명하게 나타냈다. 한나라당의 당초 원칙인 후보경선 참여의사를 밝히며 떨어지더라도 깨끗하게 승복할 뜻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국민에게 경선을 한다고 약속했으면 하는게 당연하다. 만약 후보경선에서 당원이나 군민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깨끗이 인정하는게 도리가 아니겠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식견과 모습으로 심판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한나라당 공천을 바라는 박실장은 “먼저 당쪽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젠 결심한 이상 타 후보와의 정면승부도 감수하겠다. 자발적으로 지지, 격려하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초지일관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박실장의 경우 1971년부터 1976년까지 청주시장을 지낸 채동환씨가 장인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는데, 부인 채희수씨 역시 과거 정당생활과 직능단체 활동을 오래한 이 분야 베터랑이다.

현직 공직자들의 선거도전은 유리한 측면 못지 않게 취약성도 많다. 확실한 이미지를 못 보이면 의욕만 앞세우다가 자칫 선거의 장식용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소위 대접받는 현직에 있을 때와 선거판에 뛰어들었을 때의 상황은 천지차이라는 게 정설이다. 평소 가깝게만 느껴졌던 지인들의 반응까지도 썰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선거에 나선 공직 출신들이 가장 먼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때문에 공직 출신들은 과거 공직에 있을 때의 관행적 이미지보다는 선거 후보자로서의 좀 더 분명한 자기모습을 유권자에게 어필해야 선택받을 수 있다. 이를 간과하고 선거에 나섰다가 실패한 사례가 이미 충북에서도 몇차례 있었다.

이에 대해 한 정당 관계자는 “선거 때 공직 출신들이 선망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당장 지명도 확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공직자라는 신분과 선거의 후보자 신분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를 알아야 성공한다. 특히 공직 출신의 경우 한번 나섰다가 유권자에게 잘못 인식되면 차후의 어떤 선거에서도 선택받기가 힘들다. 내 경험상 가장 선망받는 인물은 행정도 잘하고 선거와 정치에도 순발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사람인데 글쎄, 그런 인물이 어디 많겠나”고 반문했다.

박환규 김재욱씨가 과연 토종의 성공신화를 만들지는 지켜 볼 일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지난 청주 청원통합 논란과정에서 통합에 반대하는 충북도의 요직을 맡았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에 대한 유권자의 표심이 본인들의 득표에 주요변수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현재 박환규실장은 “청주시장에 나오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통합에 찬성한다. 주민투표에서 무산된 통합논란 과정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향후 통합의 적임자”라며 변화된 자세인 반면, 김재욱 전 청원부군수는 “관련법에 의거, 2년 뒤 논의는 가능하지만 행정기관이 앞장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여전히 통합에 미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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