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실 25시] 법 자체가 눈감고 아옹, 편법이 나올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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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오락실 25시] 법 자체가 눈감고 아옹, 편법이 나올 수 밖에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3.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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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 상품권, 청소년 오락기 “이게 할 짓이냐”
성인오락실의 시설기준엔 성인오락기와 청소년오락기의 설치비율이 6 대 4로 되어 있다. 때문에 성인오락실엔 예외없이 한켠에 옹색한 청소년오락기가 설치되어 있지만 사용이 전무하다. 허가를 위해 업소마다 폼으로 갖춰놨을 뿐이다. 오락이라면 성인보다 한 단계 위인 청소년들이 저급의 이런 오락기를 찾을리가 만무하고 업소측도 애들(?)의 출입은 원천적으로 금기시한다. 대부분 먼지만 수북이 뒤집어 쓴채 방치돼 있다.

   
오락실에서 배당으로 지급하는 문화상품권도 현행 법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00년 문광부가 성인오락실 경품에 문화상품권을 포함시킨 후 현재 거의 모든 오락실이 배당금을 이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 성인오락실은 도박장이 아님을 상징하는 조치다. 원칙대로라면 오락실을 이용하는 성인들은 문제의 상품권을 배당금의 액면가로 받아 상품권에 표시된 대로 영화구경이나 책 등을 사는데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원천적으로 ‘쇼’다. 상품권은 대부분 곧바로 인근에서 현금으로 환전돼 다시 오락기를 돌리는데 사용된다.

모든 성인오락실 주변엔 이렇게 환전을 해주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일부는 근처의 편의점이 이 일을 맡고 있다. 만약 오락실 내에서 환전이 이루어지면 오락이 아닌 도박이 되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이런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법대로라면 이런 환전소는 오락실 업주와는 무관한 제 3자가 운영해야 하지만 실상은 안 그렇다. 오락실과 환전소는 대부분 한 통속이고, 오락실과 환전소 사이엔 하루 종일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려는 사람들로 줄을 잇는다.

정부인가인 한국문화진흥(주)가 발행하는 상품권은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상품권 유통에 일정 비율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일단 환전소에서 현금화될 경우 다시 원래 오락실로 들어오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업소에 따라 상품권이 재활용된다고 추정한다. 이 것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탈세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결국 성인오락실의 도박장화를 피하기 위해 경품 상품권을 도입했지만 실제로는 도박장의 칩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해 오락실에서 만난 한 인사는 “성인오락실의 편법이 한심스럽다. 오락실은 나름대로 법을 준수하려 애쓰지만 결국 눈감고 아옹하는 격이다. 이게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할 짓이냐”고 반문했다.

성인오락실의 실제 수익은 문제의 환전소에서 발생한다. 통상 상품권 액면가의 10%를 수수료로 제하고 현금으로 주기 때문에 고리대금이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상품권 100만원 어치를 환전하면 10%를 뺀 90만원만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오락실은 승률을 100% 이상으로 해도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

실제로 승률을 105 내지 107%까지 올려 손님들을 유혹하는 업소가 있다. 이런 업소는 항상 손님들이 넘쳐 나 자리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승률을 107%로 하더라도 환전소의 꺾기 10%를 감안하면 숫자상으로 3%의 이득이 발생하는 것이다. 등록 허가청인 청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성인오락기의 승률은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90%~98% 선에 맞춰진다는 것이다.

현재 시중엔 오락실의 수입과 관련된 루머가 여러개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이렇다. ‘오락실로 망했다는 얘기는 없다’ ‘어떤 곳은 1년에 50억원을 벌어들인다’ ‘가게를 넘길 때 1년에 15억을 못 벌면 전액 보상해 준다’ 등 등. 오락실 인근의 금융기관에선 업소들이 매일 천단위 이상의 현금을 입금하고 있다는 소문도 떠돌아 다닌다.

하지만 업소측의 주장은 다르다. 과거처럼 승률조작이 불가능하고 100% 내외의 배당을 보장해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적자를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오락실을 돈장사로보는 시각은 잘못됐다. 그럴 방법도 없지만 만약 승률을 낮춘다면 고객들이 금방 알아차리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당국에 신고할 것이다. 각 각의 오락실엔 매일 붙어 사는 선수들이 많다.

그들은 기계를 다 읽고 다닐 정도로 이 분야 도사들이다. 때문에 당초 허가 조건대로 원칙적인 장사밖에 못한다. 수익률은 쥐꼬리만한 상황에서 음료수나 김밥제공등 각종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큰 수익이 가능하겠나. 종일 운영으로 교대근무를 하는 종업원들의 인건비도 엄청나다. 시중의 여론은 많이 와전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성인오락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다는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지난 1월 부산에서 발생한 승률조작 사건은 기계조작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업계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무선으로 게임기를 원격 조정하다가 적발, 검거된 것이다. 전문가들도 하루종일 단속반이 게임기에 붙어 살지 않는 한 조작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현재 성인오락실 게임기의 종류는 일일이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다. 업계에선 전국적으로 200여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청주지역엔 알라딘, 바다이야기, 슈퍼맨, 블랙호크, 오션, 인어공주 등 20여 종이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화면이 돌아가다가 멈추는 ‘릴’ 게임기들이다. 일부 대형 오락실은 전국 연계망까지 갖추고 있다. 오락실이 난립하면서 실제 돈을 대는 물주는 따로 있고, 조폭출신이나 제 3자를 대리인 즉 바지사장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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